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人문화] 안수연 "작가들과 관계가 큰 자산… 15년 정리한 에세이 준비"

박은희 2023. 2. 13. 18:1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08년 파주에 박영사 갤러리 열어
개관 15주년 '두레 문화…' 특별전
"반대하시던 아버지도 잘했다 칭찬"
안수연 갤러리박영 대표가 경기도 파주 갤러리박영에서 진행 중인 개관 15주년 특별전 '두레문화, 박영 70' 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동욱기자 fufus@
안수연 갤러리박영 대표가 개관 15주년 특별전 '두레문화, 박영70' 전경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동욱기자 fufus@

"무형의 재산이 많을수록 유형의 돈은 따라오게 돼 있죠. 15년 간 제가 쌓은 재산은 작가들과의 관계성이에요."

도서출판 박영사가 2008년 경기 파주시에 세운 복합문화공간 갤러리박영은 파주출판단지의 1호 갤러리다. 안수연(49) 갤러리박영 대표는 아버지인 안종만 박영사 회장을 도와 개관 전부터 미술 사업을 함께 준비했다. 미술 전공자도 아니고 관련 분야에서 일을 한 적은 없지만 문화예술을 좋아하고 그 중요성을 알기에 안 회장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책임감을 갖고 갤러리를 운영한 그는 젊은 작가 발굴·지원 사업을 꾸준히 해오면서 작가들과 신뢰를 쌓다 보니 그들과의 관계가 늘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2월 공개한 개관 15주년 및 박영사 설립 70주년 특별 기념전 '두레 문화, 박영 70' 기획 단계에서도 그 믿음은 빗나가지 않았다.

13일 파주 갤러리박영에서 만난 안 대표는 전시 작품 하나하나 애정을 담아 설명하며 자부심과 함께 작가들에 대한 고마움을 내비쳤다. 전시는 박영사 창립자인 고(故) 안원옥 회장이 남긴 고미술 컬렉션과 이동춘·오재우·이지현·임상빈·토마스 엘러·랠프 플렉·조나단 켈런 등 국내외 작가들의 책·도서관 관련 작품들로 구성했다.

참여 작가들 모두 안 대표의 계획을 듣고 "의미 있는 전시"라며 흔쾌히 동참했다. 특히 이동춘 사진가는 이번 전시를 위해 안원옥 창립회장의 모교(전북 김제시 죽산초교)까지 동행하며 안 대표에게 힘을 실어줬다. 그는 박영사 고서를 층층이 쌓아 촬영한 뒤 1.4m 길이 한지 위에 인화한 '박영의 역사'를 전시에서 선보였다.

안 대표는 두 달가량 진행한 특별전을 마무리하며 "사실 아버지께서 반대하시는 전시여서 준비하는 동안 외로운 싸움을 해야만 했다"며 "막상 오픈하니 정말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주셨고 아버지께서도 기획을 잘 했다고 칭찬해주셨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기회로 그동안 어설프게 알고 있던 기업의 뿌리를 70% 정도는 더 알게 됐다"며 "박영사 직원들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몰랐던 박영사의 메시지를 좀 더 자세히 전달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고 전시의 성과를 전했다.

"무엇보다 다시 한번 관계가 모든 걸 이룬다는 걸 느꼈어요. 갤러리가 잘 성장하려면 좋은 작가들과 관계성을 축적해야 한다는 제 소신이 틀리지 않았더라고요. '내가 헛살지 않았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앞으로의 갤러리 운영 방향에 대한 확신이 커졌습니다."

작가 지원사업뿐 아니라 미술을 기반으로 다양한 장르와 결합한 전시·행사 등을 기획해온 갤러리박영은 올해부터 출판 사업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박영사 설립 초기 명칭인 '대중문화사'에서 '문화'를 떼어 '박영문화사'라고 이름 짓고, 법서나 경제·정치학 관련 다양한 학술서를 펴내는 박영사와 분리해 전시 도록과 에세이집 등 문화예술서적을 출판한다.

안 대표는 패션 잡지사에서 기자로 7년 정도 일한 경험을 살려 도록을 꾸준히 만들어왔다. 그는 "아버지께서 2년 전부터 출판까지 해보는 건 어떻겠느냐고 말씀하셨는데 고민하는 시간이 길었다"며 "이번에 서울클럽 두 번째 아트컨설팅을 맡으면서 제작한 도록을 통해 출판업을 결심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서울클럽 레노베이션 후 제가 먼저 아트 컨설팅을 제안해 저희 작가들이 대거 참여했어요. 작가 풀이 형성돼 있고, 우리를 믿고 작품을 내어주는 작가들이 많아 양질의 전시를 할 수 있었죠. 시즌1 호응 덕에 이번 시즌2도 함께하게 됐는데요. 도록을 제대로 만들어보고 싶어 작품 소개뿐 아니라 제가 직접 다양한 인터뷰도 진행하면서 160페이지 분량의 책을 제작했어요."

이 같은 노력에 안종만 회장은 크게 감탄했다. 안 대표는 "아버지께서 '얘한테 책을 만들라고 해도 되겠구나' 생각하시게끔 보여준 것"이라며 "박영문화사의 첫 단행본은 제 에세이로, 올 상반기 출간 계획"이라고 말했다.

"처음엔 회장님의 컬렉션 이야기를 써보려고 했어요. 워낙 소장품이 많아서 꺼내는 데만도 시간이 오래 걸렸고, 알고 보니 갤러리와 출판사의 어려움을 해결하고자 현금화하신 작품들도 꽤 있더라고요. 마음 아프고 속상해서 눈물도 흘렸어요. 이런 상황들을 고려하면 제 얘기를 먼저 쓰는 게 좋을 것 같아 결정한 거죠."

안 대표는 전시를 하면서 하나하나 모은 작품들에 대한 이야기로 15년의 시간을 정리하는 에세이를 준비 중이다. 문화예술과 관련한 단행본을 출간하면서 박영문화사가 자리잡히면 도록만 만드는 파트를 따로 빼 운영하는 방안도 계획하고 있다.

"'널리 인재를 양성한다'는 기업정신과 '문화는 함께 가야 한다'는 비전을 이어가기 위해 올해부터는 박영사와 박영갤러리가 지역사회에 끼친 영향을 더 적극적으로 알리고 싶어요. 작가들과 함께 여러 스토리를 엮어 해외에 소개하는 것도 구상하고 있습니다."박은희기자 ehpark@dt.co.kr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