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아시스, 컬리 따라 상장 철회... 이커머스 투자 유치·상장 적신호

연지연 기자 2023. 2. 13.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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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커머스 상장 1호는 아직 빈 자리
컬리 이어 오아시스도 상장 철회
이커머스 투자 유치·상장 계획에 적신호
”이커머스 바라보는 시선 달라진 것 인정해야”

새벽배송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업체 가운데 유일한 흑자 기업인 오아시스가 결국 상장을 철회했다. 이커머스 새벽배송 업체의 상장 철회는 이번이 두 번째다.

오아시스는 13일 “최종 공모가 확정을 위한 수요예측을 실시했으나 회사 가치를 적절히 평가받기 어려운 측면 등 제반 여건을 고려, 공동 대표주관회사의 동의 하에 잔여 일정을 취소하고 철회신고서를 제출한다”고 밝혔다.

오아시스 본사./조선DB

당초 오아시스는 3만500원~3만9500원 사이의 공모가격을 희망했다. 이 정도 공모가격을 인정받았다면 오아시스의 시가총액은 9679억~1조2535억원 수준. 하지만 기관투자자 다수가 희망 공모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수요 예측에 참여하면서 당초 원했던 기업가치의 60% 수준만 인정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업계(IB) 관계자는 “기관 투자자들은 2만원 중반대 수준의 공모가를 적어냈다”면서 “아무리 흑자를 내는 이커머스 기업이라도 영업이익 77억원(3분기 누적 기준) 수준으로 1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긴 무리였다고 본다”고 했다.

IB업계에선 이커머스 기업을 바라보는 시선이 1~2년 전과는 완전히 달라졌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컬리의 상장 철회만 해도 금리가 급등하는 등 순식간에 시장 분위기가 얼어붙었던 시기라는 생각이 우세했지만, 최근엔 증시가 단기 강세장을 보이는 등 분위기도 나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오아시스는 컬리보다 몸집은 작지만 이커머스 새벽배송 기업 중에 유일하게 흑자를 내고 있는 기업이다. 증권가의 한 유통 담당 애널리스트는 “시장점유율이나 흑자 여부와 상관없이 일단 이커머스 기업의 사업 모델에 의구심이 큰 상황”이라면서 “투자자들은 이커머스 기업에 수익을 낼 수 있는 역량 대비 기업가치가 과대평가 됐다고 보고 있다. 한 마디로 업에 대한 평가가 부정적이다”라고 했다.

투자자들의 시선이 바뀐 가장 큰 이유는 온라인 시장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 따르면 온라인 매출 증감률은 ▲2020년 18.4% ▲2021년 15.7% ▲2022년 9.5%로 감소했다. 반면, 오프라인 매출은 ▲2020년 -3.6% ▲2021년 7.5% ▲2022년 8.9%로 증가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시대가 저문 엔데믹(풍토병화) 시대가 이커머스 새벽배송 업체엔 악재”라면서 “대면 활동을 근간으로 한 오프라인 소비가 늘다 보니 온라인 소비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했다.

투자자들은 이커머스 새벽배송의 선두 주자인 컬리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컬리는 올 초 기업공개를 무기한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기업가치가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상장하는 것보다는 때를 기다리며 사업을 영위하는 것이 좋다고 판단한 것이다.

컬리는 한때 기업가치 4조원을 넘었으나 최근엔 1조원대 수준으로 하락했다. 버티기에 돌입한 컬리는 엔데믹 시대에 대비해 뷰티컬리 신사업을 시작하고 물류센터 두 곳을 새로 추가하는 등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컬리 관계자는 “요즘 같은 때에 상장하지 않고도 사업을 이어갈 수 있는 회사가 건실한 것”이라면서 “상장 연기에 따른 불안감 등은 내부에 전혀 없고 매출 규모도 평균치를 훨씬 웃돌아 성장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투자업계에서는 컬리가 진퇴양난에 버금가는 어려운 상황을 타개하는 중이라는 평가가 많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컬리의 보유현금은 40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되는데, 지난 2021년의 적자 수준이 반복된다면 이 정도 보유현금은 2년 만에 소진될 수 있다. 컬리는 지난 2019년부터 꾸준히 적자를 보고 있다. 2019년 적자 규모는 986억원이었으나 매출이 늘면서 2021년 적자 규모는 2177억원까지 늘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기업가치를 낮추면서 투자를 유치하는 것은 기존 투자자들의 지지를 끌어내기 어렵고, 그렇다고 이런 분위기를 인정하고 상장도 할 수 없다”면서 “쿠팡이 흑자전환을 보여준 것과 같은 수익성에 대한 기대감을 심어줘야 하는데 단기간에 전환은 쉽지 않아 고민이 클 것”이라고 했다.

신세계그룹 계열 이커머스 기업 SSG닷컴이나 SK그룹 계열의 이커머스 기업 11번가의 고민도 크다. 2021년 10월 상장 주관사를 선정한 SSG닷컴은 올해 흑자 전환을 위한 사업 모델을 만드는 데 고심하고 있다. SSG닷컴 관계자는 “내실화에 더 집중하는 한 해”라고 했다.

11번가도 당장은 상장 절차에 속도를 내지 않고 관망하고 있다. 11번가는 작년 8월 주관사 선정을 할 때 만해도 2조7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것으로 기대됐지만 최근 장외시장에서 인정받는 기업가치는 1조원 중반 수준이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성장 지표에만 집중해온 회사가 이젠 적자를 줄이고 궁극적으로 흑자 전환하는 것을 보여주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면서 “당분간 상장도, 투자유치도 쉽지 않을 것이라서 수익을 내도록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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