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톡] 의사 VS 간호사, 간호법 갈등 왜?… "특정 직역 특혜 법안"

송연순 기자 2023. 2. 13.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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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협회 "입법 과잉·직역 간 갈등 부추길 것"
간호협회 "세계 96개국서 제정…미룰 수 없어"
대한의사협회·대한간호조무사협회·대한임상병리사협회·한국요양보호사중앙회를 비롯한 보건복지의료연대 소속 단체 관계자들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간호법 강행처리 규탄 선포식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간호법 제정안이 지난 9일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되면서 의사단체를 중심으로 13개 보건의료단체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대한간호조무사협회·대한임상병리사협회·한국요양보호사중앙회 등 보건복지의료연대 소속 '간호법저지 13개 단체 보건복지의료연대'는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간호법 강행처리 규탄 총력투쟁 선포식'을 열어 총파업 검토를 포함한 강력한 투쟁 의지를 밝혔다.

간호법을 두고 그동안 대한간호협회는 조속한 국회 통과를 주장해 온 반면 대한의사협회 등 다른 보건의료단체에서는 '특정 직역에 대한 특혜를 위한 법안'이라며 강하게 반발해 왔다. 직역간 첨예한 갈등 불러온 간호법의 주요 내용과 핵심 쟁점 등에 대해 알아본다.

◇간호법 제정 이유는

간호법은 한마디로 현행 의료법에서 간호사 관련 조항을 따로 떼어 내 만든 법이다. 논란이 되는 간호법 제정안은 기존에 간호사 업무를 규정했던 의료법과 별도로 간호사 업무 범위, 간호사 1인당 적정환자 수 등을 규정하는 독립 법안이다. 가정간호, 방문건강관리, 노인장기요양 등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현장에서 간호사가 담당하는 일은 늘어나면서 명확한 업무 규정이 필요한데 따른 것이다.

지난 2020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여야 3당이 간호법 제정을 약속하면서 국회에서 논의가 시작됐다. 이후 지난 2021년 3월 여야가 각각 간호법안을 발의했고, 지난해 5월 보건복지위 전체회의를 통과했지만, 의사협회 등의 반발로 법사위에 8개월 넘게 계류됐다.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되면서 최종 법제화를 위한 본회의 의결절차만 남겨두게 됐다.

◇간호법 제정안 어떤 내용 담겼나

간호법 제정안은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정숙 국민의 힘 의원이 발의한 간호법안과 최연숙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간호·조산사법 제정안 등 3건을 병합한 수정법안이다.

법안은 간호사의 근무환경 개선과 장기근속 유도, 숙련 인력 확보를 위한 정책을 수립하고 지원해야 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 간호사가 적정한 노동 시간 확보와 일·가정 양립지원 및 근무환경과 처우의 개선 등을 요구할 권리 등이 규정돼 있다. 또한 정부가 간호사의 인권침해를 예방하고 교육할 의무, 간호·간병통합서비스 관련 규정, 간호인력지원센터를 설립할 근거 등도 담겼다.

당초 세 명의 의원들이 대표발의한 법안들에는 간호사의 업무범위를 의사 처방에 따라 진료에 필요한 업무를 시행토록 허용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간호사의 독자 영역을 허용한 것이다. 하지만 대한의사협회가 이 부분에 대해 '간호사가 단독으로 진료하기 위한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는 단초가 될 수 있다'며 해당 부분을 문제 삼으면서 내용이 수정됐다.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현행 의료법과 동일하게 '의사의 지도 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로 규정하고 있다.

간호종합계획 5년마다 수립 및 3년마다 실태조사 실시, 간호업무 관련 기본지침 제정 및 재원 확보 방안 마련, 의료기관 책무 규정, 표준근로지침 관련 규정 등도 의사협회가 반대하면서 삭제됐다.

◇갈등 커지는 간호법 최대 쟁점은

법안의 최대 쟁점은 현행 의료법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간호사만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하는 게 필요한지 여부다. 의료법은 간호사를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조산사와 함께 의료인으로 규정하면서, 간호사 업무에 대해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의 지도 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라고 명시하고 있다. 새롭게 마련된 간호법 제정안에도 간호사의 이런 업무 내용이 사실상 그대로 담겨있다. 이는 간호법 제정안이 당초 간호사 업무 범위를 '의사의 지도 또는 처방 하에 시행되는 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로 확대했다가 다른 보건의료단체들의 반발을 샀기 때문이다.

법안 수정에도 불구하고 대한의사협회 등 의사단체는 여전히 간호법 제정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의사협회는 간호사들이 요구하는 내용은 현행 의료법과 보건의료인력지원법 개정으로 충분히 현실화가 가능하다면서 특정 직역만을 위한 법을 새로이 제정하는 것은 입법 과잉일 뿐 아니라 직역 간 갈등을 부추기게 된다고 주장한다.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간호법은 직역 간 상호협력을 방해할 뿐만 아니라 의료현장의 마비까지도 초래할 수 있다"며 "오는 26일 10만 보건복지의료원대 회원들이 참여하는 간호법 저지 총궐기대회를 개최하고, 필요하다면 13개 보건복지의료연대가 연대하는 총파업까지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간호법 제정안에 간호사 업무로 '간호조무사가 수행하는 업무 보조에 대한 지도' 부분이 들어간 것을 문제 삼고 있다.

대한간호조무사협회는 "간호단독법이 이대로 제정된다면 장기요양기관, 사회복지시설 같은 지역사회에서 일하는 간호조무사는 일자리를 잃거나 범법행위자로 몰리게 될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반면 간호협회는 간호법이 통과되면 앞으로 우수하고 숙련된 간호 인력의 양성과 적정 배치, 처우개선 등을 통해 간호인력이 지속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짐으로써 국민의 건강 증진과 환자 안전에 기여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다고 반박한다. 특히 간호협회는 간호법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33개국을 포함한 세계 96개국에서 별도로 제정됐다며 우리나라만 간호법 제정을 더는 미룰 수 없다고 주장한다.

신경림 간호협회 회장은 "간호법은 초고령사회에 지속해서 늘어나는 간호 수요와 코로나19 팬데믹 등 주기적 공중보건 위기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간호법이 본회의를 통과하는 날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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