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년째 무역적자 행진, 교역구조 개혁 고민없는 정부

한겨레 2023. 2. 13.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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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수지 적자가 1년째 이어지며 개선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중국 경제의 둔화와 반도체 경기 급랭, 에너지 가격 급등 등의 여파라고 하지만 이렇게 장기간의 무역 적자는 우리 경제에 매우 좋지 않은 신호다.

정부는 겨울철 에너지 수입 증가 등 계절적 요인이 크게 작용한 가운데, 반도체 수출단가 급락과 코로나로 인한 중국의 경제활동 차질 등을 올해 무역적자의 원인으로 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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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왼쪽)과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이 1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무역센터에서 열린 2023년도 제1차 통상산업포럼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무역수지 적자가 1년째 이어지며 개선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중국 경제의 둔화와 반도체 경기 급랭, 에너지 가격 급등 등의 여파라고 하지만 이렇게 장기간의 무역 적자는 우리 경제에 매우 좋지 않은 신호다. 대외 교역 구조에 근본적인 문제점이 없는지 면밀히 검토해야 할 때다. 정부는 경기순환이나 전쟁 같은 일시적 요인으로 보고 ‘제2의 중동붐’ 등 과거 개발연대식 대책에 그치고 있어 우려스럽다.

관세청 발표를 보면, 올해 1월1일~2월10일 수출(639억달러)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3% 급감하고, 수입(815억달러)은 2% 증가했다. 이로써 올해 무역적자는 벌써 176억달러에 이르렀다. 역대 최대였던 지난 한해 무역적자 규모(475억달러)의 37%에 해당하는 적자를 두달도 되지 않아 기록한 셈이다. 이달까지 무역적자가 지속되면 12개월 연속 적자 기록인데, 이는 1995년 1월~1997년 5월 이후 처음이다.

정부는 겨울철 에너지 수입 증가 등 계절적 요인이 크게 작용한 가운데, 반도체 수출단가 급락과 코로나로 인한 중국의 경제활동 차질 등을 올해 무역적자의 원인으로 꼽고 있다. 그러면서 계절적 요인이 축소되고 중국의 위드코로나 정책 효과가 반영되면서 무역수지가 점차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또한 무역수지 개선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 방산·원전·인프라의 수출 지원을 강화하고, 반도체 투자세액공제를 확대하며, 아랍에미리트 정상외교 성과를 신중동붐으로 확산시키는 데 총력을 다하기로 했다. 그러나 정부의 무역적자 원인 진단과 전망, 대책 등은 현실을 제대로 반영했다고 보기 어렵다.

현재 우리나라 무역은 구조적인 전환기에 들어섰음을 간과해선 안 된다. 최대 교역국인 중국은 과거 우리나라의 생산기지에서 이제는 주력 산업의 수입대체에 성공하면서 수출시장의 주요 경쟁국으로 변모했다. 코로나 국면이 끝나도 대중국 교역에서 과거처럼 대규모 흑자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또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더라도 석유·가스·석탄 등 에너지와 니켈 등 원자재 가격은 상당 기간 높은 수준에서 형성될 개연성이 높다. 2050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전세계가 에너지 전환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수출을 확대하면 에너지·원자재 수입도 증가하는 구조이므로 기존의 수출 확대 모델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을 수 있다. 한계에 봉착한 기존 모델을 뛰어넘을 새로운 산업·통상 전략을 고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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