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 과학이야기] 기후변화와 자원고갈에 위협받는 핵심광물 공급망

박준혁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선임연구원 2023. 2. 13.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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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5월 러시아 시베리아에서는 니켈, 팔라듐과 같은 광물 채굴 업체인 Norilsk Nickel의 석유탱크가 무너져 2만t이 넘는 기름이 유출된 사고가 발생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영구동토층이 녹아 디젤 탱크를 지지하는 구조물이 무너졌던 것이 그 이유였다.

이듬해 2021년에는 같은 회사의 지하 광산에서 영구동토층이 녹아 지하수가 터져 나왔고, 광물 채굴 중단 및 장벽 설치로 광물 생산량이 15-20%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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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혁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선임연구원

2020년 5월 러시아 시베리아에서는 니켈, 팔라듐과 같은 광물 채굴 업체인 Norilsk Nickel의 석유탱크가 무너져 2만t이 넘는 기름이 유출된 사고가 발생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영구동토층이 녹아 디젤 탱크를 지지하는 구조물이 무너졌던 것이 그 이유였다.

이듬해 2021년에는 같은 회사의 지하 광산에서 영구동토층이 녹아 지하수가 터져 나왔고, 광물 채굴 중단 및 장벽 설치로 광물 생산량이 15-20% 감소했다. 알래스카, 캐나다 북부, 북유럽의 영구동토층에 있는 수많은 광산도 지구온난화로 지반의 지지력을 상실해 산사태, 인프라 매몰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한 얼어있던 땅이 녹으면서 광산에서 발생한 오염물질이 더 멀리 확산하는 문제도 발생한다.

지구 반대편에서는 광산에 물이 없어서 난리다. 다량의 리튬과 구리가 매장되어 있는 남미 아타카마 사막에서는 계속된 극심한 가뭄으로 인해 광산 운영에 필요한 용수가 부족한 상황이다. Antofagasta에서 운영하는 칠레의 구리광산은 지난해 극심한 가뭄으로 인해 전년 대비 26%나 생산량이 줄었으며 일부 광산은 지하수 면허를 다시 받지 못하면 문을 닫아야 할 처지에 놓였다.

구리뿐만 아니라 리튬을 개발하기 위해 지하수를 사용하는 것도 지역주민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히고 있다. 1t의 탄산리튬을 생산하는데 무려 약 14t의 물이 필요한데, 가뭄이 계속 이어지는 상황에서 매년 수십만t의 지하수를 사용하는 광물 개발이 지속 가능할지 의문이다.

기후변화를 줄이기 위한 재생에너지와 전기차의 도입, 이를 위해 꼭 필요한 핵심 광물의 개발이 기후변화로 인해 위협을 받고 있다. 위의 사례들과 같이 세계 광물 공급을 이끄는 메이저 광산들은 오히려 생산량을 늘려야 할 시점에 기후변화로 인해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떨어지는 광물의 품위(전체 광석 중 유용광물 함유 비율)도 문제다. 지표 가까이 존재하는 고품위 광물은 이미 대부분 개발됐고 점차 낮은 품위의 광체를 개발하거나 더 지하 깊은 곳으로 들어가 채굴해야 한다.

100년 전, 2.0%에 달하던 구리의 평균 품위는 지금 0.5% 정도로 감소했다. 대형 노천광산의 평균 품위는 0.2-0.3%에 이르기도 한다. 즉, 1t의 구리를 얻기 위해 50t의 광석을 처리하던 시대에서 400-500t의 광석을 처리해야 하는 시대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더 많은 폐석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기하급수적으로 더 많은 에너지와 물, 화학약품이 소모된다. 물은 점점 부족해지는데 생산량유지를 위해 오히려 물을 더 많이 소비할 수밖에 없다. 결국 이는 생산성 악화와 비용 상승이라는 리스크로 소비자에게 돌아오게 된다.

기후변화와 자원고갈은 단기적으로 막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로 인한 공급망 위협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은 기술개발뿐일지도 모른다. 새로운 기술 개발을 통해 특정지역에 편재된 자원 외에 공급원 다양화가 필요하다.

이전에는 개발이 어려웠던 새로운 자원들을 채굴가능한 매장량의 영역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셰일가스 혁명이 가스의 매장량을 폭발적으로 확장했듯이, 광물도 끊임없는 기술개발을 통해 매장량 확보가 필요하다.

공급이 매우 부족한 리튬의 경우, 대체 기술로써 직접리튬추출(DLE) 기술과 점토리튬 회수 기술을 통해 바다와 폐유전에서 리튬을 확보하고, 미국·멕시코·세르비아 등 다양한 국가에서도 회수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천연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는 높은 기술력을 무기로 자원 부국과 협력해 공급망 내 영향력을 확대하고 공급망을 안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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