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연과 조연의 변주...수십가지 색의 감동 [김덕희의 온스테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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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예술의 장르들은 비슷하면서도 각각의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다.
단순하게 분류해보면 연극은 대사와 연기, 뮤지컬은 춤과 노래라고도 할 수 있는데 각기 이러한 장점들을 특화하는 방향으로 발전되고 있다.
흥미롭게도 대학로의 소극장 뮤지컬들은 연극과 뮤지컬의 특성이 여전히 유기적인 방식으로 결합되어 있는데, 그래서 운이 좋다면 깊이 있고 탄탄한 텍스트에 음악과 노래가 있고 여기에 진정성 있는 배우들의 연기가 결합된 공연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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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저버지의 편집장이었던 알프레드 알바레즈는 그의 저서 '자살의 연구'의 프롤로그에서 실비아 플라스를 다루면서 그녀의 자살은 죽기 위해서가 아니라 살기 위한 하나의 의식이었다고 이야기한다. 창작뮤지컬 '실비아, 살다'의 작가인 조윤지 역시 우울증과 자살의 경험을 가지고 있으며 20세기의 시인 실비아 플라스와 21세기의 작가 조윤지가 만나서, '실비아, 살다'라는 작품이 만들어 졌다. 관객들에게 위로와 공감을 건네면서 공연을 관람하는 또다른 실비아들에게 왜 죽어야 하는지가 아니라 왜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공연은 주제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공감과 위로를 전하기 위해 치밀하게 설계돼 있다. 음악과 노래를 통한 감정의 노출, 앙상블을 활용한 이화(異化)와 동화(同化)의 감각적인 조율, 실비아의 시가 드러나는 형식, 빅토리아라는 인물의 설정, 의미를 전달하는 직관적인 표현 등이 그렇다. 2시간 동안 실비아 역의 배우는 거의 퇴장 없이 극이 진행되는데, 관객은 캐스팅 조합에 따라 각기 다른 정서를 경험할 수 있다. 이것이 소극장 뮤지컬의 또다른 매력이다. 각기 개성이 선명한 배우들을 의도적으로 배치하고, 주역과 조연을 트리플 캐스팅하는 것은 물론, 앙상블도 더블 캐스팅으로 운영하면서 관객들이 수십가지 버전의 공연을 관람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여러 장르들을 비교했을 때 뮤지컬의 텍스트가 담아낼 수 있는 깊이가 어디까지 가능할지에 대해 생각해 보곤 한다. 이는 연극에 비해 뮤지컬이 재미있고 화려하지만 나열이 아닌 압축을 하는 뮤지컬의 형식적 특성상 상대적으로 주제에 대해 깊게 들어가기에는 어려운 장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뮤지컬은 개별적이기 보다는 보편적인 주제를 다루는 경향이 강한 편이다. 그리고 이런 고민 때문에 이 경계를 넘어서는 작품에 대한 기대는 더 높아진다. 드물지만 그런 작품을 만나게 될 때 새롭게 펼쳐질 뮤지컬의 가능성에 대해, 또 예술 장르로서의 뮤지컬에 대해 더 많은 꿈을 꾸게 된다.
김덕희 서울시뮤지컬단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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