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 앞두고 … 국민연금, 위탁사에 '의결권 적극 행사' 요구

김정범 기자(nowhere@mk.co.kr) 2023. 2. 13.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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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탁운용사 비공개 간담회
"인수합병, 인적·물적분할 등
기업가치 이슈 적극 대응"
소유분산기업 주주권 강화 등
3월 주총 최대 관전 포인트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 위탁운용사를 대상으로 올해 주주총회에서 적극적 의결권을 행사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이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이같이 주문한 것은 최근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책임 원칙)' 강화 움직임과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주식 121조원어치(작년 3분기 말 기준)를 보유한 국민연금의 적극적 의결권 행사는 올해 3월 상장사 주총의 최대 이슈가 될 전망이다.

13일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 위탁운용사 30곳 담당자를 대상으로 올해 주총 의결권 행사 세부 기준 등을 설명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한 국내 주식 위탁운용사 관계자는 "이날 국민연금은 이해 상충 가능성을 사전에 잘 파악해 공시해달라고 강조했다"며 "가령 계열사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할 때 이해 상충 문제가 있을 수 있는 만큼 독립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해달라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날 국민연금은 위탁운용사들이 자체적인 판단에 따라 적극적 의결권을 행사하라고 당부했다.

또 다른 운용사 관계자는 "중소형사에 대한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위탁운용사들의 경우 주총 일정을 잘 확인해서 최대한 의결권을 행사해달라는 언급이 있었다"며 "특히 인수·합병(M&A), 인적분할 이슈 등 기업가치에 큰 변화를 주는 이슈가 있을 때 상세한 자료를 만들고 검토해서 의결권 행사 내용의 질을 높여달라고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국민연금은 책임투자와 주주권 행사 등 수탁자 책임 활동을 강화하는 추세다. 이를 위해 2018년 7월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했다. 국민연금은 올해 주총에서 '소유분산기업'에 대해 강력한 주주권 행사를 예고한 상태다.

최근 행동주의 투자자와 소액주주 를 중심으로 주주가치 제고 움직임도 거세지고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 10일 열린 현대백화점 임시 주총에서 현대백화점이 지주사로 전환하기 위해 추진한 인적분할에 반대표를 던지면서 안건을 부결시킨 바 있다.

국민연금은 현대백화점 지분 8%를 보유하고 있지만 소액주주까지 합세하면서 실질적인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다. 국민연금은 1월 현대백화점에 대해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했는데, 이번 안건에 반대표를 던지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큰 방향성은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겠다는 기조라고 보고 있다"며 "주주가치가 훼손되는 부분이 있다면 과거와 달리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고 있는 만큼 운용사들에 이 같은 의지를 전달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의결권 위임 가이드라인에 따라 2020년부터 의결권 행사를 위탁운용사에 위임하고 있다. 일례로 2021년 행사한 의결권 3378건 가운데 1983건은 직접 행사했고, 1395건은 위임했다.

반대 비중은 직접 의결권을 행사한 경우 13.4%, 위임한 경우 20.3%로 위임 시 반대표를 던진 비중이 다소 높았다. 국민연금이 지난해 1~9월 행사한 3360건 의결권 가운데 반대 비중은 23.7%로 예년에 비해 높아졌다. 국민연금은 1주라도 직접 보유한 투자 대상 기업에 대해서는 위탁운용사에 의결권을 위임하지 않고 직접 행사하고 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정기 주총을 앞두고 16일에 의안 분석 자문기관, 17일에는 한국상장회사협의회 회원사를 대상으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세부 기준 등을 소개할 계획이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수탁자 책임활동의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연금이 1% 이상 지분을 보유한 기업은 647개사(2021년 기준)에 이른다. 5% 이상 보유한 상장사도 264개에 달한다. 웬만한 상장사 주식은 다 보유한 셈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사 선임 등 이사회 구성과 관련된 안건뿐 아니라 인수·합병, 분할 등 기업의 본질적 가치와 관련된 안건에 국민연금과 기관투자자들의 입김이 날로 세지고 있다"며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가 논란이 되지 않도록 거버넌스를 정비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정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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