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리에리' 차지연·갱스터 추상미 … 남녀 고정 역할 깬 연극

고보현 기자(hyunkob@mk.co.kr) 2023. 2. 13.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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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계 '젠더프리' 작품 봇물
캐릭터와 연기 본질 우선시해
성별·나이 상관없이 캐스팅
12일 개막 '아마데우스' 이어
연극 '오펀스' 뮤지컬 '해적' 등
연극 '아마데우스'의 살리에리 역할 배우 차지연. 【사진 제공=페이지원】

정해진 경계를 허물고 고정관념을 부수는 새로운 시도가 공연계에서 늘고 있다. 정해진 성별을 가리지 않고 맡은 배역을 연기하는 젠더 프리 캐스팅이나 한 배우가 두 역할을 소화하는 캐릭터 프리 작품도 활발해지는 분위기다.

지난 12일 개막한 연극 '아마데우스'는 젠더 프리 캐스팅의 대명사와도 같은 배우 차지연과 이지나 연출의 합작품이다. 국내 뮤지컬계를 대표하는 이지나 연출은 파격적인 시도로 받아들여졌던 젠더 프리 캐스팅을 처음 도전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2017년 뮤지컬 '광화문연가'에서 붉은 실로 인연을 맺어주는 '월하' 역에 배우 차지연, 정성화를 동시 캐스팅한 것이 시초다. 이후 사회적인 편견을 뒤집어 새로운 재미 요소를 추가하는 동시에 상대적으로 다양성이 부족했던 여성 배우도 폭넓은 연기를 펼칠 수 있게 되면서 빠른 속도로 공연계에 자리 잡았다.

배우 차지연은 그 뒤로도 '더 데빌'에 이어 이번 '아마데우스'까지 남성성이 짙거나 성별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은 배역을 이어오며 캐스팅의 저변을 넓혔다. 이번 작품은 관객들에게도 동명의 영화로 친숙한 '아마데우스'가 원작이다. 차지연은 2019년에 이어 이번 시즌에도 천재 음악가 모차르트와 동시대를 살았던 궁중 작곡가 '살리에리'를 연기한다. 그는 과거 인터뷰에서 젠더 프리 역에 적극 도전하는 것에 대해 "될 수 있으면 선을 지키려고 노력한다"며 "과유불급이라는 생각으로 위험성이 있는 점은 오래도록 고민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에쿠우스' '블랙코미디' 등을 쓴 영국 대표 극작가 피터 셰퍼의 작품으로 토니상 연극 5개 부문을 수상했다. 세종M씨어터에서 오는 4월 11일까지.

연극 '오펀스'의 갱스터 역할 배우 추상미. 【사진 제공=레드앤블루】

이달 26일까지 공연을 이어가는 연극 '오펀스'에서는 극의 중심인물인 '해롤드' 역을 성별, 나이와 상관없이 배우 남명렬, 박지일과 추상미, 양소민이 맡았다. 고아 출신의 갱 해롤드가 세상에서 외면받은 트릿, 필립 형제를 만나 가족이 되는 기묘한 동거를 그린다. 특히 추상미는 이번 공연으로 8년 만에 무대에 복귀하며 새롭게 젠더 프리 역을 맡았다. 관객은 지난 시즌에 비해 다양해진 남성·여성 페어 버전으로 그날 관람할 공연을 고를 수 있어 선호도가 높다. 실제로 2019년 '트릿' 역을 연기한 최유하는 오직 관객 투표로 결정되는 '스테이지톡 오디언스 초이스 어워즈'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으며 인기를 입증하기도 했다. 오는 3월 9일부터 예스24스테이지 3관에서 공연되는 연극 '포시'도 옥스퍼드대 상위 1% 엘리트 학생들로 구성된 주·조연 자리를 남녀 배우가 나눠 맡았다.

그동안 성별이 따로 정해지지 않았던 배역을 고루 맡는 경우도 있다. 지난달 31일 플러스씨어터에서 개막한 뮤지컬 '미드나잇: 앤틀러스'는 초연 당시 카리스마 넘치는 '비지터' 역을 남성 배우들이 도맡았다. 이번 시즌에서는 어느 날 밤 한 부부의 집에 낯선 손님으로 들이닥치는 이 역할을 배우 김려원이 소화한다.

성별이 바뀌는 젠더 프리 캐스팅을 뛰어넘어 배우가 1인 2역을 맡는 캐릭터 프리 공연도 잦아지는 추세다. 특정한 성별이나 연령이 아니어도 캐릭터를 깊이 있게 표현하는 연기력을 우선시하자는 취지다.

2년 만에 새로운 시즌으로 돌아온 뮤지컬 '해적'은 배우 한 명당 남녀 캐릭터 2개가 주어진다. 오늘은 거친 해적선장 '잭', 내일은 날카로운 검투사 '메리'를 맡고, 모험을 떠나는 소년 '루이스'와 총잡이 '앤'도 한 배우가 소화하는 식이다. 공연 관계자는 "외워야 하는 대사량이 어마어마해 배우들이 '지금껏 만난 작품 중 가장 힘들다'고 입을 모은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뮤지컬 '데미안'과 '해적'에서는 한 배우가 공연마다 다른 캐릭터를 연기한다. 헤르만 헤세의 동명 원작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뮤지컬 '데미안'은 2020년 초연 당시 남녀 혼성 페어로 진행됐던 공연을 올해 남남·여여 페어로 발전시켰다. 다음달 26일까지 드림아트센터 3관에서.

[고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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