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구하는 한류 스타 'K-농업'

정혜련 농식품부 국제협력관

지난해, 전쟁과 기후변화가 전 세계의 식량안보를 위험에 빠뜨렸다. 주요 농식품의 국제 가격을 나타내는 FAO 식량가격지수는 2022년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특히 개발도상국과 취약계층에 피해가 집중됐다. 이러한 배경에서 개발도상국의 농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공적개발원조(ODA)는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농업 ODA는 '받는' 국가뿐만 아니라 '주는' 국가에도 여러 가지 혜택이 있다. 농업 ODA를 통해 개발도상국의 식량 사정이 안정화되면 국제 식량 가격도 안정화되고, 그 나라의 소득이 향상되면서 우리나라의 새로운 수출시장으로 성장할 수 있다. 개발도상국의 온실가스 배출 저감 기술을 지원하는 농업 ODA는 전 지구적 기후 위기 대응에도 도움이 된다.

전 세계에 우리나라 농업기술을 홍보하면서 국가 위상을 높이고, 또 국가 간 우호 관계를 다지는 효과를 가져온다. 우리나라보다 경제 규모가 작은 나라들도 적극적으로 농업 ODA를 확대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해방 이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였던 우리나라는 주요 선진국과 국제기구로부터 농업 ODA로 큰 도움을 받았다. 미국과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으로부터 식량을 원조받았고 홍수 예방, 간척 등 농업기반시설 구축도 지원 받았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는 녹색혁명과 새마을운동을 성공시켰고, 우리나라의 농업 발전 성과는 많은 개발도상국의 주목을 받게 됐다.

이제 우리나라는 우리가 받았던 농업 ODA를 전 세계에 되돌려주며 개발도상국의 농업역량 강화에 기여하고 국제사회로부터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아세안 회원국들에게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의 농식품정보시스템을 구축하는 '아세안+3 식량안보정보시스템 협력사업'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공공부문 혁신 사례로 선정되기도 했다. 국제정세가 불안정해지고 물류비가 치솟아도 매년 5만 톤의 쌀을 어김없이 세계 각지에 원조하며 세계식량계획(WFP)으로부터 한국은 신뢰할 수 있는 국가라는 찬사를 듣고 있다.

이러한 성과에서 더 나아가, 정부는 세계 각지에 K-농업을 확산하여 전 지구적인 식량·기후위기 극복을 돕겠다는 목표하에 농업 ODA 규모를 2027년까지 약 5천억원 규모로 2배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한국의 통일벼 종자 보급을 통해 아프리카의 식량난을 해결하는 'K-라이스벨트' 사업과, 첨단 농업기술 및 장비를 전파하는 'K-스마트팜' 사업, 농업행정 관련 정보·통계의 디지털화를 돕는 'K-디지털농업' 사업 등 한국 농업의 강점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한 대표적 브랜드 사업을 확대해 세계에 '농업 한류'를 널리 인식시키고 관련 농기자재 수출 기반도 마련할 계획이다.

저소득 국가 인구의 59%가 농업에 종사하고, 67%가 농촌에 거주하고 있다. 농업 분야가 개발도상국의 발전에 중추적인 역할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우리나라도 보릿고개를 해결한 이후에 한강의 기적을 이룰 수 있었다. 전 세계로 확산되는 'K-농업'이 지구의 지속 가능한 발전에 핵심적으로 공헌하는 한류 스타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정혜련 농림축산식품부 국제협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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