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이코노미스트] 오픈뱅킹 시대를 위한 진짜 준비

2023. 2. 13.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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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가 고객정보 빗장 풀자
1~2년 새 대세 된 오픈뱅킹
정신 못 차릴 혁신의 속도
데이터·신용 이해를 돕고
절제 키워줄 금융교육 필수

지난 1~2년 동안 유럽연합(EU) 선진국에서는 소비 생활에 큰 변화가 생겼다. 많은 사람이 신용카드를 사용하지 않기 시작한 것이다. 연령대가 높은 사람들에겐 1990년대만 해도 물건을 살 때 거의 현금을 지불했던 기억이 있다. 그 당시에는 지금처럼 신용카드를 매일 사용하지 않고 어떤 물건을 사야 하는데 당장 돈을 지불할 여유가 없을 때 사용하는 지불 수단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대다수의 사람이 당장 지불할 돈이 있더라도 편리함 때문에 신용카드를 매 순간 사용하게 됐다.

이제 신용카드 없이도 돈을 지불할 수 있는 방법이 생겼다. 바로 오픈뱅킹의 혜택이다. 오픈뱅킹은 제3의 사업자(Third-Party Providers·TPPs)가 은행을 포함한 금융기관에 API로 접근해서 결제하거나, 자산을 운용하는 등의 금융과 관련된 거의 모든 서비스를 제공한다.

결제와 관련된 구체적인 예를 들어보자. 온라인에서 면도날을 구독형으로 파는 회사가 있다. 그럼 구독형 서비스에 가입하는 소비자는 기존에는 신용카드를 이용해 결제하고 매달 구독료가 신용카드를 통해 청구된다. 하지만 해당 회사가 오픈뱅킹을 이용하게 되면 바로 소비자의 은행 계좌에 연결해서 결제받을 수 있게 된다.

오픈뱅킹 도입으로 여러 가지 상황이 달라진다. 회사와 구매자는 신용카드라는 중간매체가 없어지면서 결제 프로세스에서 나오는 비용을 절감한다. 또한 기존 방식에서는 신용카드의 유효기간이 지나면 회사가 구매자에게 다시 결제 정보를 요청해야 했고 이 과정에서 고객을 잃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하지만 은행 계좌는 신용카드처럼 유효기간이 없기 때문에 판매회사 입장에서는 훨씬 좋은 선택이 된다.

오픈뱅킹이 처음 제안된 시기는 거의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최근에 들어와서 유럽을 시작으로 엄청난 변화를 보이고 있다. 사실 금융산업은 정부 규제가 가장 심한 산업이라 해도 무리가 아닐 만큼 엄격한데, 이렇게 큰 변화가 일어날 수 있는 배경에는 정부와 감독기관의 법 개정이 있다. EU는 'Revised Payment Services Directive(PSD2)'라는 법에서 금융기관이 API를 통해 TPPs의 앱 등으로 고객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변화는 최근 1~2년 동안 소비자가 은행에 돈이 있다면 지불을 다음달까지 자동으로 미루는 신용카드를 쓸 이유가 없어지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많은 사람이 오픈뱅킹을 할 수 없는 경우가 아니라면 굳이 신용카드를 쓰지 않는 행동 패턴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마치 편리하다는 이유로 신용카드가 현금을 대체했듯이 오픈뱅킹이 신용카드를 대체할 수 있을까?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우리가 간과한 한 가지 사실이 있다. 바로 당장 돈이 없어도 빌려서 소비할 수 있다는 신용카드의 중독성이다.

세계의 금융업계를 항상 들여다보고 있는 필자도 정신이 없을 정도로 금융은 핀테크를 바탕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오픈뱅킹을 통한 결제는 그저 하나의 예시다. 핀테크를 바탕으로 개인은 돈을 빌리고 갚을 뿐만이 아니라 자산을 관리하기도 한다. 현재 핀테크에서 가장 큰 테마는 개인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초개인화된 금융이다. 각자 다른 사람들이 이제까지 같은 방법으로 금융을 이용했다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을 해결하는 혁신이다.

문제는 모든 혁신이 불러온 기술과 혜택을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금융교육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왠지 철 지난 금융교육의 중요성을 부르짖는 결론으로 마무리된 듯하지만 금융교육은 단지 주식을 사서 오래 묵혀 두면 좋다는 식의 가르침이 아니다. 자신의 데이터 사용을 이해하고, 신용을 이해하고, 절제되고 계획된 금융생활을 배워야 하는 필수과정이다.

[영주 닐슨 성균관대 SKK GSB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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