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시원한 골프해방구, 스포츠는 축제여야한다[SS 포커스]

장강훈 2023. 2. 13.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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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도 마시고 환호와 야유도 마음껏 한다.

'정숙한 신사 스포츠'가 펼쳐지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매년 2월이면 볼 수 있는 장면이다.

관중은 맥주 등 음주도 가능해 슈퍼볼에 버금가는 스포츠 축제로 열린다.

매너도 좋지만, 프로스포츠는 기본적으로 축제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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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FP연합뉴스
[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맥주도 마시고 환호와 야유도 마음껏 한다. 휘파람 소리도 끊임없이 울려 퍼지고, 이곳저곳에서 응원구호도 외친다. ‘정숙한 신사 스포츠’가 펼쳐지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매년 2월이면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스코츠데일의 사나이’ 스코티 셰플러(27·미국)가 타이틀방어에 성공한 PGA투어 WM 피닉스오픈(총상금 2000만달러)은 ‘골프 해방구’로 불린다. 메이저리그(MLB)나 아메리칸풋볼(NFL)처럼 구름관중이 몰려들어 세계 최고 골퍼들의 샷에 열광하고 야유한다. 관중은 맥주 등 음주도 가능해 슈퍼볼에 버금가는 스포츠 축제로 열린다.

올해도 60만여 명이 피닉스오픈이 열린 TPC스코츠데일(파71·7261야드)을 찾았다. ‘콜로세움’으로 불리는 16번홀(파3)에는 1만6000여 관중이 들어차 샷 하나하나에 열광했다. 13일(한국시간) 치른 최종라운드에서 1타 차 선두를 달리던 셰플러가 4.6m짜리 파 퍼트에 성공하자 관중과 함께 환호했다. 관중 함성은 마치 월드컵에서 결승골을 넣은 것처럼 우렁찼다.

흥겨운 분위기는 선수들의 ‘쇼맨십’으로 고조된다. ‘톰 킴‘으로 PGA투어 정복에 나선 김주형(21·나이키)은 이번 대회에서 마이크를 차고 라운드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대회 중계사인 CBS는 스코츠데일을 찾지 못하는 골프팬을 위해 특정 홀에서 특정 선수에게 마이크를 채우는 이색 시도를 한다.

지난 12일 치른 3라운드에서 마이크를 찬 김주형은 13번홀(파5)에서 224야드를 남겨두고 캐디와 상의 끝에 6번이 아닌 5번 아이언을 선택해 홀컵 앞까지 공을 보내는 과정을 여과없이 보여줬다. 관중은 물론, 안방 팬에게도 무대체질이라는 것을 증명해 스타덤에 오를 준비를 한 셈이다.

13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에서 열린 PGA투어 WM 피닉스오픈 최종 4라운드 14홀에서 스코티 셰필드가 수많은 갤러리들 앞에서 세컨드 샷을 하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대회를 주최한 웨이스트매니지먼트(WM) 팻 윌리엄스 회장은 “피닉스오픈은 팬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대회다. 다양한 팬 서비스를 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올해는 안전과 교통량 증가 등을 고려해 라운드마다 입장객을 제한했지만, 주말 티켓이 모두 팔리는 등 큰 사랑을 받았다. 더 많은 팬에게 기회를 주지 못해 아쉬울 따름”이라고 밝혔다.

피닉스오픈은 ‘팬의 메이저대회’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침묵 속에 관전하다 그린 주변에서만 환호하는 다른 대회와 달리 대회기간 내내 흥겹게 응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선수가 샷할 때는 모든 소음은 사라진다. 그래봐야 20초 이내여서, 축제 분위기를 해치지 않는다.

갤러리의 동영상 촬영 소리, 발소리 등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선수들도 이 대회에서 만큼은 함께 즐긴다. 갤러리에게 손가락 욕설을 하거나 소음에 샷을 망쳐 클럽을 내리치는 등의 볼썽사나운 모습도 볼 수 없다. 시즌 개막을 앞둔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도 팬과 호흡하는 대회 개최를 고민해야 할 때다.

지나치게 높은 골프장 이용료 탓에 MZ세대에서 불던 골프 열풍이 사그라들었다. 매너도 좋지만, 프로스포츠는 기본적으로 축제여야 한다. 즐기지 않으면 스포츠가 아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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