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망주’ 배지환, 개막로스터 불발도 괜찮다

김재호 MK스포츠 기자(greatnemo@maekyung.com) 2023. 2. 13. 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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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즌 트리플A에서 성공을 경험한 뒤 빅리그까지 올라왔던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배지환(24), 개막로스터에 합류하지 못하더라도 좌절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더 좋은 일이 될 수도 있다.

배지환의 지난 시즌은 성공적이었다. 트리플A 108경기에서 타율 0.289 출루율 0.362 장타율 0.430 8홈런 53타점 30도루 기록하며 팀 MVP에 선정됐고 콜업 이후 10경기에서 타율 0.333(33타수 11안타) 6타점 3도루 기록했다. 자신의 장기인 스피드를 제대로 보여줬다.

그 결과 ‘MLB.com’ 선정 구단 유망주 랭킹에서 11위로 2022시즌을 마감했다. 그보다 랭킹이 높으며 빅리그 데뷔가 임박한 중앙 내야수는 닉 곤잘레스가 유일하다.

배지환은 2022시즌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사진=ⓒAFPBBNews = News1
그 분위기는 곧 시작이 임박한 스프링캠프로 이어질 것이다. 메이저리그의 스프링캠프의 주전 경쟁은 사실상 지난 시즌부터 시작된다. 캠프 시범경기 성적을 통해 가려지는 자리는 극히 소수다.

배지환은 지난 시즌 충분히 빅리그에서도 통할 수 있음을 보여준만큼, 그에게도 많은 기회가 주어질 터.

메이저리그 전문 매체 ‘MLB.com’은 2루수 유격수 중견수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배지환이 유틸리티 백업으로 개막 로스터에 합류할 것으로 예상했다. 주전 2루수 자리는 세 번째 시즌을 맞이할 로돌포 카스트로를 지목했다.

그러나 그 기회가 언제부터 주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개막 로스터에 들어갈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다. 아직 스프링캠프가 시작되기도전 김빠지는 얘기를 하는 것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서다.

메이저리그는 서비스 타임 관리 차원에서 유망주들을 일부러 캠프 기간 마이너리그로 내려보내고 있다. 캠프 도중 유망주들을 마이너리그로 내려보낼 때마다 감독과 단장들은 ‘꾸준한 출전 기회’ ‘경험이 더 필요해서’ 등 그럴싸한 이유들을 늘어놓는다.

그러나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선수의 FA 자격 취득을 1년이라도 늦추기 위한 조치다. 메이저리그는 한 시즌동안 172일의 서비스 타임을 소화하면 1년을 인정해준다. 유망주가 172일의 서비스 타임을 채우지 못하도록 그를 마이너리그에서 시작하게 하는 것이다. 팀을 가리지 않고 행해지는 조치다.

좋게 말해 관습, 나쁘게 말해 악습이다.

피츠버그는 지난 시즌 오닐 크루즈를 캠프 도중 마이너리그로 내려보냈다. 사진=ⓒAFPBBNews = News1
이에 대한 비난의 시선을 의식한 듯, 메이저리그 노사는 지난 시즌부터 적용된 새 노사협약에서 개막 로스터에 포함된 신인 선수가 올해의 신인 투표에서 상위권에 오를 경우 드래프트 지명권을 보상하는 등 이를 막기 위한 장치들을 도입했다. 그러나 그런 장치는 말그대로 ‘리그 탑클래스’ 유망주들을 위한 조치다.

피츠버그는 이에 상관없이 지난 시즌에도 오닐 크루즈를 시즌 개막전 트리플A로 내려보냈다. 크루즈는 트리플A 55경기에서 타율 0.232 출루율 0.336 장타율 0.422 9홈런 35타점을 기록한 뒤 빅리그로 콜업됐다. 현재 그는 110일의 서비스 타임으로 아직 1년을 채우지 못했다.

크루즈에게 했던 일을 배지환에게도 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배지환도 출국 기자회견에서 “직접 당해보지는 않았지만, 많이 봐왔기에 내성이 있다”며 이같은 ‘악습’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 관리를 받는다는 것 자체가 다른 유망주들과 다르다는 것이기에 행복할 거 같다”며 오히려 더 좋은 일이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물론 최상의 경우는 개막로스터에 합류, 빅리그에서 꾸준한 기회를 얻으며 자신의 입지를 넓히는 것이다. 그러나 늘 최상의 경우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개막로스터에 합류하더라도 시즌 초반 꾸준한 기회를 얻지 못하며 경기 감각이 떨어지고 성적도 떨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도 있다. 길게 내다보면, 밑에서 구단의 관리속에 꾸준히 경기를 소화하며 감각을 끌어올린 뒤 빅리그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지금까지 수많은 스타들이 그런 과정을 거치며 성장해갔다.

[김재호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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