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방패가 이상민 방패로 나섰다

이상민, 노 전 대통령 탄핵 기각 이끈 윤용섭 선임
'편의점 대법관' 김능환도 합류… 율촌 근무 인연

탄핵 위기에 놓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9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자택을 나서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이 장관에 대한 국회의 탄핵 소추의결서를 접수하고 심리에 착수했다. 연합뉴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탄핵심판 대리인으로 김능환 전 대법관과 윤용섭 변호사를 선임했다. 윤 변호사는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에서 노 전 대통령 측 대리인을 맡았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장관은 법무법인 율촌 고문 변호사인 김 전 대법관과 윤 변호사 등을 선임했다. 김 전 대법관은 2013년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끝으로 공직에서 물러난 뒤 잠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같은 해 8월 율촌에 합류했다. 판사 출신인 윤 변호사는 △법원행정처 법정심의관 △대법원 재판연구관 △헌법재판소 헌법연구부장 등을 거쳐 서울서부지법 부장판사를 지낸 뒤 1999년 율촌에 합류했다.

이 장관은 이들에게 탄핵심판 대리인을 맡아달라고 직접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판사 출신인 이 장관 역시 2007~2021년 율촌 소속으로 두 변호사와 함께 근무했다.

윤 변호사는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 문재인 전 대통령을 포함한 노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 12명 중 한 명으로 활동했다. 헌재의 탄핵 기각 결정을 이끌어낸 '노무현의 방패'가 이번엔 이 장관 탄핵을 막기 위한 '이상민의 방패'로 활동하는 셈이다.

헌재는 지난 9일 국회의 이 장관 탄핵 소추의결서를 접수한 뒤 '무작위 전자 배당' 방식을 통해 이종석 재판관을 주심 재판관으로 지정했다. 이 재판관은 국회와 이 장관 측에 의견서를 받은 뒤 공개 변론을 열고, 양측 입장을 들을 방침이다. 공개 변론 절차가 끝난 뒤엔 평의를 열고, 이 장관 탄핵심판에 대한 표결을 한다. 탄핵 인용에는 헌법재판관 7명 이상이 참석해 6명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헌재는 사건 쟁점과 법리 검토를 맡을 태스크포스(TF) 구성에 대한 검토에 들어갔다. 헌법재판소법상 탄핵심판 기간은 180일이다. 다만 강행 규정은 아니기 때문에 더 길어질 수도 있다.

김영훈 기자 huni@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