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 민심부터 잡아라"…與 당권주자 첫 방문에 제주도가 '후끈'

제주=유승목 기자 2023. 2. 13.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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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르포]국민의힘 전당대회 제주 합동연설회
13일 오후 제주 퍼시픽호텔 앞에서 국민의힘 전당대회 출마 후보들을 지지하는 당원들이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사진=유승목 기자

"당 대표는 김기현!", "안철수를 당 대표로!"

13일 찾은 제주특별자치도 퍼시픽호텔 앞은 붉은 물결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날 오후 2시 예정된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 제주 합동 연설회를 앞두고 본 경선에서 맞붙게 된 김기현·안철수·천하람·황교안(가나다순) 후보를 응원하는 제주도 당원들이 한꺼번에 모이면서다. 꽹과리와 징, 호각 소리가 뒤섞인 함성으로 꽉 찬 호텔 로비는 지난해 11월 월드컵 응원전이 펼쳐진 서울 시청 앞 광장을 방불케 했다.

합동 연설회가 진행되는 행사장은 유력 당권주자인 김기현·안철수 후보의 지지자들이 둘로 나뉘어 맞대결을 펼쳤다. 김 후보의 이름이 적힌 피켓을 든 당원들이 후보 이름을 연호하자 이에 질세라 안 후보의 이름이 적힌 선거 운동복을 입은 당원들도 함성을 지르며 "안철수를 당 대표로 만들자"고 외쳤다. 이들 사이에서 황교안 후보를 당 대표로 만들어야 한다는 당원들의 모습도 눈에 들어왔다.

합동 연설회장뿐 아니라 이날 제주도 전반이 윤석열 정부와 합을 맞출 여당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 열기로 술렁이는 분위기였다. 본 경선을 한 달여 앞두고 본격적인 전당대회 레이스가 막을 올린 상황에서 당권주자들이 제주도를 가장 먼저 찾았다는 기대감도 상당했다.

[제주=뉴시스] 우장호 기자 = 국민의힘 3·8 전당대회에 출사표를 던진 당권주자들이 13일 오후 제주시 퍼시픽호텔에서 열린 '힘내라! 대한민국-제3차 전당대회 제주 합동연설회'에서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왼쪽부터 김기현, 천하람, 안철수, 황교안 당 대표 후보. 2023.02.13.

국민의힘 전당대회 선거관리위원회는 전당대회 막을 올리는 장소로 제주를 낙점했다. 20년 넘게 지역구 국회의원을 배출하지 못한 불모지인데다 이번 전당대회에 참여하는 선거인단 수도 전체 인원(약 84만명)의 1.30%에 불과하지만 전당대회 레이스 첫 기항지로 고른 것이다. 다른 지역보다 후보별 지지색이 다소 옅은 만큼 제주가 당권 표심과 당을 향한 민심을 가늠하는 바로미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정진석 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윤석열 정부 성공뿐 아니라 이 나라 미래를 위해 같은 신념으로 뭉쳐야 한다"면서 "제주도는 20년 넘게 우리 당 국회의원을 배출하지 못했는데 오늘을 기점으로 제주에 국민의힘 열기를 들불처럼 확산시켜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유흥수 당 선관위원장도 "선관위에서 이번만큼은 제주를 독립적으로, 또 첫 시작점으로 삼자고 결정했다"며 "이제부터 (제주 열기가) 북으로 바람이 돼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0일 예비경선(컷오프)을 치른 이후 연일 날 선 신경전을 벌여 오던 후보들도 이날만큼은 표심 호소보단 지역 민심을 읽는 데 집중했다. 황교안 후보를 제외한 나머지 후보들 모두 합동 연설회에 앞서 제주 4.3평화공원을 방문해 희생 영령에 참배하며 현장 행보에 나섰다. 후보들은 한목소리로 누구보다 제주 현안을 챙기는 당 대표가 되겠다고 강조하면서 제주도민의 아픔을 치유하겠다고 밝혔다.

[제주=뉴시스] 우장호 기자 = 김기현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가 13일 오전 제주시 봉개동 4·3평화공원을 찾아 참배하고 있다. 2023.02.13.

가장 먼저 4.3평화공원에 도착한 김기현 후보는 방명록에 "험난한 시기에 겪어야 했던 아픔과 희생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는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는 뜻을 밝혔고, '친이준석계' 최고위원·청년 최고위원 후보와 함께 방문한 천하람 후보는 "순천시민으로서 동백꽃(제주 4.3항쟁의 상징)의 아픔을 누구보다 이해한다"며 "피해보상, 진상규명, 사법조치 등 큰 틀의 법률만 통과시키고 해야 할 도리를 했다며 만족하는 정당이 아니라 유가족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도 심하게 챙기는 당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안철수 후보도 이날 오전 4.3 평화공원 참배 후 기자들과 만나 "제주도를 올 때마다 4.3 공원을 찾았었다"며 "오늘 (합동 연설회에 앞서) 이곳을 찾은 의미는 과거 아픔을 우리가 함께 되새기면서 미래로 나아가자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런 흐름에 당원들은 물론 시내 곳곳에서 만난 제주도민들도 "제주에 대한 대우도 좀 바뀔 것 같다"고 입을 모으면서 반가운 기색을 내비쳤다. 제주시 연동에서 개인택시를 하는 50대 김모씨는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서울이나 TK(대구·경북)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첫 합동 연설회 장소가 제주라니 신기하다"면서 "뉴스를 보면 경쟁이 치열해 보이는데 지역 발전시키는 후보가 적임자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한편 각 후보들은 이날 제주를 시작으로 14일 부산·울산·경남, 16일 광주·전북·전남, 21일 대전·세종·충북·충남, 23일 강원, 29일 대구·경북 △3월2일 서울·인천·경기 등 7차례에 걸쳐 합동 연설회를 이어간다. 또 당 대표 후보들은 오는 15일 TV조선, 20일 MBN, 22일 KBS, 3월3일 채널A에서 TV토론회에 참석한다. 최고위원 및 청년최고위원 후보들은 오는 27일 국민의힘 유튜브 채널 '오른소리'에서 토론을 벌인다.

제주=유승목 기자 mok@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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