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골프세상] PGA 한국 선수들, 담금질과 맷집이 아쉬웠다

하유선 기자 2023. 2. 13.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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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피닉스오픈에 출전한 임성재, 김주형, 김시우, 이경훈 프로.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PGA투어 피닉스오픈이 열린 미국 애리조나주 스콧데일 TPC스콧데일(파71)에 몰려든 골프팬들은 마치 외침에 굶주린 듯했다. 티샷 할 때나 퍼트를 할 때 진행요원이 치켜든 'Quiet' 팻말에 잠시 입을 다무는 흉내를 낼 뿐 코스를 둘러싼 갤러리들은 맥주캔이나 휴대폰을 들고 장바닥의 주인공이 되어 소란을 즐겼다. 선수들은 갤러리를 의식하며 경기했지만 갤러리들은 선수들을 의식하지 않았다.



 



10~13일(한국시간) WM 피닉스오픈이 열린 TPC스콧데일은 세계적 골프선수들이 진열대에 오른 박람회장이었다. 골프장을 찾은 관람객들은 선수에게 경의를 표하기보다는 선수들이 펼치는 경기에 가차 없는 평가와 함께 감정 표현으로 카타르시스를 만끽하는 듯했다.



서커스를 구경하는 사람들이 멋진 공연을 펼치는 단원에겐 박수갈채를 보내지만 실수한 단원을 동정하지 않듯 TPC스콧데일을 찾은 갤러리들 역시 멋진 경기를 펼친 선수에겐 환호했지만 실수한 선수에겐 냉정했다. 



 



관중이 구름처럼 몰려든 대회에선 담금질이 잘 되고 맷집이 강한 선수가 유리할 것은 당연하다.
담금질이 고온의 열처리와 급냉을 반복해 금속의 경도를 강화하고 내구성을 높이기 위해 거쳐야 하는 필수적인 과정이라면 맷집은 운동선수들이 강한 선수와 겨루어 물러서지 않고 버텨내고 쓰러져도 다시 일어서는 정신력이다.



피닉스오픈에 출전한 우리 선수들을 보면 담금질이 덜 된 듯하고 맷집도 약하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었다.



 



임성재(25)가 최종합계 11언더파 273타로 공동 6위에 올라 지난달 말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에 이어 2개 대회 연속 톱10에 들었지만 우승 경쟁에 나서지 못한 게 아쉬웠다. 그보다 더 아쉬운 건 기대를 모았던 김주형(21)이 톱10 안에서 경쟁을 벌이다 공동 50위로 밀려난 것이었다. 



 



지난해 혜성처럼 PGA투어에 등장해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김주형은 그동안 PGA투어로부터 파격적인 찬사를 들으며 미래의 스타로 지목되었다. 이번 대회 1~2라운드에서 디펜딩 챔피언 스코티 셰플러(26), 노르웨이의 대표선수 빅토로 호블란(25)와 함께 특별조에 편성된 것만 봐도 그의 위치를 짐작할 수 있다. 코스 경험이나 PGA투어 이력으로 보나 불리한 그를 특별조에 포함시켰다는 것은 PGA투어 측이 그만큼 그의 미래 가치를 높이 평가한다는 뜻이다.



 



2023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피닉스오픈 우승을 차지한 스코티 셰플러.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대선수들과 한 조로 경기하면서 톱10을 넘나들었던 김주형은 마지막 라운드에서 러프와 물로 공을 보내며 난조를 보여 최종합계 1언더파 283타로 공동 50위로 주저앉았다. 처음 접하는 코스인 데다 박람회장을 방불케 하는 관중들의 소음 탓이 없지 않았을 것이다.



새로운 목초지를 찾아 어린 나이에 세계 곳곳을 누벼온 '노마드 골퍼'인 그도 피닉스오픈의 콜로세움 분위기에 익숙하기는 쉽지 않았을 듯하다. 세계랭킹도 지난주보다 한 계단 밀린 15위가 되었지만 한국 선수 중 최상단이다.



 
1, 2 라운드에서 김주형과 동반 라운드를 펼쳤던 스코티 셰플러가 견고한 플레이로 최종합계 19언더파 265타로 닉 테일러(34·캐나다)를 2타 차로 따돌리고 대회 2연패에 성공했다. 셰플러는 이 대회 우승과 함께 로리 맥킬로이를 제치고 세계랭킹 1위에 올랐다. 김시우는 공동 23위, 이경훈은 공동 42위에 올랐다.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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