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작가 오르한 파묵 “국민이 그렇게 화난 걸 본 적 없어”

2006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튀르키예 소설가 오르한 파묵이 미국 뉴욕타임스(NYT) 기고문을 통해 “국민이 그렇게 화가 난 걸 본 적이 없다”며 튀르키예 지진 발생 이후 정부의 부실한 구호 조치를 비판했습니다.

파묵은 현지시각으로 11일 뉴욕타임스에 실은 기고문에서 “구호물자를 실은 트럭이 피해 지역에서 수백 마일 떨어진 도로에 몇 시간 째 멈춰있다.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자 시민들은 공무차량, 경찰, 공무원의 길을 막고 항의했다”고 지적했습니다.

파묵은 “처음 규모 7.8의 지진이 한밤중에 발생한 지 9시간 만에 규모 7.5의 지진이 뒤따랐을 때 종말론적인 수준이었다”며 “군중들은 도움을 요청하고 음식을 찾으려 거리를 헤맸고, 폐허가 된 16층 건물의 잔해들을 맨손으로 파헤치고, 피난처가 될 공간을 찾았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습니다.

또 많은 사람이 휴대전화로 촬영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게시물을 “종말론적 장면”에 비유했습니다.

파묵은 “(게시물은) 놀랍고 충격적인 재앙의 규모와 버려진 듯한 절망적인 감정, 두 가지 메시지를 전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1999년 1만 7천여 명이 사망한 튀르키예 마르마라 지진 당시의 경험을 꺼내기도 했습니다.

파묵은 “그 재앙으로 황폐해진 마을 중 하나를 찾아 콘크리트 폐허 속에서 헤매었다”며 “잔해 일부를 치우는 작업을 도우려 했지만 아무도 도울 수 없었다”고 떠올렸습니다.

그러면서 “잊지 못한 좌절과 슬픔이 오랜 시간 나에게 남았다”며 “이제 이런 잔상은 새롭고도 익숙한 이미지에 밀려나고 있다. 무력감이 엄습한다”고 썼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민음사 제공]

https://news.kbs.co.kr/special/danuri/2022/intro.html

김석 기자 (stone21@k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