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툴리눔 균주 출처 분명한 곳 2~3곳뿐"

김진수 2023. 2. 13.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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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제약 균주 도용 패소로 파장
메디톡스·제테마 등만 출처 확실
신고제 덕에 해외보다 진출 쉬워
왼쪽부터 대웅제약 나보타, 메디톡스 메디톡신, 휴젤 보툴렉스. 각사 제공.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 균주 도용 1심 소송에서 메디톡스가 승소한 가운데 관련 파장이 국내 보툴리눔 톡신 업계 전체로 퍼질 것으로 보인다. 국내 10여 곳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 생산 기업 중 균주 출처를 명확하게 공개한 업체는 2~3곳에 그쳐 균주 도용 논란이 업계 전반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기업이 보툴리눔 톡신 균주를 획득한 출처와 기원 등를 제출하면 제품을 허가하는 신고제로 운영해 기업들의 시장 진출이 상대적으로 쉬웠다.

13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국내에서 보툴리눔 균주를 확보하고 있는 민간기관은 20곳에 달한다. 그 중 10여 개 기업이 각자 확보한 균주를 이용해 보툴리눔 톡신 제제를 제조하고 있다. 그 중 메디톡스와 제테마 정도만 균주의 출처가 명확한 상황이다.

메디톡스의 균주명은 '홀A하이퍼'(Hall A Hyper)로, 양규환 카이스트 박사가 미국 위스콘신대학교에서 균주를 이사짐과 함께 가져와 정현호 메디톡스 대표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메디톡스는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을 통해 보유한 균주가 위스콘신대의 균주와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했다.

제테마의 '제테마더톡신'도 출처가 명확하다. 제테마가 보유한 보툴리눔 균주는 2017년 영국 공중보건원(PHE)의 산하기관인 균주관리위원회(NCTC)에서 상업용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도입했다. 제테마는 유전체 분석기관에 의뢰해 보유한 균주가 미국 국립생물정보센터(NCBI)에 등록된 ATCC3502와 99.97% 유사한 것을 확인했다.

대웅제약과 휴젤은 균주를 자체 확보했다고 주장한다. 대웅제약은 경기 용인 처인구의 토양에서 보툴리눔 톡신 균주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휴젤은 유통기한이 지나 폐기 처분하는 음식물에서 혐기배양해 균주를 확보했다고 주장한다.

휴온스그룹은 고위험군 이동신고서를 통해 2013년 바이오토피아로부터 ATCC3052 균주를 분양받았다고 밝혔는데, 바이오토피아가 어떤 경로와 기원으로 균주를 확보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휴온스그룹과 휴온스바이오파마에 따르면 현재 휴온스그룹이 보유한 균주는 최근 논란이 된 메디톡스의 균주와는 명백한 차이가 있다. 메디톡스 균주의 전체 유전자서열은 376만572개인 것과 달리 휴온스바이오파마 균주의 유전자서열은 384만1354개라는 것이다. 2.1%가 넘는 8만782개의 유전자서열에 차이가 있는 만큼 사실상 다른 균주라는 설명이다.

수출용 제품 중에서도 균주 출처를 공개하지 않은 제품들이 많다. 파마리서치바이오의 리엔톡스는 바이오씨앤디로부터 도입한 균주를 썼는데, 바이오씨앤디는 휴온스와 마찬가지로 바이오토피아로부터 균주를 도입해 그 기원이 불분명하다. 한국비엔씨와 한국비엠아이는 균주 종류과 기원 등을 공개하고 않고 있다.

보툴리눔 톡신은 1g 만으로 100만명을 살상할 수 있는 맹독성 병원균으로, 주요 국가들이 엄격한 관리기준을 두는 데 비해 우리나라는 균주 등록을 신고제로 운영하다 보니 기업들의 시장 진출이 상대적으로 쉬웠다. 기업들은 균주를 획득한 출처와 기원 등만 보고하면 허가를 받아 사업을 전개해 왔다. 이와 달리 미국은 보툴리눔 균주 관리 책임자의 설비 상태는 물론 미생물 관련 연구 이력, 범죄 이력, 정신질환 유무 등을 확인한 뒤 균주 관리 허가를 내준다.

해외에 비해 관리가 소홀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균주 논쟁이 이어지자 질병관리청은 2020년 보툴리눔 균주 보유 기업 20여 곳에 대해 기원과 출처 등을 전수조사하면서 뒤늦게 관리에 나섰다. 국회도 지난 2021년 10월 보툴리눔 톡신 등 생물테러감염병 병원체에 대해 보유 허가를 받은 이가 속임수나 부정한 방법으로 허가를 받은 경우 질병관리청장이 허가를 취소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률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런 상황에서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소송 결과가 국내 관련 기업 전체에 파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한편 국내 보툴리눔 톡신 시장 1위인 휴젤은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민사소송이 미국에서 휴젤과 메디톡스가 진행 중인 소송과 전혀 관련 없다고 13일 밝혔다. 그러면서 자사 보툴리눔 톡신 제제 개발 시점과 경위, 제조공정 등에 문제가 없음이 분명하게 확인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메디톡스는 지난해 3월 휴젤을 상대로도 균주와 제조공정 도용이 의심된다며 미국 ITC(국제무역위원회)에 제소했다. 김진수기자 kim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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