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3년 전보다 퇴행한 KT 이사회

이재철 기자(humming@mk.co.kr) 2023. 2. 13.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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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 후보자 9명으로 압축, 12시간 넘는 면접 진행."

2019년 12월. 국내 대표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KT의 수장을 뽑는 과정은 치열한 마라톤이었다.

KT 출신 경영자들은 물론 전직 장차관 출신까지 KT 새 수장직에 도전했고, 이사회는 KT 설립 이래 처음으로 결선에 오른 복수 후보의 실명을 외부에 공개할 만큼 투명 경쟁을 지향했다. 이사회의 현미경 검증을 통해 현 수장인 구현모 후보가 약진하며 결승선을 통과했고 주주들의 승인을 얻었다.

이후 3년이 지난 지금의 KT 이사회는 오히려 투명성이 약화됐다. 임기가 다해 가는 구현모 대표가 작년 말 연임 의사를 내비치자 이사회는 신속하게 구 대표를 심사해 새 대표 후보로 단독 낙점했다. 이를 두고 최대주주(국민연금)의 반대 목소리가 표출되자 이사회는 구 대표 이외에 복수 후보자를 추가로 구성해 재검토에 나섰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이사회는 구 대표와 경쟁한 다른 후보가 누구였는지 면면을 공개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깜깜이 심사' 논란이 불거졌고 결국 KT 이사회는 3년 전처럼 다시 공개 경쟁 절차를 추진하기로 최근 입장을 바꿨다.

새 대표 선정을 두고 오락가락한 이사회의 실기는 지난 3년간 허약해진 사외이사 인적 구성과 무관치 않다. 경영진에게 가장 소신 있게 반대 입장을 펼쳤던 경제학자인 성태윤 사외이사는 지난해 연임되지 못하고 물러났다. 전문성도 낙제점이다. 단적으로 7명의 사외이사 중 A씨는 한 생명보험회사 사외이사로, B씨는 또 다른 생보사 이사회에서 뛰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의 과도한 개입이 KT를 흔든다고 비판하지만 이는 본질을 비켜 간 파편적 관점이다. KT 이사회가 과연 경영진을 제대로 감독, 견제할 수 있는 '기초체력'이 있는지 깊은 반성과 성찰이 필요하다. 뒤늦게나마 이사회가 3년 전처럼 대표 후보자를 공개 모집하고 이를 주주에게 소상히 공개하겠다고 약속한 점은 천만다행한 일이다. 현직 대표를 비롯해 KT를 이끌 대표 후보자들이 주주 앞에서 멋진 경쟁을 펼치길 응원한다.

[이재철 디지털테크부 humming@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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