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에서] 아깝다! 조경태

이지용 기자(sepiros@mk.co.kr) 2023. 2. 1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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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대통령과 밥 먹는지가 '건곤일척' 승부의 중심이 되어버린 여당 전당대회지만 선거는 선거지 싶어 후보 출마 공약을 뒤져봤다. 먼저 '윤심주자' 김기현 후보는 '가세지계(加勢之計)'다. 가치 유연성을 높이고 폭넓게 아우르는 당을 만들겠다는 거다. 지지율 고전에 '색깔론'부터 꺼내든 김 후보를 보면서 먼저 언행이 일치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으로 안철수 후보다. '시스템 공천'을 공약했다. 그가 전 대표로 있던 바른미래당이 숱한 공천 파동 끝에 사라지게 된 건 굳이 경쟁자가 상기시킬 필요도 없다. 안 후보는 신뢰는 말이 아니라 기록으로 쌓아가야 한다는 걸 알았으면 한다.

적어도 공약만으로 마음에 와닿은 건 지금은 4인 컷오프에서 떨어진 조경태 후보다. 그는 비례의원제 폐지, 불체포·면책 특권 폐지, 정당 국고보조금 폐지를 공약했다. 죄다 의원님들과 당에서는 불편해할 공약들이다. 조 후보는 '밉상'만 가득한 우리 정치가 살아나려면 제 살부터 도려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듯했다.

본경선 진출은 실패했지만 그는 최연소 5선 의원이다. 민주당에서 3선, 탈당 후 국민의힘에서 2선에 성공했다. 조 후보는 10년 전 민주당에서 '문재인 5대 불가론'을 설파했다. 민주당 주류가 친문으로 완전히 넘어가자 친문이 되길 거부하며 현 국민의힘으로 둥지를 옮겼다. 가난한 경남 고성 시골 출신으로 민주당 간판을 걸고 보수 텃밭인 부산을 개척해 정치적 성공을 이뤘지만 이익에 줄서기는 경계한 것이다.

그는 이번 설 연휴 직후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전 국민 난방비 지원'을 제안했다. 정부가 지원을 이미 발표했지만 민심은 부글부글하는 상황이었다. 여론의 뭇매를 맞고 민주당에 끌려갈 판이 될 뻔한 걸 조 후보가 먼저 나서자 대통령실이 난방비 확대를 다시 발표할 때 부담이 줄었다.

다른 후보들은 용산 눈치만 보고 전 정권 탓만 해댔다. 이런 건 문제 해결 능력이 아니다. 밑바닥 민심을 제때 읽고 대통령께 전달해 야당보다 합리적 대안을 제시하는 게 여당 역할이다. 그는 출마 선언 후 한번도 '윤심'을 호소하거나 '연대'를 구걸하지 않았다. 100% 자력 호소였다. 당선은 불가능하더라도 적어도 본경선까지는 남아 있길 기대했던 이유다. 조 후보는 2021년에 당 대표에 처음 도전했고 이번이 두 번째다. 의미 있는 '삼세판' 도전도 꼭 하길 응원한다.

[이지용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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