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금융 대출 여전히 바늘구멍 …"불법사채라도 쓸 판"
한달만에 1%P 급등 13%달해
대부업체 몇 달째 개점휴업중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은행권 돈 잔치를 비판하면서 상생금융 지원 대상으로 '취약차주(어려운 국민), 자영업자, 소상공인'을 지목했다. 작년 유례없는 고금리 환경에서 살인적 이자와 '돈 가뭄'으로 가장 힘들어했던 이들이다.
벼랑 끝에 내몰린 중저신용자들의 고통은 현재진행형이다. 올 들어 예금금리가 급락했지만 대출금리는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있고, 2금융권과 대부업체에서 돈 구하기마저 하늘의 별 따기다. 작년 하반기부터 대출 장벽을 높인 2금융권은 올 들어서도 여전히 영업에 소극적이다. 당장 생활비가 부족한 서민들은 저축은행이나 대부업체에서조차 돈을 빌리지 못해 불법 사채로 내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날 금융권에 따르면 상상인저축은행은 지난해 7월부터 개인신용대출 판매를 중단한 후 지금까지 재개하지 않고 있다. 일부 저축은행은 지난해 말부터 대출 중개 플랫폼을 통한 신용대출 접수를 막아뒀다. 그나마 대출을 재개한 곳도 1~2주 단위로 열었다가 닫아 사실상 금융소비자가 정상적으로 이용하기 어렵다.
지난해 4분기부터 대출을 대폭 줄여온 저축은행 업계는 지금도 좀처럼 대출문을 열지 않고 있다. 자금조달이 어렵고 금리는 오르면서 마진이 줄어든 탓이다. 특히 연체율이 가장 높은 개인신용대출은 금리를 빠르게 올리면서 문턱을 높였다. 업계 1위 SBI저축은행의 개인신용대출 금리별 취급 비중을 보면 지난해 12월 연 16%를 초과한 고금리 대출 비중은 76.2%로, 2021년 12월(38.1%)의 두 배에 달했다. 대형사인 A저축은행의 개인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지난해 11월 연 17.08%, 12월 연 18.14%, 지난달 연 18.18%로 계속 오르고 있다. 대출금리 상승 속도 또한 심상치 않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저축은행 업권의 신규 신용대출 금리는 지난해 11월 연 11.96%에서 12월 연 13.07%로 급상승했다. 대출금리가 한 달 사이 1%포인트 이상 오른 것은 2016년 말 이후 처음이다. 올 들어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 금리가 1.2%포인트 이상 떨어졌지만 중저신용자들의 대출금리는 여전히 최고금리(20%)에 육박하고 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자금을 조달해도 대출 운용처가 마땅치 않아 업계 전반적으로 수신금리를 낮추는 분위기"라며 "그런데도 대출금리가 떨어지지 않는 것은 굳이 대출을 늘릴 이유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부업계 상황은 더 어렵다. 업계 1위, 2위인 아프로파이낸셜대부, 리드코프 등이 몇 달째 개점휴업 상태다. 신용대출은 자취를 감춘 지 오래이고 담보대출 문턱도 높아졌다. 대부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에는 가장 높은 금리 구간인 연 17~20% 이자로 약정하면 주택담보대출비율(LTV) 90%까지 대출이 나왔지만 지금은 같은 금리 구간에서도 LTV는 최대 70%만 인정된다. 그나마 '알짜 담보'로 통했던 서울 아파트마저 대출문을 뚫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업계 관계자는 전했다. 한 대부업체 대표는 "큰 업체들이 사실상 영업을 중단하면서 현금이 많은 개인들이 투자 목적으로 대부시장에 공급자로 유입되고 있을 정도"라고 전했다.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은 불법 사채시장으로 내몰리고 있다. 명동 등 골목상권에는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사채 광고물이 다시 등장했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2021년 7월 이후 사채시장으로 내몰린 서민은 3만8000명에 달한다.
[명지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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