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작가 오르한 파묵의 절망 "잊고 싶어도 잊을 수 없어"

구은서 2023. 2. 13. 18:05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무력감이 짓누르고 있다."

2006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튀르키예 대표 소설가 오르한 파묵(사진)은 지난 11일 뉴욕타임스에 튀르키예 지진 피해를 전하는 기고문 '무너진 콘크리트 밑에 깔린 소녀. 무엇을 해야 할지 알 수 없는 남자'를 실었다.

튀르키예 재난관리국에 따르면 지난 6일 튀르키예 남동부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인한 튀르키예 내 사망자 수는 12일 오후 기준 2만9000명이 넘는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콘크리트 밑 소녀' NYT에 기고

“무력감이 짓누르고 있다.”

2006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튀르키예 대표 소설가 오르한 파묵(사진)은 지난 11일 뉴욕타임스에 튀르키예 지진 피해를 전하는 기고문 ‘무너진 콘크리트 밑에 깔린 소녀. 무엇을 해야 할지 알 수 없는 남자’를 실었다.

파묵은 “나는 국민이 그렇게 화난 것을 본 적이 없다”며 정부의 대처가 부실하다고 비판했다. “사람들이 공무수행 차량과 경찰, 공무원의 길을 막고 항의하기 시작한다. 지진 발생 후 이틀이 지나서야 구호팀이 도착했는데, 너무 미약하고 늦었다.”

파묵의 글은 재난 이후의 풍경을 세세하게 묘사한다. 음식을 찾아 거리를 헤매는 사람들, 맨손으로 붕괴된 건물의 벽돌을 한 장씩 떼어내며 피난처를 찾는 사람들…. 비극적인 상황이 고스란히 전해져 독자로 하여금 재난을 극복하는 데 힘을 보탤 방법을 고민하도록 만든다.

글 제목은 그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목격한 지진 피해 현장의 한 장면을 요약한다.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영상 속 소녀는 무너진 콘크리트 건물 더미에 깔린 채 “여기 누가 있어요! 가지 마세요!”라고 외친다. 열 살쯤 돼 보이는 소녀는 말한다. “동생도 여기 아래 있어요.”

영상을 찍고 있는 남성은 ‘곧 도와주러 돌아오겠다’고 말하지만 그 약속은 지켜지기 힘든 상황이다. 튀르키예 재난관리국에 따르면 지난 6일 튀르키예 남동부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인한 튀르키예 내 사망자 수는 12일 오후 기준 2만9000명이 넘는다.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사람은 너무 많고, 곳곳의 도로와 다리가 파괴돼 구조대가 접근하기조차 쉽지 않다. 파묵은 “소녀가 구조되는 모습을 담은 또 다른 영상을 기다렸지만, 올라오지 않았다”고 했다.

1999년 1만7000명 넘는 사망자를 낸 마르마라 대지진 이후 재해로 황폐화된 얄로바에 방문했던 파묵은 또 다른 지진 앞에 이렇게 적었다. “그날의 풍경은 잊고 싶어도 잊을 수 없는 슬픔, 좌절감과 함께 나를 맴돌았다. 이런 이미지들은 새롭지만 너무나 익숙한 이미지들에 의해 밀려나고 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해외투자 '한경 글로벌마켓'과 함께하세요
한국경제신문과 WSJ, 모바일한경으로 보세요

Copyright © 한국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