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사업 패스트트랙` 서울시 신통기획 속속 이탈… 왜?

이미연 2023. 2. 13.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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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한양2차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 이미연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 후 야심차게 추진 중인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에서 이탈하려는 서울 재건축 단지들이 늘고 있다. 당초 신통기획으로 선정되면 정비사업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기대감에 신청했지만, 실익이 크지 않거나 아예 없다는 부분이 드러난 단지들이 하나둘씩 철회 요청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송파구 오금현대와 서초구 신반포4차가 발을 뺐고, 송파구 한양2차도 서울시에 철회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하지만 송파한양2차의 경우 앞서 2개 단지와는 달리 지난해 8월에 철회 요청을 했음에도 시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데다가 올해 1월에는 신통기획 진행 단지라며 '토지거래허가제 구역'에까지 재지정되자 반발이 커지고 있다.

13일 정비업계 등에 따르면 송파한양2차 아파트는 지난 1월 19일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에 재지정됐다. 지난 2021년 11월 신통기획에 이름을 올리면서 투기방지를 위해 토허제에 지정됐던 이 단지는 오는 2024년 1월 28일까지 1년 더 묶였다. 이 단지의 한 주민은 "이미 작년 8월에 조합 총회까지 열어 서울시에 '신통기획 철회' 의견을 전달해 곧 토허제도 풀릴 것으로 기다리고 있었는데 날벼락을 맞은 것 같다"며 "토허제로 작년에 매매 거래가 단 한건도 없는 단지다. 이사도 못가고 있다"고 토로했다.

신통기획은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 후 서울시가 재개발·재건축 속도를 높이기 위해 도입한 제도다.

민간 정비사업을 시가 지원해 통상 5년 이상인 정비구역 지정 기간을 2년으로 줄여주는 대신 임대주택 확대나 공공시설 기부채납 등으로 공공성을 확보하는 게 골자다. 2021년 9월 도입 후 총 79곳에서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제도 하에서 사업을 잘 진행되고 있는 단지가 대부분이지만, 일부에선 단지별로 진행 상황이나 이해득실이 달라 이탈 조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송파한양2차는 이미 2020년 11월 조합 설립 인가를 받은데다가 2021년 10월 정비계획 변경(안) 제출해 신통기획으로 사업속도를 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 게다가 서울공항으로 인해 고도제한이 걸려있어 다른 신통기획 단지들처럼 용적률을 올릴 수도 없다.

뒤늦게 이런 사실을 인지한 조합은 지난해 8월 총회를 열고 주민 의견을 수렴해 시에 신통기획 추진 반대의견을 제출했다. 당시 신통기획을 추진하다 반발에 막힌 조합장은 이를 책임지겠다며 사임했고, 현재 이 조합은 직무대행 체재로 운영 중이다. 시로부터 '신통기획 철회 확정' 소식을 기다리던 조합(현재 조합장 직무대행 체제)은 작년 11월 21일 다시 서울시 담당과와 송파구청 등을 찾아가 다시 철회 요청 공문을 제출했다. 그러나 시는 아직도 이 단지를 '신통기획 진행형'으로 분류했고, 이에 조합은 올해 1월 '토허제 재지정' 내용이 담긴 공문을 받았다.

송파한양2차의 김용식 조합장 직무대행은 "서울시 담당과를 여러번 만나러 갔지만 시는 저희 단지가 '수많은 신통기획 중 한 단지에 불과하다'면서 아예 귀를 막고 있다"며 "이렇게 신통기획 철회도 안되고 있는데 이번에 토허제 재지정까지 겹쳐 이중고를 겪게된 셈"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신통기획이 서울시 주력사업인 것도 알고 너무 좋은 제도라는 것도 알지만, 저희 단지에는 맞지 않으니 주민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서 철회 요청을 한 것"이라며 "가이드라인 용역비용이 1억 5000만원선이라고 들었다. 철회만 해준다면 용역비용은 조합이 당연히 부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시 신통기획은 현재 수정을 거듭 중이다. 지난 1월 서울시는 신통기획에 '자문방식'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기존에는 서울시가 직접 기획해 민간에 계획 방향을 제시하는 '기획방식'이었는데, 앞으로는 주민제안(안)이나 지구단위계획 등이 세워진 지역의 경우 서울시의 기획설계 용역 발주없이 자문만 거치게 하겠다는 것이다.

조합의 예상보다 과도한 임대주택 등 시가 제시하는 공공성 확보에 반발하는 단지에는 변경안을 제시하기도 한다. 앞서 사업을 철회한 단지 중 한 곳인 오금현대 재건축의 경우, 조합원들은 예상보다 높은 임대아파트 비율(20.6%) 등에 반발했고 이후 서울시 측에서 계획안을 제시했지만 조합원들이 이를 수용하지 않아 결국 철회가 진행됐다.

이런 식의 철회를 막기 위해서인지 최근 서울시는 신통기획 강남1호인 '대치미도 아파트'의 공공성 확보 조건을 일부 변경하는 안을 추진하고 있다. 630여 가구에 달하는 임대주택이 과도하다는 주민 의견에 신통기획 반대여론이 조성되며 일각에서 '일반재건축으로 선회하자'는 주장이 나왔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에 서울시와 조합은 임대주택을 줄이는 대신 공공시설 등의 기부채납을 늘리는 방향으로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런 우회에도 불구하고 실익이 없는 단지들은 철회를 강행할 가능성도 적지 않아 보인다. 강남권 한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정비사업 패스트트랙'이라길래 신청했는데 되려 사업 속도가 느려지고 있어서 철회를 고민하고 있는 단지들이 꽤 있다. 일단 송파한양2차의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측은 "주민들의 입장을 고려해야 하지만 일단 주민들이 먼저 신통기획을 신청했고, 그 이후에 행정행위(가이드라인 용역)가 진행 중인 상태에서 요청이 들어온 것이다.

주민들 의견 번복만으로 이를 중단하거나 방향을 바꾸는 것은 맞지 않다고 해당 조합에 안내했다"며 "주민대표단이 시가 준비한 신통기획안을 확인 후에 수용하지 않겠다고 한다면 조합에서 준비한 안건과 조율해서 변경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연기자 enero2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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