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포럼] 새로운 게임체인저의 등장
생성AI 눈앞에 성큼
인터넷에 버금가는
혁명적 변화 일어날 수도
새 사업 기회 찾아야
지금은 인터넷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없지만 30년 전만 해도 인터넷은 낯선 단어였다. 그러나 인터넷은 우리 일상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기사를 쓰는 과정만 해도 그렇다. 인터넷 이전에는 취재에 앞서 사전 지식을 얻기 위해 지난 신문을 참고하거나 도서관과 서점 등을 돌며 관련 자료를 찾아야 했다. 정부나 기업에 자료를 요청해야 할 때도 있었다.
그러다 보니 지금보다 훨씬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대학에서 리포트와 논문을 쓸 때도 비슷하게 발품을 팔아야 했다. 1990년 중반 인터넷이 대중화될 무렵 이런 수고를 더 이상 안 해도 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인터넷으로 검색하면 모든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다는 뉴스가 쏟아졌다. 천리안 같은 PC통신이 최첨단이었던 시절이라 당시엔 인터넷이 바꿀 세상에 대한 기사를 반신반의하며 읽었다.
최근 불고 있는 챗GPT 열풍은 인터넷의 역사를 새삼 떠올리게 한다. 인터넷은 구글과 아마존, 메타 등 빅테크기업을 탄생시켰다. 한국에서도 인터넷이 없었다면 네이버와 카카오 같은 플랫폼 공룡이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쿠팡과 배달의민족, 마켓컬리 등 온라인 기반 비즈니스 모델도 불가능했다. 인터넷이 창출한 부가가치는 추정하기조차 힘들 정도로 엄청나다.
혁신기술의 등장은 '게임의 룰'을 바꾸게 마련이다. 이때 시장은 요동친다. 최강자가 몰락하고 스타트업과 언더독의 반란이 일어난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노키아가 무너지고 애플이 부상한 것이 한 예다. 비슷한 역사는 반복된다. 챗GPT 돌풍에 구글이 긴급 비상사태인 '코드 레드'를 발령한 것에는 이런 이유가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챗GPT가 단순한 유행에 그치지 않고 세상을 바꿀 것"이라고 단언했다. 기존 인공지능(AI)은 번거로운 컴퓨터 작업이 필요하고 정확성도 떨어지는데 챗GPT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이다.
그는 인간 대신 글을 읽고 써주는 능력이 모든 분야에서 혁명적인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내다봤다. 2년 안에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도 했다. MS가 챗GPT를 개발한 오픈AI에 10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한 것은 이런 그의 견해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공개된 챗GPT 3.5버전은 AI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을 대체할 날이 머지않았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어떤 질문을 해도 그럴듯한 답을 척척 내놓는다. 아직은 유치한 수준이지만 소설과 시를 쓰기도 한다. 내용은 상투적이나 최소한의 형식은 갖췄다. 이런 챗GPT가 보편적으로 사용되면 구글 방식의 검색은 종말을 맞을 수도 있다.
시장의 반응은 매우 뜨겁다. 미국에서는 부동산 중개업자들이 챗GPT를 서류 작성과 회계 보조에 이용하고 있다. 많은 기업은 이미 챗GPT의 기반 기술인 생성AI에서 다양한 사업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MS를 비롯한 빅테크기업들은 시장 선점 경쟁을 벌이고 있고 스타트업들도 챗GPT를 활용한 사업모델 찾기에 분주하다. 교육과 의료, 마케팅, 음악과 미술까지 거의 모든 분야에서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이런 기세라면 챗GPT가 인터넷에 버금가는 '게임체인저'가 될 가능성이 있다. 생성AI 중 하나인 챗봇만 해도 세계 시장 규모가 2026년에는 105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챗GPT는 기업뿐 아니라 창업을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드넓은 기회의 땅이다. 반도체와 통신에서 콘텐츠까지 모든 분야에서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발굴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구글과 아마존 등 기존 플랫폼 공룡과는 전혀 다른 빅테크기업이 탄생할 수도 있다. 챗GPT가 열어젖힐 세상을 먼저 상상할 수 있다면 새로운 사업과 혁신의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장박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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