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위 탈퇴하라니… 전태일도 저임금 노동자 봤다면 뭐든 했을것”

정철순 기자 2023. 2. 13. 12:03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상생 임금 문제는 노동 이슈 중에 늘 후순위였습니다. 밑바닥들은 정말 하루하루를 살아갑니다. 이제야 이걸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가 왔는데,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문제입니다."

한석호(사진) 전태일재단 사무총장이 최근 정부 산하 상생임금위원회(상생위) 참여와 관련, 민주노총이 사퇴를 요구한 것에 대해 13일 전화 인터뷰를 통해 "전태일도 지금 밑바닥 노동자들의 처지를 봤다면 뭐든 가리지 않고 부딪쳤을 것"이라고 밝혔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민노총서 압박받는 한석호 전태일재단 사무총장
“사무총장 그만두라는 민노총
이례적 과도한 대응 납득못해”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결 기회
사회적 대화로 문제 풀어내야”

“상생 임금 문제는 노동 이슈 중에 늘 후순위였습니다. 밑바닥들은 정말 하루하루를 살아갑니다. 이제야 이걸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가 왔는데,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문제입니다.”

한석호(사진) 전태일재단 사무총장이 최근 정부 산하 상생임금위원회(상생위) 참여와 관련, 민주노총이 사퇴를 요구한 것에 대해 13일 전화 인터뷰를 통해 “전태일도 지금 밑바닥 노동자들의 처지를 봤다면 뭐든 가리지 않고 부딪쳤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 사무총장은 전태일에 대해 ‘열사’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다. ‘멀리 떨어진 하늘 위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도록 제발 열사라고 쓰지 말라’는 이소선 전태일 어머니의 유지를 따른 것이다.

한 사무총장은 “전태일은 정부가 어떤 정부인지를 가리지 않았고 가능할지 생각하지 않고 행동했다”며 “지불능력 바깥의 하위 소득(임금) 노동자들의 임금을 올리기 위해 상생위에 참여했다”고 강조했다. 상생위는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 핵심 과제인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임금체계 개편 등의 해법을 찾기 위해 지난 2일 발족했으며, 한 사무총장도 민간 전문가 위원으로 참여했다. 그는 “한국 사회의 뿌리 깊은 문제인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를 논의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지금 왔는데 참여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하위 소득 노동자들의 문제를 사회 전면에 의제화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 사무총장은 양극화된 한국의 임금체계를 강도 높게 비판하며 ‘하후상박(下厚上薄·아래는 두텁고 위는 박하게)’형 임금체계를 강조했다. 그는 “19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30년 넘게 상위 노동자들의 임금은 급격하게 오른 반면 하위 노동자들의 임금은 거북이걸음처럼 올랐다”며 “노사를 중심으로 한 사회적 연대를 통해 앞으로 10∼20년은 저임금 노동자들의 임금을 두텁게 하고 고임금 노동자들의 임금을 덜 올리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사무총장은 “문재인 정부에서 최저임금 인상을 통해 저임금 노동자들의 임금을 올리려 했지만, 영세 상인과 하위 노동자 간 ‘을(乙)들의 전쟁’이 됐다”며 “사회적 연대로 상위 노동자들이 양보하는 ‘사회적 임금’을 통해 왜곡된 임금 체제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40년 가까이 노동운동에 투신해온 한 사무총장은 민주노총 산하 금속산업연맹 조직실장과 사회연대위원장 등을 지냈으며 1990년에는 전국노동조합협의회 결성을 주도하기도 했다. 민주노총은 노동계에 미칠 파장을 의식한 듯 지난 6일 상임집행위원회를 열고 그에게 상생위 탈퇴와 사무총장직 사퇴를 요구했다. 한 사무총장은 민주노총의 사퇴 요구에 “전직 간부로 활동했으니 그럴 수 있긴 하지만 전태일재단 사무총장을 그만두라는 것은 과하다”며 “왜 그렇게 과도한 대응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오히려 한 사무총장은 “노동계가 한쪽에서 투쟁을 하더라도 한쪽에서는 사회적 대화를 해야 한다”며 “민주노총이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지 않는 입장을 존중은 하지만 안타깝다”고 말했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