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인의 직격 야구] 2시간 40분대 경기는 프로야구 흥행의 열쇠

권정식 2023. 2. 13.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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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에도 프로야구는 경기시간 줄이기에 힘을 쏟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많은 난제가 있어 기대대로 실현될지는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1984년 LA 올림픽 은메달의 주역인 '한국여자농구의 레전드' 박찬숙(64)이 다음달 창단되는 서울 서대문구 여자농구단의 초대 감독에 선임됐다.

예순이 넘은 나이에 어떻게 감독 복귀를 결정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박감독은 "최근 여자농구 인기가 여자배구에 밀려 하락세라는 위기의식이 많다. 여자농구 활성화에 기여하고 싶은 마음에서 다시 코트로 돌아왔는데 화려한 기술의 공격 농구로 팬들을 경기장으로 불러 들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여자농구는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인기가 여자배구를 압도했으나 스타 플레이어 부재로 슬금슬금 여자배구에 밀렸다. 그러더니 올시즌 들어 '도쿄 올림픽 4강 돌풍'의 '걸 크러시' 김연경(35․흥국생명)의 국내 복귀로 여자배구 경기장엔 구름 관중이 몰리고 있고 TV 시청률에서도 여자농구는 여자배구에 완전히 밀리고 있다.

프로야구는 더 심각하다. 최근 한국체육대학교 스포츠분석센터가 빅데이터 분석시스템으로 개발한 2022년도 CSPA(스포츠 관심도) 지수에 따르면 축구가 2400점 만점에 2168.5인 반면 야구는 28.2로 엄청나게 떨어진다.

물론 이를 프로축구와 프로야구로 세분하면 격차는 많이 줄어 들것이다. 중고교 야구의 인기 절벽, 존재도 없는 대학야구를 제외하면 프로야구는 관심도가 큰폭으로 올라가기 때문이다.

이 조사에는 지난해 한국대표팀의 월드컵 16강 돌풍이 크게 반영된 탓이지만 야구가 축구 관심도의 13%에 불과하다는 건 심각하기 그지없는 수치다.

2030 프로야구 팬들의 반응을 보면 심각성은 더 깊어진다. 만나는 젊은 팬들은 이구동성으로 "경기가 엿가락처럼 늘어져 보기가 싫다. 박진감이 없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3시간 이상의 경기는 2030뿐 아니라 40세 이상 중년층도 모두 싫어한다. 2030은 어려서부터 초고속 인터넷의 스피드에 젖어있는 탓에 '느림보 경기'를 더욱 혐오한다. 그런데 한국야구위원회(KBO)와 각 구단은 왜 경기 시간 단축에 사활을 걸지 않는 것일까.

KBO 사무국은 지난 8일 "2023시즌 빠른 진행을 통해 더 재미있고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선보인다는 목표로 스피드업 규정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트라이크존 정상화와 스피드업 규정을 강화했던 지난해 KBO리그 정규시즌 720경기 평균 소요 시간(9이닝 기준)은 3시간 11분으로 2021년 3시간 14분보다 3분 빨라졌다. 특히 경기 시간을 늘리는 주범으로 지목된 경기당 볼넷은 스트라이크존 정상화와 함께 2021년 8.38개에서 6.90개로 감소했다.

KBO 사무국은 "올해는 마운드 방문 시간 엄격 적용, 엄격한 타석 이탈 방지 규정 적용 및 심판 스피드업 평가, 친목 행위 금지 강화 등으로 경기 시간을 더욱 줄일 것"이라고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우선 경기중 마운드를 방문한 감독이나 코치는 좀 더 빨리 덕아웃으로 돌아가야 한다.

작년까지 감독이나 코치 또는 선수의 마운드 방문 시간은 30초로 제한했는데, 올해부터는 30초가 지나간 시점에 곧바로 경기를 재개할 수 있도록 '25초가 지난 시점에서 (심판이 시간을) 통보하고 감독 또는 코치는 즉시 덕아웃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규정을 변경했다. 또한 '30초가 지나간 시점에서 포수는 포구 준비를 완료해야 한다'는 내용까지 추가했다.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투수가 12초 이내 투구해야 한다는 스피드업 규정은 현재 첫번째 경고를 주고, 두번째부터 벌금 20만원 부과와 함께 볼로 판정하는 것으로 돼 있다. 하지만 올 시즌 퓨처스리그에서만 경고없이 곧바로 볼로 판정하기로 했다. 내년에는 KBO리그까지 확대 적용을 검토한다.

KBO 사무국은 "스피드업 강화로 2023시즌 평균 경기 시간을 3시간 5분 이내로 단축할 것"이라며 "규정 신설을 연구해 전력을 다할 계획이며, 매월 스피드업 통계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팬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규정을 바꾸는 요란을 떨어도 3시간 11분에서 3시간 5분으로 겨우 6분이 단축되기 때문이다. 획기적인 조치가 아니면 팬들의 관심을 끌수 없는 건 보나마나한 이치다. 6분 단축에 관해 주요 언론들이(신문, 방송) 단신으로나마 단 한건의 보도도 하지 않는 걸 보면 KBO 조치가 얼마나 안일한지를 알 수 있다.

메이저리그(MLB)는 올해부터 수비 시프트를 전면 금지시키기로 했다. 수비 시프트만 금지해도 단숨에 20분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MLB는 단 한가지 조치로 바로 경기시간 2시간 40분대로 진입하게 된다.

그런데 KBO는 왜 수비 시프트 금지를 도입하지 않을까. 필자의 문의에 대해 KBO 사무국은 "MLB의 수비 시프트 금지가 올해 성공적으로 정착하는지를 살펴본 뒤 내년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아니, 그럼 MLB의 조치에 반신반의한다는 말인가.

MLB 사무국은 수십차례의 시뮬레이션을 실시한 결과 '100% 성공 확신'을 갖고 폐지의 결단을 내렸다고 한다. 그렇다면 KBO 리그는 '손안대고 코 푸는'격 아닌가. MLB가 미리 사전조사와 분석을 철저히 했으므로 KBO 리그는 그냥 따라하면 되는 것이다.

수비 시프트는 경기 흐름을 깨 득보다 실이 많다는 건 웬만한 팬들도 감으로 느끼고 있다. 그렇다면 수비 시프트 폐지는 '경기시간 단축, 너저분한 플레이 방지'의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최고의 묘안이다.

KBO는 경기시간 약 5분 줄일수 있는 자동고의 4구제를 MLB보다 1년 늦은 2018년 시즌부터  시행한 바 있다(2017년 6월에 이 칼럼에서 자동고의 4구제의 빠른 채택을 촉구한바 있음)

코로나19 사태로 잃어버린 수백만명의 관중 유치엔 이보다 더 눈에 띄는 조치는 없어 보인다. 다시말해 2시간 40분대 진입은 프로야구 흥행의 열쇠다.

*지난주에는 1948년 건국후 스포츠선수 최초로 4년제 대학총장이 된 박노준 안양대 총장을 인터뷰하느라 '직격야구'는 한 회 쉬었습니다. 본지 홈페이지나 검색창에 '박노준'을 치면 인터뷰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본지 객원기자

 

스포츠한국 권정식 jskwon@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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