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먼지로 태양 가린다...우주로 눈돌리는 기후변화 대응

미국 과학자들이 기후변화 대응에 우주 먼지를 활용하는 구상을 내놨다. 우주 공간에서 먼지로 '차양막'을 만들어 태양으로부터 지구에 닿는 햇빛을 일부 차단하겠다는 전략이다. 지구로 향하는 햇빛의 약 1~2%를 차단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벤자민 브롬리 미국 유타대 물리천문학과 교수와 스콧 켄연 미국 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학관측소 연구원팀은 이 같은 분석을 국제학술지 ‘플로스 기후’에 8일(현지시간) 공개했다.
우주에 차양막을 만드는 아이디어가 처음 제시된 것은 아니다. 얼리 제임스 당시 미국 로렌스리버모국립연구소 연구원이 1989년 국제학술지 ‘브리티시성간협회저널’에 이 같은 아이디어를 처음으로 제시했다. 당시만 해도 구현방법을 내놓지 못해 아이디어 차원에 그쳤지만 기후변화가 극심해지면서 과학자들은 우주 공간을 활용한 기후변화 대응 연구에 공을 들이고 있다.
● "지구 아닌 달 표면 먼지로 차양막 활용"
미국 연구진은 30여년 전에 얼리 제임스 로렌스리버모어국립연구소 연구원이 제시한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는 구체적인 구상이다. 제임스 연구원은 당시 달 암석에 포함된 소재로 2000km 길이의 얇은 유리 차양막을 우주에 설치하면 지구로 오는 햇빛의 1.8%를 줄일 수 있다고 제시했다. 아이디어 차원에서 제시됐지만 구현할 방법은 없었다.
미국 유타대와 스미스소니언 연구진이 내놓은 아이디어는 달 표면의 먼지를 태양을 향해 흩뿌려 차양막을 만드는 방안이다. 지구에서 먼지를 보급하는 것보다 비용이 저렴하고 달 먼지 고유의 특성이 차양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결과를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내놨다. 기존 아이디어들처럼 지구에서 태양 쪽으로 약 150만km 떨어져 있는 제1라그랑주점(L1)에 우주 차양막을 설치한다는 것은 동일하나 달의 먼지를 활용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연구진은 또 달에 세워질 우주정거장이나 정착지에서 직접 달의 먼지를 발사해 L1으로 보낼 수 있는 최적의 궤적도 도출됐다. 지구에서 먼지를 L1으로 보낼 경우 태양풍이나 중력에 의해 먼지가 쉽게 경로를 벗어난 데 반해 달에서 발사하면 L1까지 운반이 용이할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우주 차양막이 지구에 닿는 햇빛을 크게 막을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 “일부 햇빛을 막는다고 공상과학영화 ‘설국열차’처럼 지구가 영구적으로 춥고 사람이 살 수 없는 행성이 되진 않는다”면서 “우주는 기후변화 대응의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들보다 앞서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팀은 기포를 차양막으로 쓰는 방법을 지난해 7월 제시했다. 실리콘으로 만든 얇은 막 형태의 기포들로 우주에서 거대한 기포 뗏목을 만드는 방식이다. 물 위 비누거품들이 촘촘히 연결된 형태다. 연구팀은 브라질 크기만한 우주 기포 뗏목을 만들면 지구로 오는 햇빛의 2%를 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밖에 작은 비행체로 이뤄진 우주 차양막이나 거대한 거울을 우주에 쏘아올려 지구로 오는 햇빛을 반사시키는 '우주거울' 등도 아이디어로 제시되고 있다.
● 기후변화 양상과 해법 찾으려면 위성 관측 정확도 높여야
과학자들은 기후변화가 심화될수록 우주에 주목하고 있다. 유엔과 미국, 영국 등은 이구동성으로 “우주 기술은 기후변화 대응의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기후변화 양상과 분석도 우주 공간의 위성 덕분에 가능해졌다. 위성 지구 환경과 기후에 대한 태양의 영향을 지속적이고 장기적으로 관측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한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이나 유럽 우주국(ESA)이 지구 관측용으로 활용 중인 위성만 150여개, 지구관측 상업위성은 340여개에 달한다. 바다와 육지, 얼음, 대기 등 지구를 샅샅이 관측 중이다.
관측 정확도를 높이는 데도 공을 들인다. 영국 국립우주연구소는 올해 내 차세대 지구관측 위성을 발사할 계획이다. 이 위성은 800km 상공에서도 해수면 온도를 0.2도 범위 안에서 정확히 측정할 수 있다. 영국 런던의 랜드마크 '빅밴'에 서서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을 자세히 볼 수 있는 수준이다. 여지껏 발사된 지구관측 위성 중 가장 정확한 온도계 역할을 할 전망이다.
인류의 우주진출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기후변화 대응에 빠르게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진다. 영국 남극자연환경소 연구팀은 지난해 9월 국제학술지 ‘지구물리학연구레터’에 지구 온도 상승으로 우주 쓰레기 양이 늘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연구팀은 "온도 상승으로 대기 상층의 밀도가 감소되며 지구 대기권에 끌려와 불탔을 우주 쓰레기가 지구 저궤도에 남아있는 시간이 2000년대에 비해 30% 늘어날 것"이라며 "기후변화로 우주 쓰레기 충돌사고도 더 빈번해질 것"이라고 했다.
[고재원 기자 jawon121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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