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권의 뒤땅 담화] 차라리 일본에서 골프·온천·맛집 즐긴다

2023. 2. 13.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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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풀 대로 부푼 골프장 거품이 걷히고 있다.

새해부터 그린피, 카트 이용료, 부대 서비스 이용료 등을 골프장들이 의무적으로 표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시간대별로 달라지는 그린피를 일일이 공개해서 알려야 한다.

코로나19 사태 기간 동안 골프장 횡포에 쏟아진 원성을 정부가 받아들여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다. 단 캐디를 개별사업자로 보고 캐디피는 공개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젠 골프장에서 억지로 비싼 음식을 사먹지 않아도 된다. 정부가 클럽하우스 레스토랑이나 그늘집 등에서 골프장들이 음식을 골퍼들에게 강제하지 못하도록 골프장 이용 표준 약관도 개정했다.

그동안 어떤 골프장은 클럽하우스에서 식사를 조건으로 달고 부킹해주었다. 4인 기준 팀당 그린피, 식대, 기념품 등이 포함된 패키지 상품을 200만원에 구입해야 예약을 허용하는 수도권 골프장도 있었다.

지난해 춘천권 한 골프장 떡볶이는 4만5000원, 막걸리 한 통 1만8000원에 판매됐다. 이제 골프장 프로숍에서 비싼 선물 구매도 강요하면 안 된다.

골프장들이 자체 적용하던 예약 취소 위약금 규정이 바뀐 점도 눈에 띈다. 대다수 골프장은 그동안 7일 전까지 취소하면 정상 처리하고 6일 전부터는 위약금을 물렸다.

골프장별로 다르지만 위약금은 그린피와 카트피 포함한 이용료의 10%로 책정되고 2일 간격으로 당일 취소까지 10만원씩 추가 위약금을 붙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이런 과도한 위약금에 따른 분쟁해결 기준을 마련한 개정안을 마련하고 행정 예고했다. 오는 5월부터 시행된다.

이에 따르면 예약을 취소해도 주말과 공휴일은 4일 전, 평일엔 3일 전까지 위약금(배상금)을 내지 않는다. 2일 전까지 취소하면 이용료의 10%, 하루 전 20%, 당일 취소는 30%를 배상한다.

새해에는 캐디피 부담도 덜 수 있을 전망이다. 캐디피는 인력 부족으로 지난 2년간 2만원 정도 올랐다. 골프 수요가 폭증하고 골프장 설립이 줄을 이었기 때문이다.

노캐디제나 운전과 남은 거리만 알려주는 마셜캐디제를 선택해 캐디피 부담을 덜어주는 골프장이 늘고 있다. 올해부턴 중국,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등 만 18세 이상 외국 국적 동포도 캐디로 채용해 인력난과 캐디피 부담을 낮추게 된다.

무엇보다 태국 필리핀 베트남 등 동남아와 일본의 해외 골프 급증에 따라 국내 골프장 이용료가 인하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의 경우 고급 회원제 골프장을 제외하곤 음식 포함해 10만원이면 가능한 곳이 수두룩하다.

온천과 맛집까지 겸해도 우리 돈 15만원이면 하루를 쏠쏠하게 즐길 수 있다. 제주도나 남부지역 골프장 비용의 절반에 불과하다.

새해 달라지는 골프 규칙
골프 규칙을 제정·관리하는 미국골프협회(USGA)와 영국왕립골프협회(R&A)는 올해부터 5개 골프 룰을 제정해 적용했다.

우선 구제받은 공이 자연의 힘으로 스스로 움직여 패널티나 OB구역에 들어가면 벌타를 받지 않는다. 선수 이름을 따 ‘리키 룰’로 불린다.

2019년 미국 애리조나주 TPC스코츠데일에서 열린 피닉스오픈 최종일. 11번홀(파4)에서 5타차 선두를 달리던 리키 파울러(미국)가 곤란에 처했다. 세 번째 친 공이 그린을 타고 굴러가 뒤쪽 페널티 구역인 워터 해저드에 빠져버렸다.

한 벌타 먹고 공을 드롭한 뒤 그린을 살피러 올라간 사이 공이 저절로 물에 다시 굴러들어갔다. 경기위원은 벌타를 또 매겼다.

2벌타를 받은 파울러는 트리플 보기를 범하고 말았다. 충격을 받은 탓인지 이어진 홀에서도 보기를 일삼아 결국 공동선두를 허용했다.

가까스로 우승했지만 파울러에겐 위험한 순간이었다. 올해부턴 파울러가 다시 이런 상황에 처해도 염려할 필요가 없다.

골프 도중 클럽이 손상되면 교체나 수리해도 된다. 손상된 클럽은 특별한 경우(외부 영향, 자연의 힘, 로컬 룰)가 아니면 그동안 교체를 불허했다.

선수가 분을 못 참고 클럽을 손상하거나 일부러 망가뜨리지 않는 한 교체해도 된다. 카트 도로와 나무 근처에 놓인 공을 치려다 헤드가 긁히거나 샤프트가 구부러지면 수리하고 다른 클럽으로 바꿔도 된다.

경기 도중 공을 잘못 교체하면 매기던 2벌타도 올해부터 1벌타로 바꿨다. 같은 상표에 같은 성능을 가진 공만 사용해야 하는 원 볼 규정이다.

예를 들어 티샷에는 비거리가 좋은 공을, 그린 주변 어프로치샷에는 스핀이 잘 걸리는 공을 사용하면 2벌타가 적용됐다. 올해부터 원 볼 규정을 어기면 1벌타만 받는다.

후방선(Back-on-the-line) 구제 절차도 달라졌다. 샷이 어렵다고(언플레이어블) 선언하면 3가지 구제 방법이 있다.

▲1벌타를 먹고 직전 샷을 했던 곳에서 다시 치기 ▲볼 발견 지점에서 홀 컵에 가깝지 않게 두 클럽 이내 드롭 ▲홀 반대쪽으로 멀리 물러나 드롭해서 한 클럽 이내 멈춘 지점에서 진행 등이다.

마지막 옵션을 택하면 그동안 드롭한 공이 기준점보다 핀에 가까운 쪽으로 움직이면 다시 드롭을 했다. 2023년부터는 핀에 가까워도 한 클럽 이내라면 그냥 진행한다.

공이 페널티 구역에 들어가 1벌타를 먹고 칠 때에도 마찬가지다. 경계를 최후로 넘은 지점과 핀을 연결하는 후방선을 기준점으로 한다.

라운드를 마치고 스코어카드에 서명하지 않았을 때 실격 처리하던 벌칙을 마지막 홀에 2벌타를 추가하는 로컬룰 모델도 도입했다. 스코어카드 핸디캡 기록 의무도 면제한다.

외국 아마추어 대회에서는 자신의 공인 핸디캡을 명기한다. 이젠 디지털 핸디캡 시스템 도입으로 주최 측이 확인 책임을 갖는다.

일본여자골프협회(JLPGA)는 여자 우승 선수 물세례 세리머니도 금지하는 규정을 마련했다. 화장을 고치고 새로 단장하는 데 시간이 소요돼 올해부터 금지한다.

우승 선수는 주최 측에 모델 같은 존재이다. 경기를 끝내고 홍보물(차, 요트, 오토바이 등)에서 촬영하는 데 방해요소로 작용한 것도 요인이다.

정현권 골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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