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 · 방산 전문가들에게 묻다…KAI 민영화 · 방산 대형화의 방향은? [취재파일]
한국항공우주산업 KAI의 민영화, 이에 따른 업계의 대형화와 재편이 올해 방산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요즘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는 방산 1, 2, 3위 업체들이 자의 반 타의 반 엮여 있고, 업계의 판도를 뒤바꿀 수 있는 사안이라 방산업계 전체와 더불어 국방부, 군, 방사청도 관심이 큽니다.
한화그룹과 LIG넥스원은 부지런히 KAI 인수의 의지와 체력을 다지고 있습니다. 한화는 전투기 최고 전문가로 통하는 류광수 전 KAI 부사장을 영입했고, LIG넥스원 고위직들은 여러 채널을 통해 "한화에 KAI를 넘길 수 없다", "무리해서라도 KAI를 인수하겠다"는 뜻을 알리는 중입니다.
한화가 인수하면?…"세계 수준의 대형 방산 탄생"
KAI 인수를 위해 가장 먼저 행동에 나선 데는 한화그룹입니다. 작년 가을부터 KAI와 항공우주산업 관련 인사들을 두루 접촉하더니, 올 초 류광수 전 KAI 부사장을 전격 영입했습니다.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할 때 대우조선해양 특수선사업부의 핵심 인사를 먼저 채용한 뒤 인수 작업을 본격화했던 것과 오버랩됩니다.
한화가 KAI를 품으면 매출 10조 원 대의 초대형 방산업체가 탄생합니다. 익명을 요구한 항공공학 전공의 A 교수는 "항공과 우주, 나아가 항공기 정비업까지 집적화해서 중핵 기업을 육성해야 한다", "핵심 기업의 규모를 키우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해 수입국의 니즈에 호응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화디펜스 상무 출신의 엄효식 GOTDA 대표는 "항공 레이더와 엔진을 갖고 있는 한화가 체계까지 확보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규모의 경쟁이 가능하다"고 내다봤습니다.
LIG넥스원이 인수하면?…"방산 양강체제 탄생"
업계는 "한화그룹이 KAI를 차지하면 LIG넥스원은 중소기업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LIG넥스원이 느끼는 위기감은 업계의 체감보다 더 큰가 봅니다. "한화의 KAI 인수는 안된다", "삼성테크윈을 한화에 뺏긴 패배의 전례를 답습하지 않겠다"는 말이 LIG넥스원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단독이 됐든, 컨소시엄이 됐든 KAI를 인수한다"는 방침이 확정된 것 같습니다.
LIG넥스원이 KAI를 품으면 한국 방산은 한화와 LIG넥스원의 양강체제가 됩니다. 정재원 KAIST 안보융합원 교수는 "항공의 LIG넥스원과 해양·지상의 한화로 업계가 재편됨으로써 업계 전체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한화는 이미 충분히 대형화됐고, LIG넥스원이 뒤따라 대형화를 이루면 한국 방산은 양강체제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KAI가 민영화되면?…"굴레 벗고 비상"
전문가들은 KAI 민영화에 적극 찬성합니다. 수출입은행 지분 26%에 묶인 KAI의 공기업적 한계에서 탈피해야 KAI의 미래를 논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한화나 LIG넥스원의 덩치를 키우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KAI를 국제적으로 통하는 우주항공기업으로 성장시키는 목적을 분명히 제시한 뒤 민영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채우석 방산학회장은 "국제 경쟁을 위해 KAI에 필요한 것은 오너 또는 전문경영인"이라고 정리했습니다. A 교수는 "KAI가 지금까지 열심히 했다지만 선진국의 항공우주산업은 다른 차원으로 접어들고 있다", "공기업적 구속에 발이 묶인 KAI는 선진국 경쟁업체들처럼 장기적인 안목의 큰 투자를 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KAI를 원하는 업체들이 한국의 항공우주산업을 어떻게 발전시킬지 청사진을 내놓을 때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방산의 대형화와 경쟁력 강화의 효과를 얼마나 끌어낼 수 있을지도 보여줘야 합니다. 민영화의 키를 쥐고 있는 정부는 KAI 민영화와 방산 대형화의 의의를 깊이 고려해 판을 벌여야 할 것입니다. 정부와 업계가 속 터놓고 토론해서 정답을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김태훈 국방전문기자onewa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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