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갭투자’로 집 산 임대인 28%는 ‘영끌’해야 보증금 겨우 돌려준다

심윤지 기자 2023. 2. 13.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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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연구원, ‘위험 추산’ 첫 조사 결과
73만3000가구 중 20만9000가구 해당
5000가구는 보증금 돌려줄 능력 없어

‘갭투자’ 방식으로 매입된 주택 73만 가구 중 28%는 보증금 미반환 위험이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주택 가격이 20% 하락하는 경우 이 비율은 약 40%까지 늘어났다. 갭투자로 산 주택 10곳 중 4곳은 전세 보증금을 제때 돌려주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부동산 하락기에 매매가와 전세가가 동반 하락하면서 ‘역전세’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갭투자 규모와 보증금 미반환 리스크를 구체적으로 산출한 조사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 단지의 모습. 연합뉴스

박진백·김지혜·권건우 국토연구원 부연구위원은 13일 ‘전세 레버리지(갭투자) 리스크 추정과 정책 대응 방안’ 보고서를 발표했다. 2017년 9월부터 2022년 6월까지 국토교통부에 제출된 ‘주택취득자금 조달 및 입주 계획서’를 최초 분석했다. 이후 이를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와 비교해 임대인의 보증금 반환 여력을 파악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세입자 보증금을 승계하는 방식으로 매입된 주택은 73만3000가구로 집계됐다. 이중 현금성 금융자산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고려한 추가 대출, 보유 임대주택까지 처분해야 보증금 반환이 가능한 경우는 20만9000가구에 달했다. ‘갭투자’ 주택 28%가 보증금 미반환 위험이 있다는 뜻이다.

전체의 0.6%(5000가구)는 현금, 대출, 임대주택 처분이라는 방법을 모두 동원해도 보증금 반환이 불가능했다. 이는 매입 이후 집값이 전혀 하락하지 않았다는 가정 하에 계산된 수치다. 매입 당시 가격과 비교해 집값이 15% 하락할 경우 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하는 주택은 1만가구로, 27% 하락할 경우 1만3000가구로 증가했다.

연구팀은 보증금 미반환 위험 주택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증가하기 시작해 내년 상반기 정점에 이를 것으로 봤다. 매입 이후 집값이 20% 하락할 경우 갭투자로 산 주택의 약 40%가 보증금 미반환 위험 주택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박 부연구위원은 “이번 조사는 주택법 상 자금조달계획서 제출이 의무화된 조정지역만 대상으로 했다”며 “2019년 부동산 규제의 풍선효과로 조정지역 인근 집값이 크게 뛰었음을 고려하면, 이번 조사에서 추산된 보증금 미반환 위험 주택 규모는 말 그대로 최소값”이라고 했다.

연구팀은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 사용이 늘수록 보증금 미반환 위험이 감소한다고도 분석했다. 리스크가 근본적으로 해소되는 것은 아니지만, 보증금 반환 시점이 2년 후로 이연되기 때문에 집값이 20% 하락해도 위험 주택 비율이 10~30% 수준을 유지했다. 단 이는 전세가격 하락에 대한 보증금 반환 요구를 하지 않는 경우를 가정한 것이다.

연구팀은 ‘갭투자’가 세입자 보증금을 레버리지 삼아 시세차익 극대화를 추구하는 위험한 투자 방식임에도 ‘이익은 임대인 혼자, 손해는 임대인과 임차인이 같이’ 보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임대인의 보증금 상환 능력을 확인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고, 보증금 상환 능력이 높은 임대인과 계약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임대인의 보증금 예치를 의무화하거나, 보증금을 사용할 경우 임대인 보증금반환보험에 의무 가입하게 하는 등 대응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도 했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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