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로 국민 고통 크다” 대통령 발언에 당국은 “대책 검토”·은행은 ‘···’
금융당국은 13일 윤석열 대통령이 “고금리로 국민들의 고통이 크다”며 대책 마련을 지시하자 그동안 추진한 제도 진행 상황을 점검하는 한편 추가로 내놓을 금리 경감 방안이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
이날 윤 대통령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은행은 공공재적 성격이 있는데도 ‘돈 잔치’를 하고 있다”면서 “상생금융에 힘쓰고 위기에 대비한 충당금을 적립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은행의 돈 잔치란 지난해 급격한 금리 인상에 차주(대출받은 사람)의 이자 부담은 증가했지만 4대 금융지주(신한·KB·하나·우리)는 전년에 이어 역대급 실적을 갱신하고, 성과급도 받는 것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은행 희망퇴직자들도 1인당 평균 6억~7억원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월3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3년 금융위 업무보고에서도 “은행은 국방보다도 중요한 공공재적 시스템”이라면서 “공정하고 투명한 거버넌스(지배구조)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이날 윤 대통령 발언에 대해 “지난달 업무보고의 연장선이라고 이해한다”면서 “(윤 대통령이 강조한) 은행의 상생 금융 노력과 충당금 적립 규모를 위주로 개선할 방안이 없는지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최근 금융사가 소비자를 대상으로 안내 횟수를 늘리고 비교공시를 세분화하는 내용으로 금리인하요구제도를 강화했다. 금융감독원의 평가 결과에 따라 은행에 대손준비금을 추가로 적립하도록 요구할 수 있도록 은행업감독규정도 개정해 올 상반기 중 시행할 예정이다.
반면 성과급이나 희망퇴직은 법적으로 제재하는 것 자체가 가능하지도 않을뿐더러 금융당국의 ‘구두개입’도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정부가 금리 등 금융시스템에 인위적으로 개입하는데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은행채 발행금리 및 대출금리 왜곡, 통화정책과의 괴리 등 풍선효과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배당적정성은 자산건전성 측면에서 금융당국이 제어할 수도 있지만 성과급 규모나 희망퇴직 시행을 막을 법적 근거나 당위성은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대통령이 금융사의 대대적인 차주 채무 경감을 요구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은행권에서는 일단 지켜보자는 입장이지만 정부의 잇따른 압박에 목소리를 낮추고 있다. A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말 은행채 발행이 재개되고 시장금리도 하향 안정화하면서 자금조달 원가가 낮아진 측면이 있다”며 “이런 여유를 활용해 대출금리를 여러 차례 낮췄고 취약계층 지원 방안도 하루가 멀다고 발표하고 있는데 정부는 ‘부족하다’고만 하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B은행 관계자는 “대출금리 인하나 취약차주 지원 방안을 계속 내놓았기 때문에 당장 더 발표할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지난해 금융당국이 예대금리차 비교 공시를 추진하면서 예금금리 인상을 사실상 유도한 데 대해서도 억울하다는 반응을 보인다. 금융당국의 압박에 예금금리를 올렸다가 코픽스(자금조달비용지수)가 올라 대출금리가 오른 측면이 있는데 이제 와서 은행이 이윤만을 추구해 대출 금리를 올린 것처럼 매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C은행 관계자는 “금융사는 민간기업이자 주식회사이므로 이윤 추구 활동을 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은행의 자금중개 기능을 ‘이자 장사’, ‘돈 잔치’라고 부르는 것은 표를 얻기 위한 발언 아니겠냐”고 말했다.
유희곤 기자 hulk@kyunghyang.com, 최희진 기자 dai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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