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능력 상실한 검찰 방치는 국회 책임이다

한겨레 2023. 2. 13.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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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검찰이 저질러 온 비리가 한둘이 아님은 주지의 사실이다.

한 사건을 가지고 직접 관련 없는 여중생 일기장을 뒤지는가 하면, 70~80군데 압수수색하고, 그동안 검찰 수사를 받다가 자살한 사람만도 노무현 전 대통령, 정몽헌 전 회장을 비롯한 삼십여 명에 이른다고 한다.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부패하기 마련이다'라는 금언이 있지만, 무슨 잘못을 저질러도 아무도 견제해 주지 않으니 검찰로서도 '인지상정'으로 그렇게 됐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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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왜냐면] 윤용식 | 한국방송대 명예교수

그동안 검찰이 저질러 온 비리가 한둘이 아님은 주지의 사실이다. 경찰의 그것과 큰 차이가 없다고 본다. 차이가 있다면, 일부 불공정한 언론이 불공평하게 보도해 온 데서 온 착시일 뿐이다. 성희롱, 성폭력, 뇌물 사건, 불공정 수사와 기소, 음주 폭행 사건, 제 식구 감싸기, 미운 놈은 별건 수사로 끝까지 파고들기…. 근래는 판사 뒷조사까지 했는데, 이는 어찌 보면 대통령 말 그대로 깡패짓이 아닌가. 한 사건을 가지고 직접 관련 없는 여중생 일기장을 뒤지는가 하면, 70~80군데 압수수색하고, 그동안 검찰 수사를 받다가 자살한 사람만도 노무현 전 대통령, 정몽헌 전 회장을 비롯한 삼십여 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는 아마도 단군 이래, 아니 세계 검찰 사상 초유의 일이요, 하나의 검찰 쿠데타라 할 만하다. 이런 불공정, 부정직, 비양심이 지구상 어느 나라 검찰에 또 있겠는가. 이런 횡포가 언제까지 갈 것인가. 자정능력을 완전히 상실했다. 그래도 누구 하나 나서서 개선할 생각은 안 하는 것 같다.

검찰로 봐서는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는지 모르겠다. 오래전부터 내려온 관행이었으니까, 좋게 말해서 한국적 ‘인정주의’랄까, 내 식구 내 지인이니까, 아니면 공부 잘해서 ‘난 선택된 인간’이라는 공정하지 못한, 비뚤어진 자만심이 염치없이 강해서일까? 이런 교만을 대명천지 21세기에 ‘공정하다’고, ‘관행이니까 괜찮다’고 할 국민이 몇이나 될까? 혹 조폭 같은 양심을 가진 인간이라면 모를까.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부패하기 마련이다’라는 금언이 있지만, 무슨 잘못을 저질러도 아무도 견제해 주지 않으니 검찰로서도 ‘인지상정’으로 그렇게 됐는지 모르겠다. 그러면 제도상 견제 기관이 이 나라엔 없는가. 아니 대통령과 장관도 탄핵하는 마당에, 이제 21세기 선진국 대열에 선 이 나라에 일개 판·검사들을 탄핵 못 할 수가 없지 않은가? 그런 법규도 분명히 있으리라 본다. 그렇다면 탄핵의 책임이 국회에 있을진대, 의원 개개인이 뒤가 구린 데가 많아서 판사처럼 뒷조사를 당할까 봐 직무유기하고 있는 건 아닌가.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책임을 이리 방기할 수 있는가.

여당은 그렇다 치고, 180석 거대 야당은 또 무엇인가. 그동안의 행태를 보면, 소수 여당에 오히려 끌려다닌 적이 한두 번이 아니고, 해놓은 일이라고는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국민이 180석 뽑아준 진의를 파악 못 하고, 각자 개인 이익 추구에만 몰두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4년 뒤를 생각하라. 민주주의 선진국으로서의 품격을 높일 검찰 탄핵 문제 하나 해결 못 하고 있으니 거대 180석이 아깝다. 새 입법이 필요한 것도 아니지 않은가. 이 나라가 대통령이 즐겨 쓰는 말, ‘공정과 상식’의 사회로 가기 위해서도 하루빨리 거대 야당은 이런 검찰의 자정능력을 길러주기 바란다. 우선 판사 출신의 이탄희 의원이 발의한, 기소한 사건이 대법에서 무죄 확정판결을 받으면 검사의 인사 고과에 반영하라는 법안이라도 어서 통과시키라. 아니면 새로운 입법이라도 해라. 재언하지만, 4년 뒤를 생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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