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빨강파랑 조명에 문구도 와글와글… 정신산만 터널, 결국은

조백건 기자 2023. 2. 13.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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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 터널 입구엔 전광판 표지가 달려 있는 경우가 많다. 안개가 많이 끼거나 눈·비로 등으로 인해 터널 안 운전이 위험할 경우 ‘안개 주의’ ‘결빙 조심’ 같은 글자를 전광판에 띄워 운전자에게 알리기 위해서다.

그런데 국내 고속도로를 관리하는 한국도로공사는 2020년 8~9월 고속도로 터널 입구에 이 전광판이 있는데도 바로 옆에 고가(高價)의 LED 조명등을 추가로 설치했다. 그 결과 터널 앞 전광판 글자 바로 옆에 ‘졸음운전 NO, 안전운전 OK’ 같은 캠페인 문구나 도로공사 콜센터 전화번호 같은 조명등 글자들까지 한꺼번에 떠 있어, 운전자를 혼란스럽게 하고 정작 중요한 위험 메시지는 전달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있었다.

한 고속도로 터널 앞의 전광판 표지와 그 옆 LED 조명등 글자 /도로공사 제공

지난해 도로공사 내부 감찰에서도 “이미 터널 전면에 도로 전광 표지가 설치돼 있는데, (도로공사가) 이를 확인하지도 않고 기능이 유사한 메시지 조명을 추가로 설치했다”고 지적이 됐다고 한다.

그러자 한국도로공사는 최근 전광판 옆에 중복으로 붙어 있는 LED 조명등을 떼어냈다고 한다. 이렇게 설치했다가 떼어 낸 ‘중복 조명등’이 충남 지역에만 6개가 있었다. 이 조명등의 가격은 한 대당 700만원 정도라고 한다. 터널 앞 전광판이 있는데도 별 생각 없이 비싼 LED 조명등을 추가로 달아 운전자에게 혼란만 주고 관련 예산도 날리게 됐다는 뜻이다.

한 고속도로 터널 앞의 전광판 표지와 그 옆 LED 조명등 글자 /도로공사 제공

정부 관계자는 “공기업의 무능과 게으름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했다. 한국도로공사 관계자들은 도로공사가 전국 고속도로에 ‘중복 조명등’을 몇 개 설치했는지에 대해 “6개가 전부라고 들었다” “정확한 개수에 대해선 드릴 말씀이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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