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환자 만족은 어디에서 오는가

2023. 2. 13.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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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 오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오늘도 분주하다. 긴장된 표정으로 서로 꼭 잡은 손이 애처롭다. 병원의 고객, 환자다. 그보다 먼저 그들을 맞을 준비를 하는 또 다른 고객이 병원에 있다. 내부 고객, 직원이다.

'고객(顧客)'의 한자어를 보면 흔히 생각하는 '높을 고(高)'가 아닌 '돌아볼 고(顧)'다. 한번 보고 마는 게 아니라 계속 보는 사이를 의미한다.

병원은 아픈 환자와 의료진이라는 두 고객이 만나는 곳이다.

생명과 직결된 의료서비스에서 환자들이 느끼는 경험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의료기관평가에는 환자 경험 항목이 있다. 그뿐 아니라 호텔이나 은행 등 서비스업종이 상위권을 차지하던 국가고객만족도(NCSI) 조사에서 최근 2년 연속 전체 1위를 차지한 세브란스병원을 비롯해 7곳의 병원이 10위 안에 든 것도 그 방증이다.

환자의 정서적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환자와 의료진 사이는 물론 내부 직원들 사이의 소통이 매우 중요하다. 현대 의학은 의사 개인이나 하나의 과(科) 단독이 아닌 여러 과의 전문가들이 협업하는 종합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환자 만족도 견인의 시작은 환자와 최접점에 있는 직원들의 만족이다. 불만에 찬 의료진과 직원들이 어떻게 환자를 만족시킬 수 있겠는가?

일과 개인사의 불균형, 직장 내 괴롭힘 등으로 조직 내에 불화가 생기는 사례가 드물지 않다. 불만은 어떤 형태로든 새어 나간다. 환자와 보호자의 다급함에 공감하지 못하고 기계적으로 대응하거나 듣는 이에 대한 배려 없이 이해하기 힘든 전문용어를 남발하는 경우가 생긴다. 이로 인한 고객의 불만은 다시 병원을 향한다. '불만족의 악순환'이다. 이렇게 되면 치료 성적까지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직장 내에서 문제점을 개선할 아이디어가 있으면 누구든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돼야 하고 듣는 사람은 이를 비난해서는 안 된다. 또 관습이라는 이유로 부당한 문화를 답습하고 대물림해서도 안 된다. '불통' 문화는 '불만족'만 낳을 뿐이다.

필자가 근무하는 연세의료원은 조직 내부에 '소통 문화'를 조성하려 노력하고 있다. MZ세대 의견을 내부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2030 직원들로 구성한 '컬처보드'를 운영한다. '번아웃 예방' '직장 내 괴롭힘 근절'을 실현할 신선한 현장의 아이디어가 나와 큰 호응을 얻었다. '소통'이 기본이 되는 의료진 양성에도 힘쓴다. 의과대학에서 '학습 공동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과제를 함께 연구하고 봉사하며 이견을 조율하는 법을 연습한다. 전공의들에게는 의료원이 자체 개발한 메신저를 제공해 간호사들과의 협업에 익숙해지도록 돕는다.

직원 만족도 향상의 혜택은 병원의 현장 곳곳에서 환자와 보호자에게 돌아간다. 소통을 통한 '만족의 선순환'을 구축해 환자와 의료진이, 직원과 직원들이 계속 서로를 돌아볼 수 있는 병원 문화가 자리 잡길 기대한다.

[윤동섭 연세의료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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