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서 첫 합동연설…金 "대통령과 긴밀 공조" 安 "총선승리 도구"

與전대 합동연설회…千 "보수가치 증명" 黃 "당원중심 정당"

국민의힘 3·8 전당대회에 출사표를 던진 당권주자들이 13일 오후 제주시 퍼시픽호텔에서 열린 '힘내라! 대한민국-제3차 전당대회 제주 합동연설회'에서 손을 맞잡고 당원에게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황교안, 안철수, 김기현, 천하람 당 대표 후보. [사진=뉴시스]

[아이뉴스24 정호영 기자] 국민의힘 차기 지도부 선출을 위한 3·8 전당대회 후보자 합동연설회가 13일 제주를 시작으로 첫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당대표 후보 4명은 윤석열 정부 3대 개혁(노동·연금·교육) 완수·제22대 총선 압승 등 당권 경쟁력을 부각하는 한편 제주 제2공항 조속 건설, 4·3 사건 해결 등 지역 숙원 사업 처리를 약속하며 당원들의 지지를 호소했다.

김기현 후보는 이날 제주 퍼시픽호텔에서 열린 합동연설회에서 "정권교체 완성을 위해 내년 총선이 너무 중요하다"며 "당대표가 당을 안정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몇달 전 지도부에 불협화음이 생겨서 난리법석이 났고 그 후유증이 지금도 남아 있다"며 "이번에 뽑는 당대표가 또 불협화음 일으키면 되겠나"라고 했다.

그러면서 "저는 한 번도 당을 떠나지 않은 사람"이라며 "김기현이 돼야 당이 안정된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대통령과의 긴밀한 소통, 정부 3대 개혁과제 완수 의지를 강조했다. 김 후보는 "노동·연금·교육 개혁해야 하는데 아무도 안 하면 국민들이 뭐라고 하겠나"라며 "야당은 말로 정치한다. 여당을 비판하면 되지만 여당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은 우리가 당연히 비판해야 하지만 그 비판 만으로는 절반만 이긴다. 나머지 절반은 일을 통해 성과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과의 관계도 강조했다. 김 후보는 "그런 성과를 만들어내려면 대통령과 손발이 맞아야 한다"며 "대통령과 자꾸 어긋난 길로 가고 당정분리라고 하면서 지도부가 대통령을 견제해야 한다고 하면 왜 우리가 여당을 하나. 야당을 해야 한다. 여당은 대통령과 당정협의하면서 긴밀히 공조하고 협력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전당대회 슬로건으로 내걸었던 '연포탕'(연대·포용·탕평)을 언급하며 "당을 대통합해야 한다"며 "대선 당시 우리를 원팀으로 만들었었다. 그 실력으로 당을 하나로 만들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제주 현안과 관련해서는 "제2공항을 조속하게 건설하고 제주관광청 만들어야 한다"며 "제주도가 정 안 되면 (총선에서) 비례대표라도 내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 일을 하려면 여당 대표가 힘이 있어야 한다"며 "대통령과 손발이 착착 맞는 힘있는 대표가 돼야 일을 제대로 한다"고 강조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가 13일 오후 제주시 퍼시픽호텔에서 열린 '제3차 전당대회 제주 합동연설회'에서 정견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안철수 후보는 제22대 총선 압승의 적임자임을 강조하며 호남과 함께 보수정당 최대 험지로 거론되는 제주 출마 가능성도 시사했다.

안 후보는 "민주당은 2004년 총선 이래 20년간 제주 의석을 모두 독식했다. 당이 새롭게 성장하려면 제주 같은 어려운 곳에서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며 "출마 지역도 전적으로 당에 맡기겠다. 당이 원한다면 이곳 제주도 좋다. 수도권 험지보다 어렵더라도 기쁘게 출마하겠다. 제주에서 20년 만의 총선 승리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도전을 할 수 있는 당대표가 누구인가"라며 "안철수를 총선 승리의 도구로 써달라. 민주당을 궤멸시키고 반드시 170석 총선 압승을 이루겠다"고 했다.

안 후보는 "정권교체 과정에서 저 안철수가 했던 일을 기억해달라. 4·7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 몸을 던져 정권교체의 물꼬를 텄고, 대선후보 단일화를 통해 0.73% 기적의 승리로 정권교체를 이루는 데 기여했다"며 "저는 건강한 보수주의자로서 국민의힘에 완전히 뿌리를 내렸다"고 강조했다. 일부 경쟁주자로부터 공격받는 옅은 보수 정체성 논란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안 후보는 "대통령직인수위원장으로서 국정과제를 만들었다. 제주의 발전을 어떻게 도와야 하는지 누구보다 잘 안다"며 제주 제2공항 조속 착공, 제주 관광청 신설 등을 약속했다. 김 후보에게 양자토론을 제안하기도 했다. 안 후보는 "국민과 당원이 우리 둘 중 누가 더 당대표 적임자인지 판단할 수 있도록 저는 김 후보와 더 많은 토론으로 경쟁해야 한다"며 "시간, 장소, 방식 상관없이 다 좋다. 자신 있다면 숨지 말고 당당하게 나오라"고 촉구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가 13일 오후 제주시 퍼시픽호텔에서 열린 '제3차 전당대회 제주 합동연설회'에서 정견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천하람 후보는 '보수의 책임'에 대해 정견발표 시간(7분) 대부분을 할애했다. 먼저 "주말 사이 참 부끄러운 이야기가 많았다. 대통령 탈당에 이어 탄핵까지 언급하며 우리 당원들을 협박하는 일까지 있었다"며 안 후보가 당대표가 될 경우 대통령이 탄핵당할 수 있다는 취지의 김 후보 발언을 비판했다. 그는 "연설 원고를 바꿔야 하나 고민도 했지만 저까지 이 선거의 수준을 낮출 수 없었다"고 했다.

이어 최근 난방비 급등 사태를 거론하며 "우리 당과 정부는 난방비 지원을 확대하자는 대책을 내놓았지만 국민들의 어려움을 온전히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라며 "그렇다고 국가재정을 신경쓰지 않고 무작정 빚을 늘릴 수도 없다. 하지만 우리가 주어진 상황에서 최대한 노력하고 있는지는 끊임없이 돌아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 제주에 사는 젊은 아버지가 난방비와 아들의 학원비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할 상황에 놓여있다면 그것은 천하람의 문제, 국민의힘의 문제"라며 "미취학 아동을 키우는 집에는 소득요건과 관계없이 통 크게 지원해야 한다. 가장 집이 따뜻해야 할 12개월 미만 아이를 키우는 가정은 더욱 두텁게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천 후보는 우리나라 도시가스 보급률이 76.9%인데, 제주 지역은 11.7%로 전국에서 가장 낮다"며 "열악한 제주 도시가스 보급률을 2027년까지 전국 평균 77%까지 끌어올리겠다"고 약속했다. 또 "말로만 총선 승리를 외치는 대신 국민의 신뢰를 얻을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하고 역량을 증명하겠다"며 "보수가 훨씬 더 멋지게 국민의 삶을 책임질 수 있음을 유감없이 증명하겠다"고 강조했다.

3·8 전당대회 후보자 합동연설회가 열리는 제주 퍼시픽호텔에 참석한 관계자들이 각 후보들을 응원하고 있다. [사진=정호영 기자]

황교안 후보는 "국민의힘은 여러분의 당이다. 국민의힘의 주인은 바로 당원동지 여러분이다. 제가 대표가 되면 국민의힘은 명실상부한 '당원중심 정당'이 될 것"이라며 "최고위원, 여의도연구원장을 비롯한 주요 당직은 여러분의 자리가 될 것"이라고 외쳤다.

이어 "제주 공항 신설, 스마트 관광산업 등 숙원사업이 많다. 제주에 당 정책기구를 만들어 당원들과 현안을 해결할 것"이라며 "당원의 능동적인 힘으로 총선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쟁주자들 거명하며 비판하기도 했다. 황 후보는 '윤심' 후보로 꼽히는 김 후보와 비윤 주자로 분류되는 천 후보를 향해 "'윤심팔이'하면서 사리사욕이나 챙길 때인가"라며 "당을 '분탕질'하면서 자기 잇속이나 챙길 때인가. 우리 당에 가짜가 많아 걱정이 태산"이라고 했다. 또 안 후보의 과거 국민의당·바른미래당 등 창당 전력을 거론하며 "자신이 만든 당을 다 망가뜨리고 다시 국민의힘으로 돌아왔다"며 "그래서 뻐꾸기라고 하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한편, 당대표 후보 연설에 앞서 최고위원 후보 8명(김병민·김용태·김재원·민영삼·정미경·조수진·태영호·허은아), 청년최고위원 후보 4명(김가람·김정식·이기인·장예찬)도 각각 5분씩 정견발표를 통해 지지를 호소했다. 후보들은 이날 제주를 시작으로 7차례 권역별 합동연설회를 갖는다. 내일(14일)은 부산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서 부산·울산·경남 당원을 상대로 합동연설에 나설 예정이다.

/제주=정호영 기자(sunris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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