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 Now] '출산율 1.3명' 일본의 반성

김규식 특파원(kks1011@mk.co.kr) 2023. 2. 13. 17: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저출산 막지못해 위기감 확산
日 "진정성 부족" 자성 목소리
아동수당 확대 등 대응에 총력
출산율 0.81명까지 떨어진 韓
상황 더 안좋은데 대처 안일해
진지한 태도로 저출산 접근을

"진정으로 과거에 없던 정책과 과거에 없던 규모의 재원을 투입해 가면 좋겠다."

이달 일본 국회에서 야당 의원이 '차원이 다른 저출산 대책'과 관련해 정부를 향해 질의한 내용이다. 올 초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저출산 대응을 미룰 수 없는 과제로 꼽으며 차원이 다른 대책 마련을 내건 후 의회는 물론 일본 사회의 논의가 뜨겁다. 아동수당 확대 등 여러 방안이 정부와 여당 등에서 거론되고 있다.

일본이 본격적으로 저출산 대응에 나선 것은 1990년. 1989년 합계특수출산율이 당시 최저였던 1.57명으로 떨어진 '1.57 쇼크'가 배경에 있다. 차원이 다른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을 계기로, 지난 33년간의 대응·정책 효과가 제한적이었다는 자성의 목소리와 그 원인을 찾는 움직임도 있다.

1.57 쇼크 후에 에인절 플랜, 신에인절 플랜, 자녀·육아 응원 플랜이 잇따라 나왔지만 주요 내용은 '아동 보육 충실' '일과 육아의 양립 지원' 등 대체로 비슷한 게 이어졌고 그렇다고 예산이 획기적으로 늘지도 않았다. 결국 출산율은 2005년 역대 최저인 1.26명까지 내려갔고 당시의 실패에 대해 일본의 전문가는 '(저출산 대응에 대한) 진정성이 부족했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일본의 저출산 예산이 크게 늘어나는 전기는 2009년 민주당으로의 정권 교체와 2012년 이후 자민당 집권에서 이뤄진 소비세율 인상 등을 통해 찾아왔다. 민주당 정권은 아동수당의 지급 대상을 선별하는 '소득제한'을 철폐했고 2012년 말 집권한 아베 신조 당시 총리는 소비세율 인상에 따른 세수 증대의 일부를 재원으로 삼아 육아시설 확충에 힘을 쏟았다. 이에 자녀 양육 가정을 중심으로 한 가족 예산은 1990년도 1조5000억엔 수준에서 30년 뒤인 2020년도에는 10조엔을 넘으며 7배 가까이 늘었다. 이때의 대책이 일시적인 효과를 보인 것인지 일본의 출산율은 2005년 1.26명에서 2014년 1.45명까지 오르기도 했으나 다시 악화되며 2021년에는 1.3명으로 떨어져 위기감을 키웠다.

일본에서는 33년간의 저출산 대응·대책 효과가 제한적이었던 이유에 대해 결혼 의향이 떨어지는 비정규직에 대한 불충분한 지원, 현금 급부 부족 등을 꼽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좀 더 진정성 있게 이 문제에 대응했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우리보다 먼저 저출산·고령화를 겪기 시작한 일본은 여러모로 참고 사례가 된다. 1990년과 2021년의 출산율을 비교하면 한국은 1.57명에서 0.81명으로, 일본은 1.54명에서 1.3명으로 낮아졌다. 숫자를 보면 한국의 저출산 문제가 더 심각해 보이는데, 요즘 분위기로는 우리보다 일본이 더 진정성 있게 고민하는 거 같다. 한국이 저출산 문제를 더 심각하고 진정성 있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김규식 도쿄 특파원 kim.kyusik@mk.co.kr]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