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시선] 대통령의 금융권 향한 발언 속내 읽을 때

전용기 2023. 2. 13. 18:2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민주주의의 일반 원리로 보면 정부는 왔다 갔다 해야 합니다. 그럴수록 민주주의가 점차 발전하는 것이지요." 여기까지는 좋았다.

비록 정치공방에 묻혔지만 정부, 즉 정권이 왔다 갔다 해야 한다는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윤 대통령이 금융권을 향해 경고를 쏟아내고 있는 것은 금융권이 '그들만의 리그'에 빠져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시작됐다는 게 대통령실 관계자의 전언이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전용기 금융부장
"민주주의의 일반 원리로 보면 정부는 왔다 갔다 해야 합니다. 그럴수록 민주주의가 점차 발전하는 것이지요." 여기까지는 좋았다. 그다음이 문제였다. "그런데 막상 그렇게 되면 어떤 일이 생길까 생각해 보니까 아, 이게 좀 끔찍해요." 지난 2007년 6월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이 나오자 야당인 한나라당은 발칵 뒤집혔다. 그 발언에 전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만일 한나라당이 정권을 잡으면 어떤 일이 생길까." 결국 한나라당은 노 전 대통령이 '참여정부 평가포럼'에서 한 발언을 문제 삼아 중앙선관위에 노 전 대통령을 고발했다. 한나라당 출입기자였던 필자는 어떻게 ‘끔찍하다'는 말을 할 수 있느냐며 흥분하던 당직자들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비록 정치공방에 묻혔지만 정부, 즉 정권이 왔다 갔다 해야 한다는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렇게 해야 민주주의가 발전한다는 말에 고개를 끄떡였다. 정권을 놓치면 '다 죽는다'며 죽기 살기로 치고받고 하는 현 정치상황에선 도저히 나올 수 없는 발언이다.

실제 총칼 안 들고 소요사태 없이 평화적으로 정권이 교체되는 곳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 선진국이라고 하는 일본은 자민당이 60년 넘게 장기집권 중이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임기를 연장하며 종신집권 체제를 굳혀가고 있다. 주요 20개국(G20)에 속한 튀르키예와 아르헨티나, 브라질도 마찬가지다. 튀르키예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20년 넘게 집권하면서 경제가 끝없이 추락했고, 최근 지진까지 겹치면서 국민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 자원부국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은 불안정한 정권교체로 최악의 경제상황을 맞고 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연일 금융권 때리기에 나섰다. 금융지주 지배구조의 문제점을 지적한 데 이어 은행의 공공성을 강조하면서 '은행의 돈잔치'를 강도 높게 비난했다. 윤 대통령의 발언이 '지배구조→공공재→돈잔치’로 보다 구체화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당시 금융권에 지나칠 정도로 거리를 뒀던 것과 대비된다. 윤 대통령이 금융권을 향해 경고를 쏟아내고 있는 것은 금융권이 '그들만의 리그'에 빠져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시작됐다는 게 대통령실 관계자의 전언이다. 금융지주 최고경영자(CEO)들은 '셀프연임'을 통해 '황제집권'을 이어가고, 임직원들은 두둑한 '성과급·퇴직금'을 챙기는 구조가 안착했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이 그들만의 선순환 구조를 타개하기 위해 내놓은 것이 바로 지배구조 선진화다. 정권도 왔다 갔다 해야 발전하는 것처럼 금융사 CEO도 때맞춰 교체돼야 변화의 바람이 불고, 앞으로 나갈 수 있다고 판단한다. 글로벌 금융사들은 중장기적인 CEO 후보군 육성계획을 세우는 것은 물론 객관적 선출절차를 통해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윤 대통령 또한 자신의 발언으로 금융권이 발칵 뒤집히는 모습보다는 건강한 지배구조 안을 내놓기를 바라고 있을 것이다.

courage@fnnews.com 전용기 금융부장

Copyright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