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 시프트, 자동차 부품 산업 新 생존 전략 필요[이지평의 경제 돋보기]

2023. 2. 1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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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 시프트는 세계적 대세
보수적인 일본 자동차업계도 구조 전환 스타트
한국 자동차 부품 기업도 생태계 혁신 필요
기술 개발 및 융합 촉진하는 정책적 노력도

[경제 돋보기]

전 세계적으로 내연기관 자동차가 전기차(EV)로 교체되는 EV 시프트가 가속되고 있고 그동안 부진했던 일본 기업의 대응도 강화되고 있다. 일본 기업은 휘발유 내연기관차와 함께 엔진과 전기 모터를 같이 탑재한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주력해 왔지만 도요타자동차를 비롯한 각 회사들이 EV에 주력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방대한 일본의 자동차 부품 산업도 구조 전환에 나서기 시작했다. 

일본 자동차 기업이 EV 시프트에서 선행하지 못했던 이유 중의 하나는 자사 계열 구조의 핵심인 내연기관 관련 부품 회사들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EV의 부품 수는 약 2만 개 정도로 내연기관차의 3만 개보다 적고 엔진이나 트랜스미션 등은 필요 없게 되는 한편 배터리·모터·인버터 등이 중요해진다. 내연기관에 적합한 일본의 방대한 자동차 부품 산업으로서는 지대한 영향이 발생하는 셈이다. 테이코쿠 데이터뱅크의 앙케트 조사(2022년 10월)에 따르면 자동차 관련 기업들의 46.5%가 EV 시프트에 따라 악영향이 우려된다고 응답했다. EV 시프트는 새로운 기회인 동시에 기존의 자동차 부품 산업이 축소될 수 있는 위험도 함께 고려해 대응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사실 발 빠르게 움직이는 부품 회사들도 나오고 있다. 2022년 7월 엔진 부품인 피스톤링을 제조하는 리켄과 일본피스톤링은 2023년 중 양 사의 경영을 통합해 경영 자원을 효율적으로 신사업에 투입해 양 사의 강점을 기반으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도요타 계열의 주력 부품사인 덴소는 2022년 9월 연료 펌프 모듈 사업을 같은 도요타 계열의 아이산공업에 매각했다. 도요타는 그룹 기업 간에서 사업을 통합·재편하면서 EV 시프트에 대응한 생산 체제 혁신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물론 EV 시프트가 가속돼도 당분간은 엔진 부품 등의 수요는 단계적으로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그 과도기에 잔존자 이익을 극대화하면서 자사의 강점을 기반으로 새로운 EV 관련 사업이나 전혀 다른 분야를 개척하는 자금으로 활용하는 것도 중요해질 것이다. 일본 부품 회사들로서는 어떤 사업에서는 초기 철수하는 한편 어떤 사업을 매수해 규모를 키우는 전략을 선택하려는 중이다.   

도요타나 제너럴모터스(GM)를 주 판매처로 하는 야스나가는 매출의 절반 이상이 되는 엔진 관련 금속 부품 사업이 소멸될 것으로 인식하면서도 잔존자 이익을 추구하고 있다. 이 회사는 각 자동차 회사들의 금속 부품 내재화 비율이 하락할 것으로 보고 관련 수요를 개척하는 한편 자사의 금속 가공 기술을 수요가 확대되는 배터리 분야의 개척에 활용하고 있다. 또 금속 가공 기술을 활용해 EV 배터리용 전극판에 마이크로(100만 분의 1) m 수준의 미세 구멍을 뚫는 미세 돌기 금형 기술을 개발, 배터리의 충전 성능 향상과 배터리 수명 연장이라는 새로운 부가 가치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관련 가공 장치와 함께 금형의 판매 확대를 노리고 있다. 

닛산에 주로 무단 변속기(CVT)를 납품하고 있는 자토코도 변속기 시장의 소멸 압력에 대처하기 위해 EV용 전동 구동 유닛인 이액슬(e-Axle)의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모터·인버터·감속기가 일체화된 이액슬은 EV의 핵심 유닛이다. 자토코는 변속기 관련 기술을 활용해 이 유닛의 성능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EV 시프트는 대세이고 보수적이었던 일본 자동차업계도 위기의식을 갖고 맹렬하게 구조 전환에 나서기 시작했다. 우리 자동차 부품 기업도 내연기관 관련 부품의 잔존자 이익을 충분히 확보하면서 기존 기술을 배터리나 각종 기계·수송 장치 분야에 적용해 새로운 부가 가치를 창조하는 노력이 중요할 것이다. 자동차 부품사가 농업기계·의료기계·항공기계·군수 관련 기업과 협업하는 방안 등이 있을 수 있다. 자동차 부품 산업 차원의 생태계를 혁신하는 노력이 중요해질 것이고 생태계를 혁신하는 기술 개발과 기술 융합을 촉진하는 정책적 노력도 중요하다. 금융회사의 각종 기업 거래 정보 지식도 활용해 기업 간 협력과 사업·기업 통합을 촉진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지평 한국외대 융합일본지역학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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