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에 빠지면 프로포폴 중독은 껌" 마약 게이트 이론 무엇?

정심교 기자 2023. 2. 13.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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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유아인이 23일 오전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호텔에서 진행된 넷플릭스 영화 '서울대작전'(감독 문현성) 제작보고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1988년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는 상계동 슈프림팀이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받고 VIP 비자금 수사 작전에 투입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서울대작전'은 오는 26일 공개된다. /2022.08.23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최근 배우 유아인씨가 대마·프로포폴 투약 혐의를 받으면서 마약 중독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특히 태국 등 대마 합법화 국가가 늘고 프로포폴은 일반 의원에서 쉽게 처방되는 이유로 소수 유명인뿐 아니라 일반인도 중독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문제가 지적된다. 실제로 국내에서 단속된 대마사범은 2012년 1042명에서 2021년 3777명으로 9년 만에 3배 이상 늘었다. 2020년엔 우리 국민 가운데 프로포폴 등 의료용 마약류 마취제를 투여받은 환자는 연간 908만 명으로 전 국민의 17.5%에 달했다. 과연 이들 마약류는 우리 몸에 어떤 기전으로 작용할까.

우선 대마는 호흡기계를 통해 가루를 흡입하면서 중독의 늪에 빠진다. 대마초를 피우면 5~10분 내 폐를 통해 흡수돼 뇌에 빠르게 도달한다. 중추신경계·심혈관계가 동시에 반응한다. 뇌의 보상회로에 작용해 도파민을 강력하게 분비하면서 중독에 빠진다. 대마를 흡입하면 처음엔 행복감, 이완, 불안감 감소로 나타난다. 감수성이 좋아지는 느낌을 받는다.

그러다가 금세 불안해지고 의식이 분열되며 '몸이 파괴되고 있다'는 느낌에 극도의 공포감에 시달린다. 술을 마셨을 때보다 훨씬 더 쉽게 환각 상태에 이른다. 신체적 증상도 다양하다. 대마초를 피운 직후엔 눈동자가 빨갛게 충혈되며, 심장 운동 증가해 맥박이 빨라진다. 기침, 배고픔과 함께 졸리며 몸을 가누기 힘들어지는 '운동 실조' 현상이 나타난다. 장기간 중독되면 뇌 손상, 정신질환, 기형아 출산, 염색체 손상, 생식기능 장애, 호흡기 장애, 면역장애를 일으킨다.

문제는 대마의 효과가 더 강력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대마의 주요 성분인 THC(델타나인 테트라하이드로카나비놀)와 CBD(칸나비디올) 가운데 THC가 강력한 중독·환각 작용을 일으키는 주범이다. 1만분의 1g만 흡입해도 환각 상태에 빠져든다. 대마초에 든 THC가 많을수록 인체에 끼치는 해가 큰데, 초기 대마는 THC가 전체의 2%에 불과했다. 하지만 최근엔 '좀 더 강력한 마약'에 대한 수요로 마약 시장에서 품종 개량이 이어지면서 대마의 THC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농축 액상 대마 같은 합성 대마의 경우 THC의 비율이 낮게는 15%에서 많게는 60%를 넘겨 중독성·의존성이 매우 강해졌다.

프로포폴은 정맥주사로 투여하는 전신마취제인데, 의존성이 강해 국가에서 '향정신성 의약품'으로 관리된다. 하얀색 액체 형태여서 민간에선 '우유 주사'라는 별명으로도 불린다. 프로포폴은 수술·검사 시 마취를 위해, 인공호흡기를 사용하는 환자를 진정시키기 위해 사용한다. 뇌에서 억제성 신호를 전달하는 GABA-A(gamma aminobutyric acid A) 수용체를 촉진하고, 흥분성 신호를 전달하는 NMDA(N-methyl-D-aspartate) 수용체를 차단해 중추신경계 전반을 억제한다.

한양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건석 교수는 "프로포폴 오남용은 본래 약물의 목적인 마취를 목적으로 하지 않은 다른 상황에서 사용하는 것부터 해당한다"며 "프로포폴에 중독되면 초조감, 불안, 일시적 기억상실 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프로포폴을 과용량 사용하면 호흡을 억제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만약 대마와 프로포폴 등 2종 이상의 마약류를 함께 투여하면 어떻게 될까. 이건석 교수는 "보통 마약 중독 환자의 경우 약물의 효과를 증대시키기 위해 중복으로 투약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약물의 원래 효과뿐만 아니라 금단 등의 부작용 역시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대부분의 약물은 간에서 대사되므로 2종 이상의 마약류를 함께 투여하면 간이 쉽게 손상당하면서 약물로 인한 향정신성 효과 즉, 환각·수면·진정 등의 효과가 극대화한다.

이 경우 과민성, 수면장애, 불안 등의 금단증상과 함께 중독 경향도 심해진다. 가천대 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조서은 교수는 "대마에 계속 손을 댄다는 건 중독에 대한 취약성이 확인된 것으로, 이 사람이 다른 마약류에도 한 번 빠지면 중독에 빠지기 쉬워진다는 것"이라며 "이를 '게이트(gate) 이론'이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대마에 중독된 사람이 프로포폴을 한번 오남용하면 중독에 빠지는 건 '껌'이라는 얘기다. 또 마약에 처음 손대는 나이가 어릴수록 중독 위험성은 더 커지는 것으로 보고된다.

한편 마약 중독이 의심되면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에서 상담받거나 마약류중독자 무료치료병원(국립부곡병원, 시립은평병원, 중독재활센터)에서 치료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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