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리포트] 인적분할 좌초된 현대百, 실적 부진에 주가 10년째 제자리

신하연 2023. 2. 13.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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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백화점
소액주주·외국계기관 반대에 무산
알짜 '한무쇼핑' 분리에 반발 커
인색했던 주주환원 늘릴지 관심

최근 주주행동주의가 증시의 큰 흐름이다.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와 은행지주들을 압박하고 있는 얼라인파트너스, 오스템임플란트, 태광산업과 각각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KCGI, 트러스톤자산운용 등 주로 행동주의펀드를 중심으로 주주행동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개인 소액주주들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최근 주주총회에서 인적분할 안건이 부결되며 지배구조 개편 계획이 무산된 현대백화점그룹이 대표적이다.

◇주주 반대에 주총서 안건 부결…"알짜 계열사 분리 반대"= 현대백화점그룹이 지난 10일 임시주주총회 제1호 안건으로 부친 '현대백화점 분할계획서 승인의 건'이 의결정족수 미달로 부결됐다. 총 참석주식 1578만주 중 찬성이 1024만주(64.9%), 반대가 554만주(35.1%)로 집계됐다. 안건 통과를 위해선 과반 이상이 참석하고 참석주주 3분의 2 이상인 66.7%의 동의를 얻어야 하지만, 약 1.7%포인트 차이로 의결정족수에 미치지 못한 셈이다.

이 중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399만8419주)을 포함해 정몽근 명예회장(61만6644주), 계열사인 현대그린푸드(281만9226주)와 현대A&I(100만8900주) 등 대주주 우호 지분은 총 844만주 규모다. 이를 제외한 주주들의 찬반을 떼어놓고 보면 180만주 대 554만주로 반대가 압도적으로 많았다는 의미다.

소액주주와 외국계 기관투자자를 중심으로 반대 표가 집중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지분 8.03%를 보유한 국민연금도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은 앞서 1월 현대백화점에 대해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조정했는데 이번 안건에 반대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자본시장법상 기관투자자가 기업 지분을 보유하는 목적은 단순투자와 일반투자, 경영 참여 등 3단계로 구분되는데 일반투자는 단순투자와 달리 보수 산정, 배당 확대 등 주주 활동에 나설 수 있다.

당초 계획대로면 현대백화점그룹은 신설법인인 현대백화점홀딩스(23.42%)와 존속법인인 현대백화점(76.76%)으로 분리된다. 지주사인 현대백화점홀딩스가 현대백화점이 지분 46.3%을 보유하고 있는 한무쇼핑을 직접 지배하고 현대백화점은 온라인 가구·매트리스 기업인 지누스와 면세점 사업을 자회사로 두게 된다. 이 과정에서 지주사가 한무쇼핑을 품는다는 점이 주주들의 불만을 지폈다. 2021년 기준 한무쇼핑은 백화점부문 영업이익의 38.7%를 책임지는 알짜 기업이기 때문이다. 한무쇼핑은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목동점, 킨텍스점, 충청점 및 김포아웃렛, 남양주아웃렛 등 총 6개의 백화점과 아웃렛 점포를 소유하고 있다.

반면 현대백화점이 지난해 7747억원을 들여 인수한 지누스는 아직까지 영업실적이 부진하다. 공시에 따르면 지누스는 지난해 연간 당기순이익이 43.14% 감소했다. 지난 4분기의 경우 영업이익이 52억원 적자 전환했다. 면세점 부문도 코로나19 여파가 이어지며 작년 영업손실 661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이에 인적분할을 통한 지배구조 개편이 기업 가치 제고보다는 대주주의 지배력 강화에 무게를 둔 것 아니냐는 부정적인 여론이 나왔다. 현재 정지선 회장 지분이 17.09% 수준인 만큼, 사업회사 지분을 지주회사에 현물 출자하는 과정에서 지분율을 높일 수 있다는 우려도 커졌다.

현대백화점 측은 주총을 앞두고 인적분할 후 향후 3년 내 자사주 6.6%를 신규 매입해 소각하고 배당금 총액은 현대백화점의 경우 존속법인과 신설법인의 배당금 총액을 분할 전보다 60% 이상 확대하겠다는 주주환원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여기에 현대백화점홀딩스도 최소 150억원 이상을 배당하겠다고 약속했으나 결국 주주들의 공감을 얻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한국 주식시장에서 주주의결권 행사의 힘이 커지고 있음을 방증하는 이벤트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김민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오너일가와 그 계열사로 구성된 지배주주와 보통의 소액주주인 비지배주주 간의 갈등이 국내 기업 지배구조의 큰 문제 중 하나"라면서 "행동주의펀드가 나서 비효율적인 요소를 해소하고 주주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배경을 만든 것 자체가 소액주주들에게는 긍정적인 변화"라고 평가했다. 장기적으로는 한국 증시의 고질적인 저평가를 의미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4분기 실적도 기대치 하회…주주환원책에 쏠리는 시선= 10년째 주가가 제자리 걸음이라는 비판과 함께 그간 주주환원에 인색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던 현대백화점그룹이 향후 주주환원정책을 확대할지도 관심이다. 일부 소액주주 사이에서는 앞서 약속한 배당 확대를 이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약속한 사업내용에 대한 배당과 인적분할 여부는 별개라는 입장이다.

소액주주 A씨는 "2021년 기준 영업이익 2644억원, 순이익 2334억원을 달성했을 때도 240억만만이 배당금으로 주주들에게 환원됐다"면서 "이번 인적분할을 진행하면서 최소 배당총액 390억을 보장하겠다고 했고, 현대백화점의 사업 내용은 인적분할과는 무관하기 때문에 이 액수만큼(390억원)은 주주들에게 환원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대백화점 주가는 지난 10년간 전반적으로 우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2018년 12만원대까지 올랐던 주가는 지난해 10월 5만2400원을 찍고 최근까지도 5만~6만원대에서 등락하는 중이다.

지난 4분기 실적도 시장 컨센서스를 크게 하회했다. 4분기 영업이익은 686억원으로 전년동기보다 27.2% 줄었다. 순손실은 118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 기준 시장 예상치인 1012억원을 32% 이상 밑돌았다. 현대백화점은 13일 연결기준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5조141억원, 3209억원으로 전년보다 40.4%, 21.4%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매출은 연간 기준 역대 최대다. 다만 순이익은 1865억원으로 20.1% 줄었다.

사업부문별로는 백화점 부문이 연매출 2조2896억원으로 전년 대비 8.9% 증가했고,간 영업이익은 3788억원으로 24.3% 늘었다. 면세점 부문은 지난해 2조2571억원의 매출을 올려 전년보다 41.8% 늘었다. 다만 중국의 코로나 봉쇄 정책 타격으로 영업적자 661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코로나 이후 생활 정상화를 감안해도 오프라인 백화점과 면세산업 불확실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결산배당으로는 보통주 1주당 1300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시가배당률은 2.2%, 배당금 총액은 284억원이다.

한편 현대백화점은 주주총회 직후 입장문을 내고 "결과를 겸허히 수용하며 그간 추진해온 지주사 체제 전환을 중단하기로 했다"며 "향후 인적 분할을 통한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재추진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다만 분할 시 추진 계획이었던 주주환원정책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김형종 현대백화점 사장은 주주총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주주환원정책에 신경쓰고 주주가치제고를 위해 더 관심을 가질 생각"이라면서도 "(추진계획이었던) 주주환원정책은 전면 재검토한다"고 말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사실 이번 배당 확대 방안 자체가 인적분할을 전제로 제시된 내용이다 보니 회사 측 입장에서는 이를 지킬 의무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인적분할이 아니더라도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방법을 찾을 가능성도 아직 열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하연기자 summer@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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