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나랏빚 폭증에도 … 재정준칙은 6개월째 국회서 낮잠
지난해 나라 살림 적자가 100조원을 넘어섰다. 2019년 54조400억원이던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2020년 112조원으로 급증한 후 3년째 100조원대 안팎으로 굳어진 상태다. 국가채무도 빠르게 늘어 지난해 1000조원을 돌파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적자 비율도 50%에 육박한다. 지난 5년간 확장적 재정 운용이 지속된 여파로, 이렇게 가다가는 다음 세대에 텅 빈 곳간과 빚만 물려주게 될 형편이다. OECD는 구조개혁이 없다면, 한국 정부 부채비율이 2060년 GDP의 140%를 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재정준칙 관련 법안은 6개월째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9월 '관리수지 적자 한도를 GDP의 3% 이내로 제한하되 국가채무비율이 60%를 초과할 경우 적자 한도를 GDP의 2%로 축소'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하는 재정준칙 도입 방안을 발표하고, 지난 국회에서 법 개정을 추진했다. 하지만 예산안과 세법개정안에 밀려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굳이 지금 도입해야 하느냐"며 반대하고 있는데, 이번 임시국회에서도 처리를 미룬다면 야당은 국가 재정건전성 확보는 뒷전이고 퍼주기·포퓰리즘에 치중한다는 비난을 받아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위기때는 정부 지출을 늘려야 한다는 반론도 있지만,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야 할 때는 재정준칙 적용을 면제할 수 있는 만큼 제도 도입을 미룰 이유가 없다. 재정준칙 도입은 국가채무 예측 가능성을 높여, 국가 신인도 향상과 기업 자금 조달 비용 하락에도 도움이 된다. 지속가능한 재정 유지는 빠르게 진행되는 고령화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1970~2018년 55개국의 실증연구를 통해 재정준칙 도입이 재정 적자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38개 OECD 회원국 가운데 재정준칙을 도입한 적이 없는 나라는 한국과 튀르키예뿐이기도 하다. 15일로 예정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재정소위는 관련 법(국가재정법)을 논의해, 재정준칙 법제화를 서둘러야 한다. 이미 늦어도 한참 늦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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