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꾼 스윙' 셰플러 세계 1위·46억 모두 낚았다

조효성 기자(hscho@mk.co.kr) 2023. 2. 13. 17:0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PGA 투어 WM 피닉스 오픈 최종일 18번홀에서 스코티 셰플러가 힘차게 웨지샷을 하고 있다. 셰플러는 일반적인 선수들과 다른 '낚시꾼 스윙'으로 더욱 주목을 받는다. 【AFP연합뉴스】

변덕스러운 날씨, 갤러리 2만여 명이 쏟아내는 함성과 야유…. '가장 시끄러운 골프대회'인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WM 피닉스 오픈이 '가장 조용한 선수'로 꼽히는 스코티 셰플러(미국)에게 '약속의 땅'이 됐다.

13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TPC스코츠데일(파71)에서 열린 대회 최종일 4라운드. 단독 선두로 출발한 셰플러는 이글 1개와 버디 4개를 잡아 내며 합계 19언더파 265타를 만들어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닉 테일러(캐나다)도 6타를 줄이며 맹추격했지만 그를 2타 차로 따돌린 셰플러는 지난해 마스터스 토너먼트 이후 10개월 만의 우승이자 PGA 투어 통산 5승에 성공했고 우승 상금 360만달러(약 45억7400만원)를 받아 기쁨이 배가됐다.

가장 기쁜 선물은 '세계랭킹 1위' 탈환이다. 셰플러는 "오늘 나 자신이 정말 자랑스럽다"며 "오늘은 티샷도 좋지 않았고, 아이언도 날카롭지 않았다. 최고의 순간은 없었지만 훌륭한 경기를 했다"고 기뻐했다.

피닉스오픈은 셰플러에게 그야말로 약속의 땅이다. 8세 때 골프를 시작한 셰플러는 191㎝에 달하는 큰 키 덕분에 고등학생 시절에는 농구와 골프를 병행했다. 하지만 이후 골프에 전념하기로 한 뒤 텍사스주립대를 졸업하고 2018년 6월 프로로 전향했다. 성적이 나쁘진 않았다. 2019~2020시즌 PGA 투어 첫해 신인상도 받았지만 2년간 우승은 그의 것이 아니었다. 그래도 묵묵히 기다리며 매일 엄청난 훈련을 이어갔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그는 기도와 성경 읽기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땀은 배신하지 않았다. 2022년 피닉스오픈에서 연장 접전 끝에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한 이후 아널드파머 인비테이셔널,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델테크놀로지스 매치플레이에 이어 마스터스에서도 연이어 우승하며 세계랭킹 1위까지 올라섰다.

이후 주춤하며 우승하지 못한 셰플러는 다시 한번 자신의 약속의 땅에서 우승을 신고했고 무서운 상승세를 기대하게 했다.

가장 순박하고 조용한 세계 1위라는 말보다 셰플러를 주목하게 하는 것은 따로 있다. 그의 스윙이다. 셰플러는 임팩트 순간 양발이 지면을 박차고 오른발은 아예 뒤로 한 뼘가량 미끄러진다. 또 왼발 앞쪽은 완전히 들리고 뒤꿈치 바깥쪽만으로 버틴다. 그리고 만세를 부르는 듯한 폴로스루를 한다. 한때 전 세계 골프팬에게 인기를 끌었던 최호성의 '낚시꾼 스윙'과 비슷한 모양새다.

세계랭킹 1위이자 우승 후보 1순위로 꼽혔던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합계 4언더파 280타로 공동 32위에 그쳐 셰플러에게 왕좌를 양보해야 했다. 또 셰플러와 함께 챔피언조에서 경기하며 세계랭킹 1위를 노렸던 세계랭킹 3위 욘 람(스페인)은 최종일 3타를 줄였으나 합계 14언더파 270타 단독 3위로 마쳤다.

한국 선수 중에서는 '에이스' 임성재가 '톱10'에 올라 자존심을 지켰다. 최종일 2타를 줄인 임성재는 합계 11언더파 273타로 샘 번스, 조던 스피스(이상 미국), 티럴 해턴(영국)과 함께 공동 6위를 차지했다. 슈라이너스 아동병원 오픈(7위),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공동 4위)에 이어 세 번째 톱10 등극이다. 상금 65만2500달러(약 8억3000만원)를 받은 임성재는 경기 후 "상위권 선수들과 경쟁해 톱10 성적을 거둘 수 있어 다시 한번 자신감을 얻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조효성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