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대통령 "대만유사시 필리핀도 말려들수밖에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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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유사시 필리핀이 말려들지 않는 시나리오는 생각하기 어렵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은 13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최전선에서 (대만 유사 가능성을) 느끼고 있다.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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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분쟁 발생시 美에 군사기지 제공 의사 표명 해석
"아무도 전쟁 원하지 않아…외교적으로 해결해야"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대만 유사시 필리핀이 말려들지 않는 시나리오는 생각하기 어렵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은 13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최전선에서 (대만 유사 가능성을) 느끼고 있다.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필리핀의 수도 마닐라가 위치한 루손섬은 중국을 제외하면 대만과 가장 가까운 지역이다. 루손섬 북단에서 대만 최남단까지의 거리는 350㎞에 불과하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이 지역의 상황, 특히 대만 해협의 긴장을 고려하면 지리적 위치만으로도 해당 지역에서 실제로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미국과 중국 중) 누가 먼저 시작하든 우리는 휘말릴 수밖에 없다. 대만 가오슝에서 내 거주지까지는 비행기로 40분밖에 안 걸린다”고 설명했다.
필리핀은 1951년 미국과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한 뒤 70년 넘게 동맹 관계를 유지해 왔다. 1992년 미군 주둔 협정이 종료됐지만, 2014년 미국과 방위협력확대협정(EDCA)을 체결했다. 중국이 2014년부터 필리핀의 배타적 경제수역(EEZ) 깊숙히 10개의 인공섬 기지를 건설하고 남중국해에서 영유권을 주장하는 등 압박하고 나선 영향이다.
EDCA에는 미군 항공기와 군함을 필리핀 내 공군기지 4곳과 육군기지 1곳에 배치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미군이 다시 필리핀에 주둔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이달초 필리핀을 방문했을 때 미국은 필리핀 내 군사기지 4곳에 대한 접근·사용 권한을 추가 확보했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미국과 체결한) 방위협력강화 협정은 전투 발발 사태를 포함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실제 분쟁이 일어났을 때) 필리핀에 무엇이 좋은지 살펴봐야 한다”며 전쟁 개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필리핀의 외교 정책은 평화를 추구하며 국익을 우선시한다. 지역의 미래는 다른 외부 세력이 아니라 지역에 있는 사람들에 의해 결정된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발언을 두고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미군에 필리핀군 기지의 사용을 허용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라고 닛케이는 해석했다. 필리핀은 미국과 군사적으로 동맹 관계를 맺고 있고, 미국은 대만 방어를 표명하고 있는 만큼 대만 유사시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처지다.
아울러 마르코스 대통령의 발언은 대만 해협에서 미국과 중국이 군사적으로 충돌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마이크 미니한 미국 공군 기동사령부 사령관은 지난달 장병들에게 “2024년 미국과 대만의 대통령 선거가 중국이 대만을 공격하는 기회를 만들 것”이라며 2025년 전쟁 가능성을 예고하고 대비할 것을 지시했다.
한편 필리핀이 미국과 군사 동맹을 맺고 있지만, 통상 측면에서는 중국의 영향력이 막대하다. 마르코스 대통령 역시 이를 염두에 둔 듯 군사적 분쟁이 발생해선 안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미군에 대한 군사 기지 사용 권한 제공 등 필리핀의 대응이 “(사태를) 도발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며 “아무도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 군사적으로보다는 외교적인 과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방성훈 (ba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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