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튀르키예 대사 “맨발로, 파자마 입은 채 모든 것 잃어… 방한텐트·위생용품 시급” [뉴스 투데이]

홍주형 2023. 2. 13. 18:31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13일 무랏 타메르 주한 튀르키예 대사가 전한 상황은 참담했다.

자고 있는 침대 위로 건물이 덮쳐 그대로 아이들이 숨지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던 부모들, 잔해 아래 가족이 묻혀 있지만 아무 일도 할 수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할 때 타메르 대사의 눈시울은 붉어졌다.

4개월 전 한국에 부임한 타메르 대사는 처음엔 6·25전쟁 참전 등 두 나라의 인연을 '형제의 나라'로 표현하는 것을 수사적으로 여겼지만, 지금은 진심으로 공감하게 됐다고 한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타메르 대사가 전하는 튀르키예 상황
“강진으로 문화유산 잃었지만
갖은 전쟁·재난 극복해온 역사
지금은 한사람이라도 더 구해야”
경제손실 107조원… GDP 10%
정부 “구호대 2진 16일 출발”
적십자사 등 기금 370억 조성
13일 무랏 타메르 주한 튀르키예 대사가 전한 상황은 참담했다. 자고 있는 침대 위로 건물이 덮쳐 그대로 아이들이 숨지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던 부모들, 잔해 아래 가족이 묻혀 있지만 아무 일도 할 수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할 때 타메르 대사의 눈시울은 붉어졌다. 그의 외교부 동료이자 30년지기 친구 역시 하타이 지역에서 실종됐다. 타메르 대사는 “여전히 우리 동료들은 그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무랏 타메르 주한 튀르키예 대사가 13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강진 피해 상황을 설명하던 도중 감정이 북받친 듯 눈시울을 붉히며 손으로 입을 가리고 있다. 그는 한국 등 국제사회의 더 많은 지원을 호소했다. 이재문 기자
강진이 훑고 간 가지안테프, 하타이, 아다나 등 튀르키예 남부는 고대 메소포타미아문명의 발상지로, 미식 문화와 유적 등 풍부한 문화유산을 가진 지역이다. 이번 지진으로 2200년 된 가지안테프 성벽 일부가 무너지는 등 많은 문화유산이 사라졌다. 그는 “튀르키예는 오랜 역사만큼이나 갖은 전쟁과 재난, 천재지변에도 살아남았다. 많은 것을 잃었지만, 극복할 것”이라며 “지금 무엇보다 중요한 일은 희망이 사라지기 전 한 사람이라도 더 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타메르 대사가 각별히 요청한 물품은 방한 텐트, 침낭, 담요, 겨울 의류 등 방한용품과 기저귀 등 위생용품이다. 중고 물품을 받지 않는다는 공지에 일부 논란이 있었는데, 대사관 측은 혹시 모를 감염병 문제로 모든 지원 물품을 일일이 소독해 현지로 보내고 있어 이 같은 시간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타메르 대사는 1999년 이즈미트 대지진 당시 어느 정도 상황이 정리된 후에도 한동안 혼란이 계속됐다며 지속적 관심을 요청했다. 그는 “두 번 강진이 연이어 일어난 이번 지진은 1999년보다 더 심각하다”고 말했다.
160시간 만에 ‘기적의 생환’ 대지진이 덮친 튀르키예 남부 하타이주 무너진 건물 잔해에서 11세 소녀 레나 마라디니가 지진 발생 160시간 만인 12일(현지시간) 구조되고 있다. 하타이=EPA연합뉴스
4개월 전 한국에 부임한 타메르 대사는 처음엔 6·25전쟁 참전 등 두 나라의 인연을 ‘형제의 나라’로 표현하는 것을 수사적으로 여겼지만, 지금은 진심으로 공감하게 됐다고 한다. 그는 특히 현지에서 악조건 속에 구조활동을 하는 대한민국 긴급구호대(KDRT)에 감사를 전했다. 이날 외교부에 따르면 현지 주민들은 우리 구호대를 만나면 “코렐리 온 누마라(한국인이 최고)”라고 외치는 등 격려와 감사를 보내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더한 사망자 3만5000명 중 튀르키예가 3만1600여명이다. 3만1000명의 희생자를 낸 2003년 이란 대지진 피해 규모를 넘어섰다. 21세기 들어 6번째로 많은 인명피해를 낳은 자연재해로 기록됐다. 튀르키예기업연맹(튀르콘페드)은 이번 지진 피해를 840억달러(약 107조원) 이상으로 추산했다. 튀르키예 국내총생산(GDP)의 10% 수준이다.

그래도 기적 같은 구조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가지안테프에서는 17세 소녀가 건물 잔해에 갇힌 지 159시간 만에 구조됐다. 아디야에서도 153시간 만에 두 자매가 구출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튀르키예가 필요로 하는 건 텐트와 의약품, 전력설비”라며 “지원에 만전을 기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고 이도운 대변인이 전했다.

이 대변인은 “지원 물품으로 현재 방한용 텐트 150동, 담요 2200장이 확보됐고 16일 저녁 11시 군용기편으로 구호대와 함께 출발 대기 중”이라며 “의료 인력도 29명이 일주일 내 현지로 출발할 수 있도록 준비를 마친 상태”라고 밝혔다.

또 “대한적십자사 등에서 370억원 정도의 구호금을 조성했다”며 “(필요한 지원을) 파악하기 위해 주튀르키예 한국 대사가 튀르키예 재난관리청장과 면담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튀르키예 지원을 위한 국내 공식 기부 계좌번호는 하나은행 920-910004-89105다. 타메르 대사는 “대사관을 사칭해 기부금을 모집하는 곳이 있었다”며 반드시 공식 계좌와 공신력 있는 국제기구, 비정부기구(NGO)를 통해 지원해줄 것을 요청했다.

홍주형·서필웅·곽은산 기자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