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혈세 투입하나…집주인 대신 돌려준 전세보증금 ‘눈덩이’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robgud@mk.co.kr) 2023. 2. 13. 10:2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집주인 대신 세입자에 돌려준 돈
올해 1월에만 1700억 육박
대위변제액 6개월 연속 증가
바닥 드러내는 HUG 곳간
전세 사기 피해자들이 속출한 것으로 알려진 인천시 미추홀구 모 아파트 창문에 구제 방안을 촉구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세금 반환 보증보험을 운영하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집주인 대신 갚은 돈(대위변제액)이 올해 1월에만 1700억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오는 5월부터 전세보증금이 집값의 90% 넘는 주택은 보증보험 가입을 차단하기로 했지만, 집값 하락으로 올해 내내 ‘깡통주택(주택담보대출금과 전세보증금을 합친 금액이 주택매매가격의 80%가 넘는 주택)’이 속출한다며 대위변제금이 눈덩이 처럼 불어 결국 HUG 곳간이 바닥을 들어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3일 HUG에 따르면 집주인을 대신해 세입자에게 돌려준 전세금은 지난달 1692억원(769건)으로, 이는 작년 1월(523억원) 대비 3.2배 급증했다. 보증보험에 가입한 주택은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경우 HUG가 대신 갚고 집주인에게 청구한다.

작년 7월 564억원이었던 대위변제액은 8월 833억원, 9월 951억원, 10월 1087억원, 11월 1309억원, 12월 1551억원으로 6개월 연속 증가했다. 집값 하락에 따른 깡통전세와 ‘빌라왕’ 등 전세사기로 지난해 한 해 동안 HUG는 9241억원을 대신 갚아줬다. 2021년보다 83% 급증했다.

신축 빌라 가격을 부풀린 뒤 전세보증금을 높게 받아 주택을 수백·수천 채 사들인 전세사기꾼은 이익을 취하고, 공기업이 위험을 떠안은 상황인 것이다.

올해는 대신 갚아주는 전세금이 더 늘지 않고 1월 수준만 유지된다고 해도, 연간 대위변제액이 2조원 안팎으로 불어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렇게 되면 HUG 곳간이 바닥을 드러낼 수 있다.

작년 한 해 전세보증금 반환 사고 규모는 1조1731억원에 달했다. HUG는 9241억원을 집주인 대신 세입자에게 돌려줬지만, 임대인에게 회수한 금액은 2490억원(21%)에 불과했다. 손실금은 약 7000억원이다.

대위변제금이 늘어나면서 HUG는 작년 1000억원가량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HUG가 당기순손실을 낸 것은 2009년 이후 13년 만이다. 주택도시기금법상 HUG는 자기자본의 60배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보증 발급이 가능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보증배수는 54.4배까지 올라왔다.

정부는 건전한 전세 계약이 보호받을 수 있도록 HUG의 보증 여력을 확충하기로 했다. 보증보험 상품 가입이 중단되지 않도록 정부 출자를 통해 HUG 자본을 확충하고 보증 배수를 높일 계획이다.

HUG의 보증 총액한도를 70배로 늘리는 주택도시기금법 개정안도 국회에 발의돼 있다. 혈세를 투입해 보증보험 제도를 유지하는 것이 골자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전세가율(집값 대비 전세보증금 비율) 기준을 80% 이하로 더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그래야 집주인들이 전세금을 마음대로 못 올려 깡통전세를 예방하고, 세입자들은 위험 주택을 걸러낼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 2일 ‘전세 사기 예방 및 피해 지원방안’ 발표를 통해 보증보험 가입 가능 전세가율을 기존 100%에서 90%로 낮추기로 한 바 있다. 그동안 HUG의 전세금 반환보증은 매매가의 100%까지 보증가입을 허용해 악성 임대인의 무자본 갭투자, 중개사 등의 깡통전세 계약 유도 등에 악용됐다는 진단 때문이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