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드라마 쪼개기 편성, 전략인가 상술인가[스경연예연구소]
강윤성 감독이 연출하고 배우 최민식, 손석구, 이동휘 등이 출연한 드라마 ‘카지노’는 지난달 25일 첫 시즌 방송을 끝냈다. 그런 후 이달 초부터 본격적인 시즌 2 홍보가 시작됐다. 이미 시즌 2의 공개시점은 오는 15일로 잡혀있다. ‘카지노’는 시즌 2 시작에 앞서 1, 2회 언론시사도 준비하고 있다.
엄밀히 따지면 ‘카지노’의 촬영은 총 16부작의 크기로 이미 끝났다. 공개시기만 시즌 1, 시즌 2의 표현으로 나눠놓은 것뿐이다. 이러한 전략을 쓰고 있는 드라마는 최근 OTT 플랫폼을 비롯해 꽤 많아졌다. 새로운 드라마 공개의 흐름이다.
최근 이런 전략이 큰 화제를 모은 것은 넷플릭스 ‘더 글로리’ 때문이었다. 김은숙 작가의 첫 복수극으로 유명했던 작품은 지난해 12월 공개된 후 지난달 1일 넷플릭스 조회수로 세계 5위의 기록을 올렸다.
8회 동안 치밀하게 쌓아놓은 서사가 복수의 시작으로 폭발하기 직전이었지만 시리즈는 얄밉게도 8회에서 ‘파트 1’의 마지막을 알렸다. 파트 2 공개는 다음 달 10일로 예정돼 있다. 애꿎은 시청자들은 궁금증을 간직한 채 3개월이 가까운 기간을 버텨야 했다. 원하는 작품의 결말을 바로 볼 수 없는 일부 시청자들의 원성이 이어졌다.
티빙에서 오리지널 드라마로 공개한 ‘아일랜드’도 파트 1, 2로 작품을 나눴다. 6부작 파트 1이 끝나면 오는 24일부터 두 번째 파트가 시작된다.
이러한 ‘쪼개기 편성’은 시즌제와는 엄연히 다르다. 최근 지상파나 케이블채널에서도 SBS ‘낭만닥터 김사부’와 ‘모범택시’ 그리고 tvN ‘조선정신과의사 유세풍’ 등의 새 시리즈가 시작됐지만, 이 작품들은 전체 시즌의 촬영과 방송이 끝난 후 새로운 기획과 대본작업을 걸쳐 세계관을 공유한 다른 작품으로 탄생했다.
하지만 ‘카지노’나 ‘더 글로리’ ‘아일랜드’ 등의 작품은 촬영을 한 번에 다 한 후 공개만 전체의 절반을 나눠 시기의 차이를 두고 한다. 이러한 전략은 왜 쓰이게 됐을까.
2010년대 중반 후 인기를 얻고 대세가 된 OTT 플랫폼 내에서의 치열한 경쟁이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최대 OTT 플랫폼 넷플릭스의 상반기 가입자가 그 전해 같은 시기에 비해 20% 주는 등 플랫폼 증가에 의한 반작용을 받고 있다. 거기에 국내에도 웨이브, 티빙, 쿠팡플레이 등 대형 OTT 플랫폼의 탄생으로 외산 플랫폼인 디즈니플러스와 더불어 경쟁체제가 형성됐다.
한 달을 구독의 기준으로 삼는 OTT 업계에서는 되도록 결제일을 사이에 두고 공개가 이어져야 구독자를 붙잡을 수 있다. 예전처럼 공개 즉시 전 시리즈를 보여주는 방식은 재빠른 정주행 후 다음 작품을 위해 구독을 쉬는 구독자를 잡을 수 없다. 결국 이들의 전략은 이러한 구독자층을 잡기 위한 아이디어인 셈이다.
이러한 방식은 비슷한 이유로 ‘상술’이라는 비판을 피하지 못한다. 시즌제처럼 다음 시즌의 업그레이드나 발전보다는 단지 줄거리를 위주로 인위적인 공개 시기만 구분해놨기에 반전을 위한 반전, 궁금증을 위한 맥거핀(줄거리와 상관없는 자극적인 전개)을 일삼을 우려가 있다.
한때 대세 플랫폼으로 ‘블루오션’의 대명사였던 OTT도 편성에 골머리를 앓아야 할 만큼 ‘레드오션’이 되고 있다. 최대한 짧은 시간 구독하고 빠지려는 구독자들과 최대한 이들을 오래 묶어두려는 플랫폼의 밀고 당기기는 이제 시작되는 중이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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