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 적` 된 은행… 금감원, 사회공헌 내역도 들춰본다

강길홍 2023. 2. 13.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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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돈잔치에 尹 대책 지시
과점 업고 특권적 이익향유 지적
업계 "대기업만큼 사회공헌" 불만
사진=연합뉴스

서민들이 고금리 여파로 신음하는 사이 퇴직금·성과급 등 '나홀로 돈잔치'를 벌인 은행권에 고통 분담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주요 은행들은 현재도 웬만한 대기업 이상의 자금을 들여 사회공헌 활동을 벌이고 있으며, 순이익의 3분의 1 가량을 배당 확대 등 주주환원에 쓰고 있다며 당황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연일 도마위에 오른 은행 '공공성'… "과점 형태로 이익 얻는 특권적 지위"=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은행의 돈 잔치'와 관련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직접 지시하고 나서며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서민금융 확대 및 손실흡수 능력 확충 등을 압박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은행의 돈 잔치'로 인해 국민들의 위화감이 생기지 않도록 금융위는 관련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면서 "수익을 어려운 국민,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에게 이른바 상생 금융 혜택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배려하고 향후 금융시장 불안정성에 대비해 충당금을 튼튼하게 쌓는 데에 쓰는 것이 적합하다"고 지적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달 금융위 업무보고에서도 "은행은 공공재 측면이 있다"고 발언한 데 이어 연일 은행의 '공공성'을 강조하고 있다. 은행은 기본적으로 영리를 추구하는 민간 기업이지만, 업무 범위와 중요성 측면에서 공공재로서의 성격이 있다. 외환위기 때 은행이 막대한 공적 자금을 투입받아 기사회생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지난 6일 은행이 과점 형태로 영업이익을 얻는 특권적 지위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렇게 어려운 시기에 일부 고위 임원 성과급이 최소 수억 원 이상 된다는 것은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며 지적하기도 했다. 이 금감원장은 "지난해 유동성 악화 시기에 당국과 타 금융권이 도와준 측면이 있는데 이를 오롯이 해당 회사와 임원의 공로로만 돌리기에 앞서 그런 구조적인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공헌 내역까지 들여다본다는 금융당국= 금융당국은 은행이 기본적으로 민간기업인만큼 성과급 체계나 경영진 연봉에 직접 개입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은행권이 막대한 수익을 주주와 임직원 성과로만 배분하는 대신 위기 시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충분한 손실 흡수 능력을 쌓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은행의 예상되는 손실에 비해 흡수 능력이 부족하다고 판단될 경우 '특별대손준비금'을 적립하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을 상반기 중 도입할 예정이다.배당과 관련해서는 은행의 자율성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지만, 특별대손준비금을 더 쌓으라고 요구할 경우 배당금 지급에 쓸 수 있는 이익이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난다.

또한 금융당국은 은행권의 취약계층을 위한 금융 지원이나 사회 공헌 활동 내역 등도 더 면밀하게 살필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앞서 올해 업무계획 발표에서 "'필요한 곳에 필요한 만큼' 실효성 있게 금융 지원이 이뤄지고 있는 지 점검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국민 빚 부담 느는데 금융지주는 성과급 잔치= 연일 은행권에 비판이 쏟아지는 배경에는 고금리 시기에 '이자 장사'로 배를 불렸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는 당기순이익(지배기업 지분 순이익 기준)은 총 16조5557억원으로, 2021년보다 8.99% 늘었다. 특히 이자이익이 호실적을 견인했다. 지난해 4대 금융지주의 순이자이익은 39조6735억원으로, 전년보다 20.04% 증가했다.

사상 최대 수준의 실적을 기반으로, 직원들에게 지급하는 성과급 규모도 커졌다. 은행권은 올해 직원들에게 '기본급 300∼400%'에 달하는 성과급을 지급했다. 주요 시중은행들은 연말 연초 희망퇴직을 단행하며 특별퇴직금으로 평균 3억∼4억원을 지급하기도 했다. 법정퇴직금까지 합하면 6억∼7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이며, 많게는 10억원 이상을 받는 직원도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국민들의 빚 부담은 급증하고 있다. 2년 전 초저금리 환경에서 수억원을 빌린 사람 중에는 이자가 처음의 2배 수준으로 오른 경우도 있다.

◇"대기업보다 사회공헌 많은데"…은행권 불만 토로= 은행권에서는 현재도 사회 공헌 규모가 적지 않은데 대통령까지 나서서 확대를 요구하는 상황에 불편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포퓰리즘적 정책으로 은행들을 '악마화'하고 있다는 비판 분위기도 감지된다.

한 은행 관계자는 "코로나 시국에 중소기업·취약차주 지원을 비롯해 유니콘·핀테크 기업 육성 등 금융의 본업을 통해서 경제를 발전시키고 사회에 기여하는 부분이 크다"면서 "직접적으로 돈을 기부하거나 냉난방용품 지원 등의 규모가 이익과 비교해 적어보이는 측면이 있지만 이런 부분들도 다른 대기업과 비교하면 오히려 많은 편"이라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또 "금융당국이 금융을 선진화시키겠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지나친 경영 개입으로 외국인들에게 '관치' 이미지만 각인시키고 있다"면서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투자가 뒷받침 돼야 하는데, 외국인 투자자가 등을 돌리는 상황에서 어떻게 금융회사가 발전할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은행이 공공재는 아니지만 공공성이 있는 만큼 어느 정도 사회공헌에 나서야 하는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면서 "하지만 너무 당연한 얘기를 정부에서 반복적으로 하다보니 외국인 투자자가 보기에는 국내 금융회사가 정부에 휘둘린다는 인식을 심어주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길홍기자 sliz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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