文정부가 날린 `골든타임`… MZ "연금은 국가적 폰지사기" [고령화에 짙어진 세대갈등]

김동준 2023. 2. 13.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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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개혁 손놓은 사이 갈등폭발
고갈 위기에 책임론 목소리 커져
"장년층 희생·청년층 이해 필요"

세대갈등은 한마디로 전방위적이다. 주요 쟁점 사안마다 사사건건 충돌하는 양상이다. 세대의 이해관계가 대립하기 때문이다. 저출산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만큼 세대 갈등 양상은 더 심화될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 개혁과 정년연장 등 각종 사회적 갈등 사안에 있어 세대 간 갈등이 커지는 주된 원인으로 정부 역할 부재가 꼽힌다. 세대 갈등의 주된 이유 중 하나인 연금개혁은 문재인 정부 당시 복수의 안이 올라왔음에도 불구하고 표논리를 앞세워 논의 테이블에조차 올리지 않았다. 지난 정부가 개혁의 '골든타임'을 허송하는 사이 세대 간 갈등의 골이 더 깊어졌던 셈이다.

◇"국민연금은 국가적 폰지사기"= 13일 보건복지부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고갈 시점은 5년 전 추계 때보다 2년 앞당겨진 2055년이다. 2040년 1755조원으로 최대치에 이른 기금 규모가 불과 15년 뒤 47조원 적자로 전환된다는 추산이다.

국민연금이 바닥을 보이는 것은 저출산 고령화 여파로 생산연령인구(15~64세)가 급감하기 때문이다. 통계청은 재작년 발표한 장래인구추계에서 2020년 3738만명이던 생산연령인구가 2070년 1747만명까지 줄어들고, 고령인구는 815만명에서 1737만명으로 늘어난다고 예상했다. 이에 생산연령인구 100명당 부양해야할 인구도 39명에서 117명으로 3배 증가할 전망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추진되는 '더 내고 현행대로 받는' 식의 연금개혁은 젊은층들의 반발을 살 게 자명하다. 현재 청년층 고용시장이 녹록지 않은 상황과 맞물려 반발은 커지는 양상이다. 얼마 전 중소기업에 취업한 30대 양모 씨는 "월급에서 매달 일정분을 연금 보험료로 내고 있지만, 실제 연금 혜택을 볼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라며 "어렵게 취업하더라도 결국 내 노력이 고령층 부양에 소모되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국민연금은 국가적 폰지사기'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신규 투자자의 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이자나 배당금을 지급하는 식의 폰지사기에 연금 제도를 빗댄 것이다.

정치권이 보험요율과 소득대체율 등 모수개혁 방안 마련을 포기하고 정부에 떠넘긴 건 이와 무관치 않다. 어떤 안을 만들더라도 장년층과 청년층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표 논리도 논의 진전을 어렵게 한다.

◇형평성 고려해 세대갈등 접근= 이처럼 젊은층의 불만이 확산한 데는 정부가 연금개혁에 소극적으로 대응한 영향이 크다. 연금 고갈 위기감이 고조되는 와중에도 개혁안조차 만들지 않은 지난 정부에 대한 책임론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많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문재인 정부를 제외한 다른 정부에서는 연금개혁을 부분적으로 이뤄내거나, 시도했다"며 "이제라도 본격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세대 갈등을 봉합하려면 국가 수준에서 자원배분의 형평성을 고려하는 식의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황선재 충남대 교수는 작년 국회입법조사처 세미나에서 '인구고령화와 세대갈등'을 주제로 한 발표를 통해 "세대갈등 문제는 사회경제적 자원배분을 둘러싼 세대간 형평과 통합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단기적으로는 일자리와 연금 등 당면 사안을 정책적으로 풀어나가되, 장기적으로는 인구 고령화와 보건의료 등 사회보호 수요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황 교수는 1990년 중반부터 커진 사회경제적 불평등이 인구 고령화와 맞물려 세대 갈등으로 비화했다는 결론을 냈다.

정년연장과 연금개혁이 불가분의 관계라는 조언도 제시됐다. 신 교수는 "정년이 그대로인 상황에서 연금 수급을 늦추면 이른바 '연금 크레바스'가 생길 수 있다"며 "연금 수급개시 연령과 정년 간 차이를 줄이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통계청은 재작년 발표한 장래인구추계에서 2020년 3738만명이던 생산연령인구가 2070년 1747만명까지 줄어들고, 고령인구는 815만명에서 1737만명으로 늘어난다고 예상했다. 이에 생산연령인구 100명당 부양해야할 인구도 39명에서 117명으로 3배 증가할 전망이다.

정치권이 보험요율과 소득대체율 등 모수개혁 방안 마련을 포기하고 정부에 떠넘긴 건 이와 무관치 않다. 어떤 안을 만들더라도 장년층과 청년층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표 논리도 논의 진전을 어렵게 한다.

정치권 관계자는 "세대갈등을 풀려면 서로 양보하는 게 필요하다"며 "장년층이 일부 희생하고 청년층은 빈곤율이 높은 노인세대의 어려움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청년 일자리 문제 해소도 근본적으로 노동개혁 없이는 어렵다. 기득권을 가진 노동계의 양보가 문제를 푸는 대전제"라며 "대통령과 정부도 과거와 같이 표논리로 눈치를 봐선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동준기자 blaam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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