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두루미·기러기 처형대 된 송전선···“지중화하고, 경고표지 달아야 피해 준다”
지난 9일 전북 군산시 회현면의 한 농경지 인근 송전선로 밑에서는 다리가 부러진 천연기념물 재두루미 한 마리가 발견됐다. 이어 다음날인 10일 같은 장소에서 재두루미 폐사체와 부상을 입은 채 수로에 빠진 쇠기러기가 구조됐다. 모두 동일한 송전선로에 부딪힌 것으로 보이는 개체들이었다.
13일 주용기 전북대 전임연구원,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등에 따르면 만경강 하류 새만금 간척지 주변 농경지의 송전선로에서 최근 잇따라 멸종위기 조류 재두루미와 기러기류 등 대형 조류의 충돌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 9일 구조된 뒤 전북대 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 안락사된 재두루미는 충돌로 인한 다리 골절과 고압선 감전 등으로 인한 화상을 입은 상태였고, 다음날 발견된 쇠기러기는 날개를 다친 상태에서 구조됐다.
이 송전선로 부근은 이전에도 많은 수의 조류가 충돌로 인해 부상을 입거나 폐사한 채 발견되었던 곳이다. 오동필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장은 “2년 전 같은 장소에서 송전선에 충돌해 죽은 기러기류 10여마리를 발견한 바 있다”며 “사체를 수거 후 살펴보니 전선과 동일한 자국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조류의 전선 충돌 사고는 전국 곳곳의 송전선로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이지만 아직까지는 극히 일부 지역에만 이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가 실시돼 있다. 특히 피뢰침 기능을 위해 송전선보다 높이 설치하는 가공지선은 전선보다 가늘기 때문에 새가 발견하기 어렵다. 조류가 전선에 충돌하면 구조된다 해도 골절 등으로 인해 폐사하거나 안락사 처리되는 경우가 많다.
전남 순천시가 순천만의 흑두루미 도래지에서 전봇대를 없애면서 월동하는 흑두루미 수가 크게 늘어났다. 강원 철원의 민통선 이북 농경지에서는 한국전력이 전선에 조류가 쉽게 발견할 수 있는 노란색의 경고 표지를 달았다. 경고표지는 간단한 작업으로 설치가 가능하다. 하지만 이외의 지역에서는 지중화나 경고 표지를 부착한 사례가 드물다.
전문가들은 두루미류나 기러기 등이 서식하거나 월동하는 지역에서는 전선을 지중화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주 연구원은 “이미 송전탑과 전봇대가 설치되어 있는 경우 차선책으로 송전선로에 충돌 사고 방지용 시설을 설치해야 한다”며 “노란색의 표지판을 전선에 1m 간격으로 설치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다리를 다친 재두루미를 며칠 만에 안락사 처리한 야생동물구조센터에 대해서도 섣부른 결정이 아니었는지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다른 기관들과의 협업과 정보 교환을 통해 생을 이어갈 수 있는 개체인지에 대한 신중한 판단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주 연구원은 “예산황새공원에서는 전깃줄로 인해 다리가 절단된 황새들을 치료, 관리하고 있는 경우가 있다”며 “위탁관리가 가능한 기관 및 다른 전문가들과 더 상의를 해보고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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