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생각] 165억원의 내비게이션

임정연 대전신용보증재단 보증사업본부 본부장 2023. 2. 13.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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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생(31세), 키 184㎝, 몸무게 78㎏, 발 사이즈 255㎜. 평범한 신체조건을 갖춘 한 청년 손흥민 선수의 1년 연봉은 약 165억 원, 주급 약 3억 2000만 원이다.

그가 축구와 함께 붙잡은 것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책 읽기'이다 축구와 독서, 책을 손에서 놓지 않으려 하여 1년이면 100권 정도의 책을 읽는데 그 중 30권 정도는 따로 뽑아 밑줄을 치고 중요한 페이지는 접어 흥민이에게 권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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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연 대전신용보증재단 보증본부 본부장

1992년생(31세), 키 184㎝, 몸무게 78㎏, 발 사이즈 255㎜. 평범한 신체조건을 갖춘 한 청년 손흥민 선수의 1년 연봉은 약 165억 원, 주급 약 3억 2000만 원이다.

3년 차 프로 축구 선수 생활을 하던 그의 부친 손웅정 선수, 1989년 5월 9일, 동대문 운동장에서 대우 로얄즈와의 경기를 뛰고 있었다. 전반 막바지 발뒤꿈치에서 '빡' 하는 소리가 났다. 순간 격한 통증이 밀려와 쓰러지고 말았다. 치명상을 입고 수술대에 올랐다. 재활을 마치고 이듬해 복귀하였으나 예전과 같지 않았다. 뛰고만 싶었던 그는 한계를 인정하며 1990년 결국 은퇴했다.

흥민과 그의 형 흥윤은 이때 즈음 태어났다. 네 식구 살던 방 한 칸짜리 집에는 겨울 아침 고드름과 하나 된 문이 열리지 않아 손이 아닌 몸으로 열어야 할 때도 있었다. 당시 12년 된 프라이드를 120만 원에 구입하여 비를 맞지 않고 추위를 피할 수 있어 참 행복했다고 말한다.

그가 축구와 함께 붙잡은 것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책 읽기'이다 축구와 독서, 책을 손에서 놓지 않으려 하여 1년이면 100권 정도의 책을 읽는데 그 중 30권 정도는 따로 뽑아 밑줄을 치고 중요한 페이지는 접어 흥민이에게 권하기도 한다.

책은 절실한 생존의 도구였다. 어떤 책이든 공부하는 심정으로 삼색 펜을 준비하여 좋은 책은 적어도 세 번 읽으며, 일독 시 책과 같은 검은색 펜으로 중요 대목을 체크하고 메모, 이독 때는 파란색 펜으로, 삼독 때는 가장 핵심이 되는 내용을 빨간색 펜으로 체크하고 메모한다.

삼독을 한 후, 새길 교훈이나 부족하고 모자란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채워주는 메시지는 독서노트에 옮겨 적고 한 권이 채워지면 세밑에 다시 그 노트를 읽고, 새 노트로 옮겨 적는다. 종잇장이 뚫릴 만큼 박박 줄 치고 여백에 빼곡하게 메모 해둔 책은 독서노트로 작성, 시간이 날 때마다 노트를 반복해 읽다 보면 자기 안에 기억의 궁전이 세워진다고 한다.

좋은 지도자, 좋은 아버지가 되고 싶었던 열망, 그래서 고민했고 연구했다. 오직 축구만 생각하며 내린 결론은 기본기였다. 어린 시절부터 고민했던 문제들을 펼쳐 놓고 생각하기 시작했고 책을 읽고 연구하는 건 당연지사였으며 전 세계에서 펼쳐진 축구 경기들을 비디오테이프에 녹화한 것이 200개가 넘었다 한다.

손 선수가 함부르크에서 처음 계약하고 1년이 지나지 않아 분데스리가 데뷔 골을 넣었을 때 사람들은 "혜성처럼 나타난 선수"라고들 표현했으나 부친은 말한다. 그 어떤 분야에서도 "혜성은 없다"라고. 매년 100여 권의 책에서 길어 올린 부친의 독서노트에 그려진 내비게이션이 보인다. 손 선수를 이끌어 골대를 향하여 정확한 슛을 쏘게 해 준 그 길잡이 말이다.

코로나의 전염병, 끝나지 않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튀르키예의 대지진의 현장에, 시간에 우리가 서 있다. 내비게이션이 있는가? 그것을 잘 따라가고 있는가? 그렇다면 두려워 말라! 분명 우리는 그곳에 도착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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