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하이브가 에스엠 인수 나선 이유가…미스터 에브리씽 때문?

김성훈 2023. 2. 13.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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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 인수 나선 하이브 속내 따져보니
잠재적 원매자에서 '백기사'로 등판
엔터업계 부동의 1위 굳히기 움직임
'지금 나서지 않으면 패권 빼앗긴다'
1.2조 유치 카카오엔터 견제 목적도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BTS(방탄소년단)로 유명한 하이브(352820)가 에스엠(041510) 인수에 나서면서 화제다. 에스엠 이사회와 카카오(035720)가 의기투합해 창업주인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를 회사에서 몰아내려 하자 이에 대한 맞대응으로 하이브가 인수전에 등장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뭐, 아주 틀린 얘기는 아닐 수 있다. 오랜 기간 케이팝 업계에 몸담은 서울대 동문 간의 허심탄회한 대화가 새 국면을 촉발시켰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이면을 들여다보면 하이브의 에스엠 인수에는 더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이유가 있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연초 1조2000억원의 자금을 유치한 카카오엔터테인먼트(카카오엔터)를 의식한 결정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번에 나서지 않으면, 자칫 업계 패권을 뺏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공격적인 인수전 참여 배경으로 꼽힌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에스엠의 물 수제비…업계 전체에 파장

하이브는 지난 10일 이 전 총괄이 보유한 지분 가운데 14.8%를 4228억원에 인수하면서 에스엠 최대주주로 뛰어올랐다. 하이브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일반주주를 대상으로 지분 공개 매수에 나섰다. 내달 1일까지 에스엠 소액주주가 보유한 보통주 지분 25%를 주당 12만원에 사들이기로 했다. 이를 합해 40%에 육박하는 지분으로 최대 주주 자리를 공고히 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이브의 등장을 두고 이 전 총괄과 에스엠 이사회 간 갈등이 주요 원인 아니었느냐란 관측이 우세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달 7일 카카오가 에스엠 지분 9.05%를 확보해 2대 주주로 올라섰기 때문이다. 거버넌스 개선을 명목 삼아 이사회와 카카오가 지분을 사고팔면서 창업주인 이 전 총괄을 압박하는 그림을 연출했다.

복수의 원매자들과 경영권 매각을 두고 장기간 협상을 이어가던 이 전 총괄 입장에서는 자신의 의지와 별개로 회사 경영권을 뺏길 수 있다는 우려가 촉발된 순간이었다. 서울대 선후배이자 오랜 기간 연예계 인연으로 맺어진 방 의장에게 경영권 인수를 제안했다는 얘기가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하이브는 세간에 불거진 이 전 총괄과의 영향력 유지설에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 하이브는 “이 전 총괄이 경영권을 행사한다거나 프로듀서로 에스엠에 복귀한다는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이 전 총괄은 정기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하이브에 위임하기로 했으며 주주제안을 통해 하이브가 지정한 인사를 이사로 선임하는 데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하이브의 에스엠 인수전 등장을 조금 더 들여다보면 앞선 이유 외에도 한층 다양한 이유가 녹아있다. 방 의장이 자선 사업가가 아닌 이상 ‘사 달라고 해서 사줄’ 이유도 없거니와, 하이브 입장에서 에스엠 인수는 재정적인 측면에서도 만만치 않은 도전이어서다. 증권가에서는 하이브가 이 전 총괄 지분과 공개 매수에 들어갈 자금이 1조137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이브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지난해 3분기 기준)이 9030억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곳간을 탈탈 털어 인수에 나서야 하는 셈이다.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초대형 투자받은 카카오 엔터 견제 목적도

자본시장 설명을 종합하면 하이브는 에스엠 경영권 인수 얘기가 나올 때부터 잠재적 원매자로 꼽히고 있었다. 카카오(035720)나 CJ ENM(035760)처럼 협상 테이블을 꾸리면서 구체적으로 덤비지 않았을 뿐, 인수에 대한 의지는 늘 품고 있었다고 한다.

변수는 이 전 총괄의 매각 의지였다. 이 전 총괄은 에스엠 경영권 매각 논의를 정해진 기간에 끝낸다는 계획을 세우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건을 맞춰본 뒤 만족스러우면 팔고 아니면 팔지 않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회사 내부에서도 ‘쌤(이 전 총괄의 회사 내 명칭) 의중이 중요하다’는 말이 흘러 나왔다. 매각 협상이 수년간 이어진 것도 여기에 이유가 있다는 설명이다. 그런데 뜻하지 않게 분위기가 급변했고 분위기 전환 카드가 필요한 순간, 방 의장의 손을 잡았다는 말도 나온다.

사실 더 중요한 지점은 에스엠 인수로 불거진 카카오계(系)와의 주도권 싸움이다. 카카오가 에스엠 경영권을 가져갈 경우 향후 마주해야 할 패권 경쟁이 녹록지 않음을 예견한 하이브가 선공에 나섰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카카오엔터는 지난달 ‘미스터 에브리씽’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이끄는 국부펀드인 퍼블릭인베스트먼트펀드(PIF)와 싱가포르투자청(GIC)으로부터 각각 6000억 원씩 총 1조2000억 원 규모 투자를 유치했다. 국내 콘텐츠 기업이 받아낸 해외 투자 유치액 가운데 최대 규모이자 카카오 계열사 내에서도 역대 최대 투자다.

이 과정에서 카카오엔터가 인정받은 기업가치만 11조원 수준이다. 해당 수준을 유지하며 기업공개(IPO)에 성공할 경우 하이브를 누르고 최대 규모 엔터사로 발돋움하는 셈이다. 2조7000억원대 규모의 상장사이자 아이돌 명가로 꼽히는 에스엠 경영권까지 꿰찬다면 격차는 더 벌어질 수밖에 없다. 하이브 입장에서 공격적인 경영권 인수가 더 났다고 판단한 이유다.

한 자본시장 관계자는 “하이브 입장에서는 에스엠 인수로 업계 1위 지위를 유지하는 한편 잠재적 경쟁자를 견제하는 두 가지 목적이 깔려 있다”며 “때마침 불거진 에스엠의 경영권 분쟁을 하이브 입장에서 입지 강화로 승화시키려 한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성훈 (sk4h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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